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귀환 후에는?

이주노동NGO들의 새로운 시도

윤정은 | 기사입력 2007/06/08 [02:13]

이주노동자 귀환 후에는?

이주노동NGO들의 새로운 시도

윤정은 | 입력 : 2007/06/08 [02:13]

한국의 이주노동운동의 한 켠에서 새로운 시도가 모색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귀환과 재통합”을 지원하는 것.

자국으로 돌아가서 적응하지 못해

‘이주노동자 자발적 귀환 및 재통합지원컨소시엄’ 최준기 대표는 그동안 이주노동운동이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보상, 산업연수제도 폐지, 강제추방 반대, 합법적 이주노동제도 확립 등 한국 내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이주노동자 스스로에게도 장기적인 삶의 대안을 형성하고,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문제의식은 이주노동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계속적으로 제기됐다. “고향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실업 상태”라든가, “또다시 다른 국가로 이주노동을 떠날 생각만 하게 된다”, “타국으로 이주노동을 떠나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사회부적응 상태로 남아있다” 등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이주노동의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

이주노동단체들은 만약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동을 떠나기 전에 본국(송출국)에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한국에서 와서 몇 년간 일한 돈을 저축하고, 체류하는 동안 필요한 직업교육, 기능교육과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착안하게 됐다.

현재는 이주노동자가 자국에 돌아가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로 있거나, 또다시 타국가로 이주노동을 떠나게 되어 본국의 사람들과 이별을 겪게 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귀환’도 지원 필요… 프로그램 시작

다른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귀환 프로그램이 알려진 것은 1996년부터다. 1996년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 MFA(Migrant Forum in Asia)가 한국의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에 홍콩 아시아이주노동자센터 AMC(Asia Migrant Worket Center)의 귀환프로그램을 소개한 것. 당시 AMC의 필리핀 이주노동자 귀환프로그램은 이주노동자들이 버는 돈을 저축해 미래를 설계를 하도록 하는 “저축모델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AMC의 귀환프로그램이 소개된 뒤, 한국에서도 몇몇 센터를 중심으로 필리핀의 귀환모델을 시도했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겪게 됐다. 한국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많기 때문이고, 개별적인 센터의 역량이나 정보가 부족한 탓도 있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2004년에 18여개 이주노동자 단체가 ‘이주노동자의 자발적 귀환과 재통합을 위한 컨소시엄’(이하 귀환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재 귀환컨소시엄은 18개 이주노동자 단체와, 한국 IOM(국제이주기구), 인하대학교 법과대학, 신흥대학교 등 17여 개 외부 협력단체가 연계되어 있다. 2005년부터 조사 사업을 시작해 6개국 모니터링 결과를 자료집으로 발간하고,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6개국 언어로 <이주노동자의 행복한 귀환을 위한 안내서>를 발간하고, 컴퓨터와 자동차 정비, 무역 실무와 마케팅 교육 등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지난 달 30일, 귀환컨소시엄은 이주노동자 재통합 지원을 위해 한국 사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회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귀환컨소시엄 소속 단체활동가들과 노동부, 법무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귀환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곽영숙 시흥이주노동자지원센터 팀장은 “귀환프로그램은 이주노동자 개인의 미래 설계와 관계 있으므로 되도록 일대 일 교육과 소규모 그룹으로 기능교육을 하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흥 지역에 거주하는 교육자와 교육기관과 연계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진, 컴퓨터 교육을 실시한 결과 만족도가 높았다는 사례를 들었다.

정부의 강제출국 정책 바뀌어야 실효성 있어

이주노동자들도 이 자리에 참석해 지난해 실시되었던 기능교육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자동차 정비교육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에 돌아가서 ‘자동차 정비센터 운영하면 돈을 벌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관심이 컸다. 지난해 14명이 신청했다. 그런데 단속이 심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불안해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

띠뚜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방글라데시 조직팀장은 현재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귀환프로그램을 하더라도 교육대상이 되는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에 떨어 교육이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귀환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50% 존재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무엇보다 ‘강제적인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출국시키는 식’의 정부의 역할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정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강제 단속과 추방으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귀환프로그램을 (정부에) 제안하는 것 자체가, 본국으로 귀환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오히려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한국에서 귀환프로그램은 (자국의 재통합만이 아닌) 한국 사회 통합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 돌아갈 수 없을 경우에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부여하는 운동과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귀환프로그램과 시민권을 주는 운동이 동시에 전개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최정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해외의 사례를 소개하며, “합법이든, 미등록이든 간에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권리가 주어져 한다”는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난민신청자를 지원했던 ‘자발적 귀환지원 프로그램’이 최근에는 영국 내 5십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확대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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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ne 2007/06/10 [12:42] 수정 | 삭제
  • 그러니까 정부나 큰 조직들에서의 정책적인 면에서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강제추방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제외되겠죠. 합법 체류인 경우만이라도 적은 부분 적용될 수 있는 것도 배제는 하지 말아야겠죠.
    이주공동체나 작은 단체들에선 큰 규모가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귀환후의 삶과 여기에서의 계획과 삶을 꾸려가는 조금은 장기적인 지원이나 도움이 시도되면 좋을 것 같아요.
  • 2007/06/09 [13:51] 수정 | 삭제
  • 이주노동운동도 한국에서 민족주의 색깔을 빼고 인권운동이나 노동운동의 하나로 본다면, 정권투쟁 외에도 당사자의 삶을 지원하는 운동도 필요했죠.
  • mano 2007/06/08 [12:05] 수정 | 삭제
  • 자기나라, 자기 고향에 가서 적응을 못하는게 왜 한국사회의 책임입니까?
    말도 잘 안통하고 음식도 생활방식도 다른 한국사회에는 어찌 그리 적응을 잘하는지..

    불법체류자가 많은 이유가 뭘까요?
    그것은 한국이 불법체류하기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일단 관광비자로 입국한뒤에 한국정부의 비인도적인 이주노동정책때문에
    불법체류자가 되었다는데 웃기지 않습니까?

    어느 나라인지 딱 한나라 인구 5%만 들어와도 한국인구와 같다더군요.
    그 나라 인구의 5%는 한국인이 부러워할만큼 잘 산다고하던데..
    어째서 그 나라 잘사는 사람들 5%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것을 한국 사회가 떠안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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