악몽같은 식량난 다시오나

2007년 북한 대량아사 위기감 고조

윤정은 | 기사입력 2007/01/01 [23:00]

악몽같은 식량난 다시오나

2007년 북한 대량아사 위기감 고조

윤정은 | 입력 : 2007/01/01 [23:00]
새해가 밝아도 유독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국경을 넘어 우여곡절 끝에 남한사회에 정착하게 된 탈북자들, 새터민이다. 이번 겨울이 들면서 “북한에 96년, 97년과 같은 식량난이 다시 닥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요즘 탈북자들끼리 식량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애만 태우고 있다.”

춘천에 거주하는 새터민 홍지영(가명, 40대)씨는 가족을 북한에 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마음이 힘들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 “97년도와 같은 대량 아사가 다시 온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다음부터는 밤에 잠이 안온다고 한다.

“북한 올해 식량난 다시 온다”

극심한 기아로 그가 식량을 찾아 유랑을 하고, 두만강을 넘은 것이 1997년 이맘때였다. 그때의 기억을 “악몽과 같이 끔찍했던 시절”이라고 말하면서, 두고온 가족들에게 다시 닥칠 재앙을 생각을 하면 무척 괴롭다는 것이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학생들이 소식을 전해듣고는 북에 있는 가족들 걱정으로 연일 무거운 심정을 서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연말이라고 분위기가 들뜨기보다 “대량 아사 사태가 다시 예고된 가운데 연일 침통한 분위기”라고 한다.

새터민들의 우려처럼, 현재 각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위기가 매우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2006년 북한 식량상황을 진단하면서 “1990년 고난의 행군시기 식량난으로 300만명의 아사자를 낳았을 때와 비교해 그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식량부족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 법륜 스님은 “현재 북핵 등 정치, 군사적 이슈에 매달려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외면한다면 1995~1998년의 대량아사보다 더한 참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2006년 북한의 식량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고 나섰다.

‘좋은벗들’의 정보에 따르면, 2006년 북한의 생산량을 잡아보았을 때 280만톤에 그쳐, 중국 등 외부에서 지원하기로 확정된 식량을 합친다 하더라도 “대량 아사를 피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홍수, 가뭄 피해로 생산량 급감

북한의 인구는 현재 약 2천만명으로 추산된다. 필요한 식량을 산출하면 유엔기준의 정상적 생활을 위해서는 640만톤이고, 현재 북한의 ‘정상적인 배급’에 해당되는 유엔기준의 최소량은 520만톤이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30% 정도의 주민에게 영양부족 상태가 나타나지만 그래도 아사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의 평년작 수준인 430만톤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에 입은 홍수피해와 가뭄 등의 이유로 흉년이라서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다.” 따라서 법륜 스님은 430만톤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잡더라도 “대량 아사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적어도 150만톤 이상의 외부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계산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은 1990년대 보다 더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지 모르는 상황에 몰려있지만 주변의 상황은 최악이다. 미사일,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또, 북한 식량지원 문제와 북한 주민의 생존권 문제는 철저히 정치화 되어 있어, 최소한 인간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밥’의 문제가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접근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편 “인도적 위기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내적으로도 보수층의 여론은 “식량 지원은 우리가 쓸 카드”라며 대북지원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되는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 주민들의 역량으로는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1990년대 북한의 기아난이 닥쳤을 때는 3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배고픔으로 죽고, 처절하게 조-중 국경을 넘나드는 탈북자들을 보고 난 다음 뒤늦게서야 남한의 시민사회가 움직였다.

