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를 성추행 한 혐의(미성년자 추행)로 기소된 박명수 전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감독에게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한양석 판사)이 6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해 ‘봐주기 판결’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계 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와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던 문화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3개 단체는, 재판부가 박명수 전 감독에게 실형을 언도하지 않은 것을 규탄하며 당일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단체들은 가해자가 10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끈 영향력 있는 농구계 인사로, “선수 선발권과 선수연봉책정 등의 막강한 권한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이 “감독이라는 지위를 악용한 구조적인 폭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내리지 않은 이유로 ‘농구계 발전과 국위선양에 힘쓴 점’, ‘평생 농구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감안했다는 것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 그 심각성을 무시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국가대표팀 감독, 농구계 유력 인사라는 지위”가 성폭력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이었는데, “어떻게 이것이 감형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라고 재판부 측에 따져 물었다.

특히 ‘가해자가 중요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니까 한 번의 실수는 눈 감아 주자’거나, ‘지금 그 사람이 없으면 우리 팀이 힘들다.’라는 식의 말들이 이제껏 스포츠계 성폭력 사건을 침묵시켜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의 용기 있는 문제제기가 스포츠계의 위계적 구조와 그로 인한 성폭력을 사회적으로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가해자의 지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가 덜 처벌 받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것이 대한민국 사법부가 세우고 싶은 정의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성폭력 사건에서 상당 수 가해자들이 내세우는 ‘술 취해서 그랬다’ 식의 변명을, 재판부가 판결문에 명시해가며 감형 조건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술이 죄지, 사람이 죄냐’는 재판부의 온정주의가 “가해자의 면책 수단이 된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

단체들은 가해자가 만취 상태였다는 것은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식의 판결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술 취하면 성폭력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부 판결을 규탄하며 3개 단체들은 “검찰의 항소를 통해 판결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