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호텔업계에서 ‘아웃소싱’ 바람이 불고, 객실 청소와 정리 서비스를 담당하는 ‘룸 메이드’ 업무를 외주화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 년간 퇴사 강요와 불법파견 여부, 부당해고에 관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롯데호텔, 르네상스호텔, 인터콘티넨탈호텔, 그랜드힐튼호텔 ‘룸메이드’들은 호텔측이 용역업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해고한 데 맞서 복직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이 사직서 강요,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했다는 이유로, 호텔측이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사실상 ‘해고’를 한 것.
호텔룸메이드 여성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주된 요구사항으로 꼽으며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엔 룸메이드 업무를 외주화한 것 자체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노동’ 평가절하로 인해 외주화된 것
호텔룸메이드들이 강도 높은 노동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형편없는 처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여성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호텔룸메이드 여성노동자들은 월 100만원에 못 미치는(성수기 104만원, 비수기 96만원) 임금을 받으며 평균 주 42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또한 먼지, 무거운 기구 조작, 합성세재 등 화학물질 노출로 사고발생률이 높지만, 산재처리도 받지 못하고 있다.
원래 호텔의 객실정비 업무 담당자들은 호텔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었지만, 1999~2001년 사이 대부분 외주화됐다. 이 과정에서 호텔 측은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강요하고 용역업체로 승계했다. 용역업체는 기존 업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호텔 정규직 간부가 새로 회사를 설립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국여성노조 박남희 위원장은 “호텔과 용역회사 쪽으로부터 가장 여러 번 들었던 말은 ‘룸메이드 업무는 단순 청소업무이기 때문에 용역화(아웃소싱)의 대상이 되었고 임금을 점점 최저임금에 맞춰간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실제로 호텔 룸메이드가 용역화되고 최저임금 직종으로 하락한 것은 “100% 여성직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가 법적으로 부당해고 여부를 가리고 있는 과정에서 사측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룸메이드는 모든 호텔에 있어서 심장부 같은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책임과 범위의 한계는 거의 무한대라고 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때문에 룸메이드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경우, 호텔 측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룸메이드 업무는 단순 청소업무가 아닐 뿐더러 호텔 운영에 있어 심장부 같은 기능임에도, 여성의 돌봄 노동이자 전부 여성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됐다는 것이다. 결국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룸메이드 업무가 외주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객실정비업무 용역화, 정규직 노조가 합의해 줘
박남희 위원장은 “이러한 편견은 노동조합이 여성의 일을 바라보는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부분 회사측에서 룸메이드 업무를 “일의 주요도와 상관없이 용역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합의”를 거쳤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호텔 측과의 교섭과정에서 호텔룸메이드 ‘용역’을 합의하거나 인정했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가 룸메이드들의 투쟁에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정규직 노조로부터 “사업주가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박남희씨는 호텔룸메이드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복직투쟁을 해나가면서 “호텔과 대화의 필요성이 절실했고 정규직 노동조합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며, “그러나 적극적인 참여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은 아니더라도, 노동조합이 무엇 때문에 투쟁하는지를 전달하는 역할이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동조합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10개 지역 여성노동자회는 지난 18일 낸 공동 성명을 통해 호텔 측에 해고한 여성노동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고, “호텔룸메이드들이 용역화되는 과정을 용인했던 정규직 노조들은 지금이라도 룸메이드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지난 달 29일 열린 ‘호텔룸메이드 투쟁사례를 통해 본 여성노동의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서, 서종식 공인노무사(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보좌관)는 어느 정당이던 ‘노동시장 양극화의 불평등 심화’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며,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도 이런 시기적 중요성(선거 시기)을 바탕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검토결과 ‘위장근로’ 또는 ‘불법파견’에 해당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 김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안)는, 호텔 객실정비 업무에 대한 집중적으로 외주화는 “여성전용 직종, 그 중에서도 주로 중장년층 여성들이 집중된 업무를 대상으로 선정하여 이들 여성들의 근로조건을 더욱 저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되어온, 전형적인 ‘여성의 비정규화’ 과정의 사례”라고 꼽았다.
또한 김진 변호사는 “외주화를 통해 용역업체의 전문성이나 경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름과 법인격’만 빌리고 노무제공이나 이에 대한 지휘감독의 형식과 내용은 외주화 전과 비교하여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위장근로관계” 또는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관계”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법원이 이러한 외주화의 실질을 정확하게 간파하여, 사업의 주된 목적 부분으로 직접 노무의 제공을 받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지휘 감독까지 행하는 호텔 사업주의 노동법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며, “편법적 고용관행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아내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