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다

내가 겪은 군대 이야기-(끝)

박강성주 | 기사입력 2007/04/16 [22:54]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다

내가 겪은 군대 이야기-(끝)

박강성주 | 입력 : 2007/04/16 [22:54]

<일다는 육군으로 군생활을 마친 한 예비역 병장의 군대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필자 박강성주님은 군 경험을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가 공유되어 우리 사회의 징병제와 군대, 그리고 군사주의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글을 기고해주었습니다. -편집자 주>



‘사랑=폭력’이었던 예비역 선배

얼마 전 내가 졸업한 대학교 학과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그러다가 재학생들이 만들어놓은 인터넷 공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몇 장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오리걸음과 뜀뛰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을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그렇다. 새내기들을 환영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의 한 장면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들은 학교에 막 입학한 1학년들이 분명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예비역들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의 대학 1학년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오리걸음을 하고, 목이 터져라 자기 이름을 대고, 긴장된 마음으로 선배들 눈치를 보고...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익은 장면이 연출된다. 바로 예비역의 ‘후배 길들이기’이다. (참고로 남학생과 여학생 사이의 입맞춤을 연상하게 하는 ‘빼빼로 게임’도 여전히 하고 있었다. 그것은 동의를 구하지 않고 행해진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성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엔테이션뿐만 아니라 MT도 생각난다. 늦은 밤이었고, 갑자기 예비역 선배들이 밖으로 모이라고 했다. 어느 예비역 선배가 긴장되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얼차려’ 비슷한 것을 시켰던 것 같다. 그것은 누가 특별히 잘못을 해서 그랬던 게 아니라, 행사의 하나로 계획된 것이었다. 나를 비롯한 1학년들은 뭔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그냥 예비역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그러다가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 자리에서 2학년 남자 선배가 문제를 제기했다. 예비역 선배는 그를 ‘선배한테 감히 대드는’ 후배로 몰아세웠다. 그 MT 사건 이후, 예비역 선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람들의 단합을 위해서, 후배들을 사랑해서 그랬던 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도 의문이다. 그 선배에게는 왜 후배 사랑이 폭력이었을까.

군대의 연장선에 있는 예비역 문화

지금 생각해보면, 오리엔테이션이나 MT에서의 모습은 군대에서의 경험과 매우 흡사한 것이었다. 바로 ‘유격훈련’이다. 빨간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채, 우리를 열심히 ‘굴렸던’ 공포의 조교들. 왜 그런 일이 필요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조교들이 하라고 하면 무조건 굴러야 했다.

생각해보니, 학교와 군대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학교뿐일까. 최근 언론사 수습기자에 대한 폭력문제가 보도되었다. 그 언론사의 수습 교안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고 한다. “후배에게 요구되는 미덕은 ‘복종’이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 혹은 ‘군대에 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내가 군에서 막 제대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어느 소모임에서 MT를 갔는데 나는 내가 정말 군에서 제대한 것인지 헷갈렸다. 식사 시간이었는데, 후배들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순위가 높은 선배들 자리부터 착착 놓으면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난 내가 아직도 군에 있다는 착각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군대에 가기 전이었는데 어느 모임에서 MT를 갔다. 1학년과 2학년이 같이 갔는데 전원 군에 다녀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2학년 남자들은, 밤에 후배들을 ‘굴리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러 사전답사를 갔다. 그리고 실제로 그날 밤 후배들을 (가볍게) 굴렸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하니까 소극적으로 동조했던 것 같다.

비록 그런 행동에 대해 소극적으로 가담했다 해도, 나 역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에 이미 물들어있었다. 왜냐하면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비롯해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도 군대 문화를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무서운 재생산 구조인가.

훈련을 거부하다, 나의 목소리를 내다

나의 경우는 오히려 군대를 직접 경험하면서 그러한 재생산 구조에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앞서 연재한 글을 통해 이야기한 대로 여러 가지 경험과 고민들이 있었다. 그러한 문제 의식은 결국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두 번에 걸쳐 훈련을 거부했고, 각각 벌금을 내야 했다.

