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들, 유니폼은 “차별을 입는 것”
대한투자증권노조 ‘성차별’로 인권위 진정
정희선 | 입력 : 2007/05/18 [02:30]
최근 한 증권사가 회사 내 사무직 여직원과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사원에게 유니폼 착용을 강요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혔고, 노조에서도 여직원에게 유니폼을 강요하는 것이 성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여성과 하위직에만 강요되는 유니폼
대한투자증권은 얼마 전 여직원에게 유니폼을 착용하게 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다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자, 최근에는 노조 비조합원인 사무계약직과 아르바이트 여직원을 대상으로 유니폼 착용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증권사의 여직원들은 사측이 유니폼 착용을 강요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들어 새로운 기업 소유형태로 확산되는 금융지주사와 소속사와의 위계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한투자증권이 소속된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대한투자증권을 소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사는 ‘기업의 통일적 이미지 제고’라는 명목으로 이미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의 여직원에게만 지주회사 공통 유니폼 착용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투자증권의 경우는 노조의 반대로 조합원인 정규직 여성에게 유니폼을 입히지 못하게 되자, 비조합원만을 대상으로 강제 유니폼 착용을 시행하려고 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기업이미지 통일’이라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그 대상이 하위직 여성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에게 강요되어 왔던 유니폼이 단순한 작업복이 아니라, 위계와 차별이 투영된 결과라는 것이 여성노동자들의 평이다.
‘가치가 낮은 일’을 한다는 이미지
비정규직으로 모 증권사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현재 본사에서 근무하는데 본사 정규직원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으니까, 비정규직원들만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회사 내 어딜 가나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니는 꼴이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복도 끝에서 한 남자과장이 ‘어이~ 영업부!’ 하며 큰소리로 불러서 서류를 전달하는 심부름을 시켰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유니폼을 통해 비정규직을 알아보는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는 이름 없는 유니폼 입은 비정규직이다.”라고 말했다.
유니폼을 입으면, 노동자 개인 고유의 개성보다는 회사에서 규정한 집단의 특성이 강조된다. 더구나 유니폼이 하위직에게만 강요된다는 사실은, 결국 회사에서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는 사람이 ‘가치가 낮은 일’을 한다는 이미지를 동시에 입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맡고 있는 B씨는 “고객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내 답변의 신빙성을 의심한다. 그래서 뒤에 있는 남성 신입직원에게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며,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인식되는 현실을 얘기했다.
효율성 아닌 여성성 강조하는 짧은 치마
유니폼과 여성노동자의 권리가 많은 연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증권여성노동매체 <여파>는 창간호에서 유니폼 문제를 집중 다루기도 했다.
여기서 모 금융사 노조 간부는 “차별을 입은 채,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나?”라고 문제 제기하며, 금융사들이 여직원들에게만 유니폼을 입히는 이유를 “성별직무 분리”의 문제로 분석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서비스와 대고객 업무를 담당한다.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담당하는 업무들은 순종성과 헌신, 세심함, 상냥한 표정, 다소곳한 몸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지게 된다. 여성들의 유니폼은 여성성과 여성다움을 표현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효율성이나 기능성과는 거리가 먼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위주로 디자인된다.”
대한투자증권노조는 유니폼 강제 착용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 진정 외에도 같은 지주사에 소속된 계열사 노조들과 연대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다른 기업의 여성유니폼 착용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여성노동자들은 여성유니폼 착용이 ‘차별적 노동조건’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적으로 당연시해 오던 여성의 유니폼 착용을 ‘성차별’과 ‘인권’의 문제로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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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인 2022/06/30 [08:44] 수정 | 삭제
- ? 2019/11/26 [11:08] 수정 | 삭제
- z 2007/07/14 [22:21] 수정 | 삭제
- 반구 2007/05/18 [18:10] 수정 | 삭제
- 카즈야 2007/05/18 [17:53] 수정 | 삭제
- 영 2007/05/18 [15:39] 수정 | 삭제
- 1 2007/05/18 [15:11] 수정 | 삭제
- 흠 2007/05/18 [15:02] 수정 | 삭제
- 양이 2007/05/18 [11:57] 수정 | 삭제
- N 2007/05/18 [11:31] 수정 | 삭제
- 부산시민 2007/05/18 [08:44]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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