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외주화 ‘엄청난 사회적 비용 따를 것’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대안을 찾아

정희선 | 기사입력 2007/07/24 [03:14]

승무원 외주화 ‘엄청난 사회적 비용 따를 것’

KTX와 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대안을 찾아

정희선 | 입력 : 2007/07/24 [03:14]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500일을 넘긴 가운데, 문제 해결에 있어 고용안정뿐 아니라 복직 후 ‘어떤 업무를 하느냐’의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떤 업무를 하느냐’의 문제 간과해선 안돼

지난 18일 열린 KTX 새마을호 문제해결을 위한 4차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기화된 KTX 승무원 문제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하는 고용형태에 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김경희 교수는 “고용형태뿐 아니라 현재 해고노동자들이 복직 후에 어떤 업무를 하느냐 하는 것도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승무 업무는 단순한 접객서비스가 아니라 안전까지 포함하는 업무인데, 철도공사가 작위적으로 승무 업무를 분리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원점부터 되짚었다.

다시 말해 자칫 현재 승무원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철도공사에 직접고용만 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으로, 대안을 이야기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외주화는 ‘여성의 일’에 대한 통념의 결과

김 교수는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장기적인 대안으로, 일단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의 남용을 막아야 하며, 직무의 가치에 중점을 두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순 직무 노동자의 경우에,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의 기준, 그리고 직무의 가치를 산정할 때 성차별 통념이 반영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우리은행 등 금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별도의 직군으로 묶어 정규직화하면서 어느 정도 고용안정을 보장해줬지만, 그 대상이 ‘왜 전원 여성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다시금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공사의 경우에는 승무원의 안전 업무와 접객 업무를 분리하여 승무 업무를 외주화하는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접객 업무가 ‘가치가 낮은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의 통념을 따른 성차별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즉, 철도공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외주화 기준을 들여다보면 ‘어떤 업무이냐’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이 하는 업무는 가치가 낮고 단순한 업무로 규정되어 외주화되고 있고, 결과적으로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간접고용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공공부문은 차별의 방패막 역할해야

김경희 교수는 이런 식의 성차별 경영 방식이 당장 눈에 보이는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이후 여성노동자들의 낮은 직무만족도를 유발하고 성차별 노동시장을 정착시키는 등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전체가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이 점에서 특히 “KTX 사태가 공공부문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신자유주의적 경영 방식이 몰아치고 있지만, “공공부문은 차별의 방패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한국 사회에서 공공부문이 앞장 서 성차별 고용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희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과연 공공성에 대한 조그만 합의라도 있는지가 의문스럽다”며, “(KTX 승무원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여론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이유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마을호 승무원들과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승무업무 외주화 방침에 항의하며, 서울역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철도노조와 철도공사가 승무원 문제를 안건으로 하여 노사간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합의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사는 2007신문발전기금 소외계층 매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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