취약계층 및 지역에 식량 지원할 방도 모색해야

그때와 달리 지금은 북한 주민들의 사정과 북한 소식과 정보가 보다 정확하게 남한 시민사회에 바로 전달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처한 실상이 이토록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전달되는 상황에서 남한 시민사회가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에 노력할지는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먹는 문제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런 북한주민들을 생각한다면,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싼 정치적인 시선과 오해를 거두고, 북한 주민들의 기아난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식량이 지원, 분배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좋은벗들’은 “식량지원하면 군량미로 쓴다”는 등의 남한 사회의 오해와 냉소를 불식시키기 위해 북한의 배급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4개의 배급순위가 있는데, 4순위인 일반 주민에까지 지원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식량이 지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북한 당국도 이제까지 꾸준히 제기되어온 “분배 모니터링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규정을 수용해, 북한 사회에서 보다 취약한 계층 및 지역에 식량을 긴급하게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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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11/03/31 [13:40] 수정 | 삭제
  • 김정일과 김정은같은 뚱땡이부자로 인해 북한주민들이 죽어가는걸보면 저도 가슴이 아프고 김씨일가만 보면 정말로 치가떨정도로 싫습니다! 우리나라도 결식아동들이 굶어가는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정부나 북한정부나 정말로 무능하기짝이 없는 잡것들이라 화가납니다! 뚱땡이부자때문에 화가나고 쥐새끼대통령때문에 더더욱 치가떨고 참 재수없는세상이네요?
  • J.mong 2007/01/10 [11:52] 수정 | 삭제
  • 북한의 굶주림에 대해서 어떤 스님의 얘길 듣고 충격을 한참이나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학생들도 쌀을 모아 보내기도 했었죠.
    경제봉쇄와 폐쇄된 사회의 탓이겠지만, 분단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할 수만은 결코 없을 것 같습니다.
  • 2007/01/09 [10:06] 수정 | 삭제
  • 너무 안타깝게도,
    상대적인 빈곤이 없는 곳은 없고,
    재해가 없는 지역도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빈곤하고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곳도 있기 마련이죠.

    사람들이 미국의 부와 국가권력을 비판할 때,
    미국에는 가난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비판합니까.
    미국에 자살하는 사람이 없어서 비판합니까.

    이 기사의 어디에도
    한국의 결식 아동, 버림 받은 아이들이
    그래도 복 받은 거고 행복한 거라고 말하고 있지 않아요.
  • . 2007/01/06 [13:00] 수정 | 삭제
  • 남걱정말고...
    우리는 결식아동에 .. 돈 쫒아 간 부모들에 의해 버림 받은 아이들..
    비닐하우스 불타서 죽고..애비 애미가 들쳐엎고 같이 자살하고..

    북한에서 이런 뉴스 모아서 올리면
    머라그러겠어요?
    남한은 생지옥 아니겠나?

    역지사지를 해야지...

    이런 기사는 참,,,할말이 없군.
  • 샴스 2007/01/03 [00:35] 수정 | 삭제
  • 어느 때보다 어려운 형국인 것 같아요.
    법륜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예전에 남한에서 쌀 50만톤 갔네 100만톤 보내네 할 때, 어차피 4년된 쌀 사료용으로 쓸 것을 보내면서, 그것도 우리 시세로 쳐서 2천억원어치 보냈다며 퍼주기라고 비방하고..우리 이제 이렇게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요.

    어려운 때이긴 하지만, 남한 사회도 식량문제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보다 인도주의적 접근에 근거해 식량을 지원하고, 북한 사회 또한 국제사회가 식량지원시 요구하는 '모니터링' 수준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식량난은 구조적인 문제므로,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군사, 정치적인 이슈보다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야겠지요. 북한 당국도 마찬가지일테고요.. 마음이 답답해지네요.

    그리고, 장혜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장혜순 2007/01/02 [16:01] 수정 | 삭제
  • 맘 아픕니다.
    순수함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남, 북한
    그날이 오겠죠?

    돕는 방법은???

    일다 식구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란에서 인사드립니다.
    조이여울, 윤정은님 외 샘들~
  • 2007/01/02 [05:04] 수정 | 삭제
  • 굶주림은 구조적이고 기간산업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악순환 될텐데 어떻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북에선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분단은 중국의 국경보다 더 두터우니, 한국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침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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