몇 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한 뒤, 처음으로 훈련을 거부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저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지금까지 예비군 훈련에도 참석해왔습니다. 이 말은 예비역 신분이기에 군대에서의 갖가지 폭력과 평화주의에 반하는 사고 및 행동들을 직접 겪어봤다는 것을 뜻합니다. 때문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 입법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아울러 같은 맥락에서, 예비군 훈련에도 대체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되었으면 합니다.” (‘예비군 훈련과 관련된 즉결심판에 임하며’ 중에서)

다음에 또 한 번 훈련을 거부했을 때는 이렇게 말했다. “군사주의 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군대는 그 속성상 폭력적이고 위계적이며 일방적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한 ‘진짜 사나이’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현존하는 가부장제와 강력히 결합하여 성차별적인 사고와 행동을 재생산합니다. 개인적으로 군복무를 통해 이러한 점들을 직접 경험했던 바, 더 이상 이와 같은 문화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출석요구에 응하며 드리는 글’ 중에서)

나의 행동은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훈련을 처음부터 거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해 훈련을 받다가 거부하고 나서 그 대가로 벌금을 냈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또 그냥 훈련을 받고, 그리고 나서 두 번째 거부를 한 것이다. 현행법상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통지서가 날아온다. 때문에 어떤 사람은 5~6년의 시간 동안 계속 벌금을 내거나 재판을 받고 구속되기도 한다.

솔직히 나는 그 정도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내가 예비군 훈련을 온전히 거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내 방식대로 작은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벌금, 형사처벌…훈련 거부에 대한 ‘반복 처벌’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과 1범이 되었다. 두 번째 거부 때 경찰 조사를 받으며 알게 되었는데, 처음 거부를 하면 ‘초범’이기 때문에 봐주지만 두 번째부터는 정식으로 형사처벌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나는 미처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과자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의 말을 듣고 상당히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것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해, 내가 벌금을 낼 만한 조건이 안 됐다면 훈련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훈련을 거부했을 때 벌금으로 50만원이 나왔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나는 어찌 어찌하여 벌금을 낼 수 있었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훈련을 거부하고 싶어도 그러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많이 나올 줄 알았다면 나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봤을지 모른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보았을 때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한 ‘반복 처벌’은 국가가 개인에게 가하는 인권침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았던 이들에게 지지를 표한다. 현역병 입대 거부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았던, 그리고 받고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점도 고민이 된다. 예비군 훈련에 대해서 대체 훈련을 요구하는 것은, 예비군 훈련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 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고민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군대가 내게 가르쳐 준 것

나는 처음부터 군대/군사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입대하기 전, 나는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쪽지에 다음과 같이 적어갔다. “고참은 ‘신’이요 나는 ‘구더기’다.” 그 말을 내가 직접 적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제대하기 전엔, 군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겼는데 이렇게 썼다. “여자는 아이를 낳음으로써 진정한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남자는 군생활을 함으로써 진정한 남자로 완성된다.” 지금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이 말을 내 자신이 남긴 것이다.

특히 여자는 아이를 낳아야 진정한 여자가 된다는 말은, 내 생각이었기 보다는 기존에 들어왔던 말을 별다른 생각 없이 적은 것이었다. 돌이켜보건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랬다는 점이 핵심이다. 군생활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남자는 군생활을 해야 진정한 남자가 된다는 말은, 일종의 ‘보상 의식’이었다고 생각된다. 2년이 넘는 군생활을 그렇게라도 정당화하지 않으면 나는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따라서 ‘여자=출산’, ‘남자=군대’라는 공식으로 내 삶을 스스로 보상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뭔가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 받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흔히 군대를 갔다 와야 더 철이 들고 어른스러워진다고 말한다. 한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누구의 시각에서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묻는 일이다. 동시에 군대가 폭력에 대한 무감각과,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성차별적 사고 등으로 우리를 ‘무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물론 그러한 성찰의 과정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제대하기 전에 썼던 편지를 철회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새로 쓴다. “남자는 군생활을 함으로써 진정한 남자로 완성된다는 말은 허구다.” 많이 늦었지만, 나와 당신에게 보내는 ‘예비역의 편지’다.

