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시술 부작용 많다

日후생성, 사망 5명 신체마비 25명

윤정은 | 기사입력 2007/04/24 [07:12]

불임시술 부작용 많다

日후생성, 사망 5명 신체마비 25명

윤정은 | 입력 : 2007/04/24 [07:12]

최근 일본을 방문해 ‘불임여성 당사자 모임’과 만나 토론회를 가졌다. 1991년부터 불임당사자들이 정보, 경험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결성된 ‘핀레지’(FINRRAGE) 모임에서 불임여성들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임여성의 몸에 배란유도제를 투여해 난자를 채취하는 시술에서 비롯되는 휴유증은 복부팽만, 구토 등의 부작용 정도가 아니다. 불임시술 후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으로 사망했거나, 전신 및 반신이 마비되었거나, 실어증 등의 심각한 휴유증을 앓게 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난자채취 부작용 440건에 달해

일본에서는 1992년부터 배란유도제로 인해 여성들이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2002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호르몬제인 배란유도제가 초래하는 부작용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2년 후생노동성 의약국안전대책과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배란유도제에 의해 321명이 부작용을 겪었고, 한 사람당 여러 건의 부작용으로 인해 전체 440건의 부작용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부작용을 겪은 여성 321명 중 5명이 사망했고, 전신이 회복될 수 없는 부작용을 겪게 된 경우가 7명, 반신마비와 실어증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된 여성은 2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5년 30대 초반의 여성이 배란유도제로 인한 메이그스증후군(Meigs' syndrome, 흉수)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인 1995년에 또 하나의 사망 사례가 더 있다. 20대 후반 여성이 복수, 난소 증대,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1996년에는 20대 후반 여성 2명이 불임치료를 받고 뇌경색,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다가 사망했고, 1999년에는 30대 초반 여성이 사망했다. 원인은 난소과자극증후군과 뇌경색이었다.

병원과 정부가 “배상해야” 판결

이처럼 여성들이 불임시술을 받다가 사망하거나 신체가 마비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일본에서는 이에 관련한 손해배상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1992년 불임시술을 받다가 전신이 마비된 한 여성이 병원 측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성은 그 해 아키타 의과대학부속병원에서 배란유도제를 사용한 불임시술을 받았는데, 시술 직후 뇌혈전, 뇌경색이 발병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1심 지방법원은 “배란유도제와 뇌혈전증의 인과관계가 있고, 담당의사가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병원은 여성에게 “330만엔(약 2천640만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병원 측은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지만,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배란유도제 부작용으로 인해 난소과자극증후군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경과 관찰을 게을리하고, (배란유도제) 투여를 계속했다”고 지적하며, 의사 과실을 인정하여 약 8천5백만엔(약6억8천만원)을 배상하도록 명령했다. 1심보다 더 중한 손해배상판결을 내린 것이다.

배란유도제로 인한 사망사건으로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1995년 니기가타 지역에서다. 31세 불임여성이 불임시술을 받다가 현립대학병원(도립대학병원)에서 사망하자, 남편이 제소했다. 이 소송은 몇 년을 끌다가 2002년 지방법원이 “정부와 지방정부는 3800만엔(약 3억4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난소과자극증후군이 발병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점과 (병원이) 배란유도제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 여성이 배란유도제 투여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도립대학병원에 책임을 묻고, 정부와 지방정부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부작용 조사않고 불임시술 지원하는 한국

일본 후생성이 배란유도제로 인해 여성들이 어떠한 부작용을 경험하는지 조사하고 사회적으로 보고함으로써, 일본 여성들은 “배란유도제가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불임시술이 성행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배란유도제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착수하거나 보고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와 각 지자체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불임부부에 대해 시험관아기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불임시술을 지원해주며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작 불임시술이 여성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여파와 위험성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태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관련하여 정부의 무책임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난자채취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한국 정부는 ‘난자채취 과정에 국가 공무원의 개입이 없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병원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황우석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병원들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미즈메디병원과 한나산부인과, 한양대병원 등은 충격적일 정도로 의료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병원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피해자들에 대해 배상이 이뤄진 적도 없다.

심지어 이들 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불임부부 지원사업 안내’에 ‘불임부부지원사업 시술 지정기관’으로서 불임부부들이 내는 지원신청서에 함께 버젓이 기재되어 있는 형편이다. 한국 사회는 불임시술을 둘러싸고 많은 여성들이 몸의 권리와 건강권, 그리고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실정인 것이다.

만약 불임여성이 배란유도제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면, 불임시술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 일본 재판부의 판결은 한국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번역 및 통역 지원: 조이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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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다 2008/04/18 [14:33] 수정 | 삭제
  • 안타까운 일이네요. 이 글을 보시면, 한번 일다에 연락을 주셨으면 합니다. (02-362-2034, ilda@ildaro.com)
  • jun 2008/04/16 [00:27] 수정 | 삭제
  • 제 동생이 시험관아기 시도했는데요 마지막으로 복부에 주사맞은 것 까지만 기억하고 그이후 일주일간의 기억을 잃었습니다. 기운 없이 누워만 있고 울기만 합니다. 일주일 이전 기억은 정상이고요 비슷한경험 있으시면 의견 부락 합니다.
  • N 2007/04/24 [16:36] 수정 | 삭제
  • 시험관 아기 시술 받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었어요.
    대부분 높은 비용과 그에 반해 낮은 성공률을 걱정하지,
    시술 당사자인 여성의 몸에 대해 고려하지는 않더군요.
    저도 이제야 치명적인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네요.
    일본의 조사 결과가 참 충격적이에요.
  • 걱정 2007/04/24 [12:58] 수정 | 삭제
  • 의사과실이라기보다 과배란제 부작용이라는게 더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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