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으로선 최고의 직업이다?

철도공사의 사기행각을 고발한다

최정현 | 기사입력 2007/02/15 [16:40]

[기고] 여성으로선 최고의 직업이다?

철도공사의 사기행각을 고발한다

최정현 | 입력 : 2007/02/15 [16:40]
<필자 최정현님은 외주위탁 철회와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 중인 KTX승무원입니다. -편집자 주>


2004년 입사 당시 승무원들은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었다. 원청과 하청이라는 개념도 모호한 상태에서 KTX에서 일하고 싶다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열정만 가지고 KTX승무원 채용공고에 지원했다.

인터넷 및 각종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KTX승무원 채용공고가 났다. 공고 내용은 철도청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고속열차 KTX를 홍보하는 동시에, KTX승무원들은 준공무원의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대단한 국책사업에 걸 맞는 우수인재를 뽑는다는 내용을 보고, 전국 각지의 대졸자, 석박사 학력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지원했다. 1기 351명 정원에 4천600명 이상 지원했고, 2기부터는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어 KTX승무원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됐다. 기수가 늘어날수록 많은 지원자들이 KTX승무원에 응시했던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준공무원 대우에 여성임에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곡역 철도대학교수 및 철도대학 아카데미서비스마스터 등 철도청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KTX승무원들을 직접 면접했다. 각종 영어질문과 KTX열차에 대한 질문, 서비스에 대한 정의 등 모든 질문들을 그 관계자들이 직접 질의했다. 승무원들은 철도대학 아카데미 교육 때 그분들을 다시 교육담당 교수로 만나게 되었다.

교육생들은 총 5차로 나누어서 교육을 받았는데, 지방에 사는 승무원들은 1차로 교육을 받았고, 2주 교육기간 동안 철도대학 내 모든 숙식을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우리가 정말 하청의 비정규직이라면, 원청에서 교육생의 모든 편의제공과 교육을 담당해선 안 되는 것이다. 교육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철도청과 철도대학이 담당했는데, 홍익회(하청업체) 사람은 단 한 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2차 교육생들이 교육을 받을 때엔 당시 철도청장인 김세호 청장이 직접 교육장을 방문해 “여러분들은 KTX를 이끌어 갈 주역입니다. 우리는 한 가족이며 저는 여러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언제든지 힘든 일 있으시면 메일 주소를 알려 드릴 테니 어려워 말고 메일주세요.”라며 직접 칠판에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고 갔다.

매 교육시간마다 교수들에게 우리는 애매한 우리 소속문제와 확실한 복지와 처우에 대해 질문을 했다. 준공무원 대우에 대해서, 그리고 1년 뒤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되었을 때 승무원의 소속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교수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모든 교수들이 우리에게 KTX승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을 황금빛미래에 비유했으며, KTX의 미래가 우리들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1차부터 5차까지 두 달에 걸친 교육기간 동안 승무원들은 모두 이런 질문을 했었고, 우리를 교육한 교수들과 철도공사 관계자들에게 똑같은 대답을 들었다.

교육기간이 끝나고 KTX 개통 전, 승무원 351명과 KTX팀장이 함께 철도청에서 개최하는 워크숍에 참가했다. 워크숍 때엔 우리를 교육했던 교수들과 운용팀장 그리고 KTX팀장들만 참가를 했고, 홍익회 직원들은 전혀 없었다.

워크숍의 교육내용은 열차 운행시 일어나는 이례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을 직접 팀장과 승무원들이 상황극으로 해보는 롤플레이 방식이었다. 열차에서 사고가 났을 때 팀장과 승무원이 함께 어떻게 대처하는지, 방송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객들은 어떻게 안정을 취하게 할 것인지, 그러한 내용으로 미리 상황을 만들어 해보았다.

워크숍이 끝나고 저녁에 팀장들, 관계자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역시 승무원들은 소속에 관한 질문을 했다. 팀장들은 지금은 TO가 없어서 너희들을 공사소속으로 할 순 없지만 이후 공사로 전환되면 철도공사 소속으로 흡수할 거라고 말했다. 이것이 351명의 승무원들이 교육 때부터 워크숍까지, 개통하기 전까지 철도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KTX 개통 이후에도 열차를 타는 고객들에게 늘 듣는 말은 “공무원이라서 좋겠다”, “정년이 보장되는 직종이라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직업이다”였다.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지금은 TO가 없어서 철도청 소속이 아니지만 2005년 철도공사로 바뀌면 그때 공사소속으로 전환돼요” 라고 늘 대답했었다.

모든 시민들이 속았던 것이다. KTX승무원이냐, 항공사냐를 고민하던 승무원들은 항공사 면접을 포기하고 철도청 교수들과 모든 철도청 관계자들이 하는 말을 모두 믿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승무원들보다 더 좋은 처우와 정년보장, 준공무원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철도관계자들의 말을 듣고, 항공사면접 1차에 합격하고 2차 면접을 앞둔 승무원들도 포기했었다.

우리가 어리고 사회초년생이라서 잘 모르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와 대학교수 등 모든 시민들은 철도공사가 대대적으로 언론매체에 홍보하는 그 내용을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

2004년 말, 한 팀장으로부터 승무 중에 들은 이야기는 철도경영진들이 KTX승무원들을 철도공사 정규직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의논했는데, 현재 외주화해서 운영했을 때도 문제없이 승무원들이 일을 잘하고 있고 더 이익이다, 그러므로 굳이 철도공사 정규직으로 할 필요가 없으니 이렇게 계속 승무원들을 외주화로 운영하자고 얘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개통 시 KTX승무원을 공사 전환하면 정규직으로 할 계획을 갖고 있다가, 외주 운영해보니 생각보다 승무원들이 일을 잘 하고 운영이 잘되니 여러 가지로 이익이라는 판단을 내려 외주화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우리 KTX승무원들은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취업사기 행각을 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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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똥이 2007/02/25 [15:05] 수정 | 삭제
  • 일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도 취업사기를 많이 한다...
    약자입장에서는 받아 들여 질수 밖에 없다..
    우리회사는 칼 퇴근 , 각종 수당이 많고 공무원 수준이다고 홍보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현실은 다르지...밤 12시까지 일해도 수당도 없고 일만 시키지..
    주말까지 일 시키지..일하기 싫으면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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