결과적으로 나는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바로 ‘하지 말아야 할’ 많은 것을.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군대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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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이 2007/04/27 [19:46] 수정 | 삭제
  • 예비군 훈련 거부하는데 드는 금전적, 심리적, 시간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합니다.
    에효.. 그러나 역시, 그런 결단을 지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 qla 2007/04/22 [00:24] 수정 | 삭제
  • 아이러니한 일이군요.
    예비군 훈련에 대한 거부란, 음주운전이나 고성방가와는 다른 건데 말입니다.
    즉결심판에 임하며...
    이 글이 국가에게는, 판사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 transpeace 2007/04/20 [15:30] 수정 | 삭제
  • 굴하지 않는 모습에 저도 용기를 얻었답니다.
  • 그동안 2007/04/19 [17:52] 수정 | 삭제
  • 그동안 박강성주님의 연재, 정말 잘 읽었습니다. 님의 용기와 성찰에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고요,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힘내셔야 할 일 많으실 것 같은데, 부디 (동소심님 말씀처럼) 잘 되시길 바랍니다. 동소심님도요.
  • skq 2007/04/18 [22:21] 수정 | 삭제
  • 벌금 엄청나군요. 정말 무서운 권력의 힘이네요. 동소심님도 ,박강성주님도 힘내세요.
  • 이다 삼다 2007/04/18 [13:29] 수정 | 삭제
  • 전체적인 큰눈이 필요하다 남에게 특별히 보일라고 애쓰지마세요 전체를 위해서 타인을 이용해선 안돼요 그래 내말을 하지요 정규군 은 줄여가야 하는건 옭은일이다 근데 그공백은 스위스처럼 예비군 위주가 되어야지 당신은 당신을위한 모든 무기를 놓겠다 그건 거짓말이야 당신은 지식을 추구해 지식은 무기중의 최고의 무기야 그리고 또한 옷차림 하나 하나마다 타인들에게 무시받지 않으려는 증거야 결국 세계가 온통 힘의 논리인데 그중에 한국만 ? 남에게 베푼다는건 물질 아니면 권력의 여유로 얻어지는 것인데 당신은 콩고가 스웨덴을 원조해야 한다식이다 정규군을 줄이고 예비군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그반대든지... 약소국도 강대국에 최소한 경계신호 보낼수 있어야지 힘없는자는 죽으라는 것인가 현실속에 평화라는건 불교의 무쟁삼매 가 아니라 힘의견제 이고 균형이다 미국의 힘을 누가 강제로 제어 하지 않으면 그힘을 고스란히 이용한다는 말이다 . 님에겐 정규군 보다 예비군이 더 맞는것 같네요 에비군훈련 열심희 받으세요 그리고 예비군도 정규군도 둘다 동시에 페지하자는 말은 하지마세요 이땅의 평화는 동네양아치가 지켜준다는 말로 들리네요
  • 동소심 2007/04/17 [10:54] 수정 | 삭제
  • 란 말 적절하지 않을수도있지만
    반군사주의로서 예비군훈련을 거부한다고하시니 반갑군요
    저도 몇년전부터 제대로하지는 못했지만 예비군을 거부하고있습니다.

    앞으로 힘드실텐데..걱정이네요
    저같은경우는 지금까지 벌금..200만원정도 냈구
    지금..95만원(원래100만원이었는데 집시법으로 48시간갇혀있었더니5만원깍아
    주더군요)이 남아있습니다
    안낼것이고 낼생각도없지만..
    아무튼...잘되시길바랄게요..^^;
  • rlatjdwo 2007/04/17 [10:29] 수정 | 삭제
  • 군대경험으로 많은것을 느끼고 얻은것도 많습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도없지요...
    우리나라가 전쟁위협이 없는 국가이면 몰르겠지만...
    그리고 스위스라는 국가가 강력한 예비군제도로인해 많은 이득을 얻고있는지에 대해서 아시면 예비군훈련이 왜 중요한지 아시게 될것입니다.
    전세계가 군대없는 국가는 존재하지않으며...또한 예비전력없는 국가도 존재하지않습니다. 하물며 아직 휴전상태인 대한민국은 어떻겠습니까? 국가안보엔 한순간의 방심도 있을순 없습니다.
  • laver 2007/04/17 [08:18] 수정 | 삭제
  • 이 글을 보니 군대는 국가에 의해 폭력을 허락받은 계급집단이니 상명하복의 규율은 필연적이고 정당한 것이다...라고 너무나 쉽게 얘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그런 식으로 정당화된 군대 문화가 사회 곳곳에서 어떤 영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는 왜 생각하지 않는 걸까요. 언론사 얘기 처음 들었는데 충격적이네요...휴
  • daerz 2007/04/17 [00:49] 수정 | 삭제
  • 병역 거부도 아니고, 예비군 훈련 거부하는 데도 형사처벌까지 감행을 하나 보군요.
    벌금 50만원도 충격적이고요....
    예비역들은 제대하고도 꽤 오랜 기간 군인 정체성을 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예비역이라는 말도 있는 거겠지만..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