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돕기 왜 외면하는가?

빈그릇 운동, 옥수수 보내기 동참을

한 숙 | 기사입력 2007/08/31 [01:01]

북한돕기 왜 외면하는가?

빈그릇 운동, 옥수수 보내기 동참을

한 숙 | 입력 : 2007/08/31 [01:01]

<필자 한 숙님은 국제난민 구호사업과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탈북난민 인권개선 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 ‘좋은벗들’의 활동가입니다. -편집자 주>



제3세계 어린이는 도와도 북한사람들은 도울 수 없다?

“다 핵 만드는 데로 간다”, “김정일이 좋은 일만 시킨다.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라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북한 사람 줄라면 나나 주소”, “북한에 가는지 안 가는지 알게 뭐야”, “돈 내면 다 총되어 우리한테 겨눌끼라”, “북한? 북한을 도와준다꼬? 우리 아버지가 빨갱이한테 돌아가신는데… (눈을 부라리고 한대 칠 듯이)“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하다가 자주 듣게 되는 말들이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북한은 아직 우리의 주적이며, 1950년에 일어난 전쟁은 아직도 우리 속에서 진행중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못마땅하고 불편한 표정을 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반면 인도라든지 제3세계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할 때는 반응이 다르다. 어쩌다 “한국사람도 굶는 사람 있는데….”, “제대로 전달은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그 정도에서 끝나고 사람들이 선선히 모금에 응하고, 아이들의 상황을 알리는 안내용지를 받아 든다.

참 아이러니다. 북한주민들은 반만년 이상 우리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왔던 사람들인데,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인들을 돕는 일에는 응하면서 정작 죽어가고 있는 북한의 어린이와 주민들 문제에 대해선 눈도 깜짝 않고 자기 생각만을 이야기하며 지나치다니….

이제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아프리카 난민이나 제3세계 어린이를 돕자는 공익광고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소외되고 굶주리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성숙한 생각이 이제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남한의 적”이라는 뿌리깊은 이데올로기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도적인 마음보다도 더욱 강하다는 것이 문제다.

과거 계속되어 온 반공교육과 주변 강대국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장해놓은 북핵에 대한 공포감,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들, 선거 때만 되면 재현되는 보수/진보 진영의 싸움, 전후 세대의 무관심 등이 다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까지도 굶주림을 경험했던 우리인데, 이제 텔레비전에는 먹을 것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며 살과의 ‘전쟁’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 분단경계선 위에 있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기아 상태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굶주림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후의 것까지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

정토회는 북한의 수해와 굶주림으로 인한 기아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 100g의 옥수수밥, 옥수수 죽을 일주일 간 먹는 것이다. 100g은 북한 중산층이 먹는 양이라고 한다. 그 정도의 양을 한시적으로 먹고도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데, 그마저 먹지 못하는 기아 상태에서 사람들의 마음과 정서는 과연 어떤 상태일까?

기아 체험을 함께한 사람이 육성으로 남긴 말을 여기에 옮겨본다.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100g을 먹는다는 말에 밥 한 공기니까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끼째 먹는데 옥수수 냄새가 나고, 한 공기를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반공기만 먹었다. 다들 힘들어해서 죽을 만들어 먹으니 술술 잘 넘어갔지만 배는 빨리 고파왔다.

허기가 지면서 힘이 없어지고 머리가 맑지 않았다. 중국산이라 혹시 농약이 든 것이 아닌가 해서, 공양 준비 때 옥미를 우려서 쓰기도 했다. 물김치와 같이 먹으니 훨씬 좋았다. 북한에 김치와 된장, 간장, 고추장도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일째 저녁 되니, 많이 먹어서 머리가 아프고 꺽꺽거리는 것이나, 못 먹어서 머리 아픈 것이나 샘샘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적게 먹는 편이 여러 모로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좀 가벼워지고 활기를 찾았다. 그래도 오후가 되니 다운됐다. 날씨가 더우니 더했다.

기력이 없어 저녁 잠을 보통 때보다 일찍 잤다. 아침에는 개운하고 맑은데 오후 3-4시가 되니 너무 힘들었다. 점심때 잠깐 쉬면 좀 나은데, 일을 하게 되는 날은 아주 힘들었다. 온 몸에 미열이 나는 것 같고, 뭔가 모르게 화가 나는 것 같았다. 바쁜 일이 있어도 빨리 걸을 수 없어 느릿느릿 걸었다. 회의 중간에 누워있는 이들이 있었고, 회의 때 졸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중략)

북한사람들이 지금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흘째 옥수수 죽을 먹는데도 힘든데, 오래 동안 안 먹는다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허기가 지니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희망이 없어졌다. 저녁 메뉴가 뭘까 하는 희망이 없어졌다. 그저 누워있고만 싶었다.”

고통은 이제 그만! 옥수수 보내기 운동에 동참을

지난 1995년 대홍수 이후 1998년 말까지 3년간 북한에서는 무려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3년간의 한국전쟁으로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숫자다. 올해 북한에 닥친 큰 물 피해로 또 이와 같은 일이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취약계층 주민들의 고통. 우리에게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아 모르고 지내는 동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 수많은 사람이 굶어서 죽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수십만 명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한다면 인권을 얘기할 자격이 없는 것이리라. 지금 우리가 움직인다면 그들을 살릴 수 있다. 우리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설사 이념 속에 갇혀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쟁 속에서도 부상당한 적을 치료한다는 인도주의 정신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북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토회는 옥수수 보내기 운동과 <빈그릇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빈그릇 운동>은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는 소박한 실천으로, 환경을 살리고 지구 상에 굶주리는 이웃들을 살리는 ‘비움과 나눔’의 운동이다. 또한 정토회 회원들은 기아체험 기간 동안 기호식품과 간식을 먹지 않기로 결의하고 이를 실천해가고 있다.

옥수수 1000톤 보내기 “기아 STOP! 우리만이 희망입니다”
'The End, 고통은 이제 그만'
북한 동포 생명 살리기에 동참해주십시오.
국민은행: 484201-01-134875 (사)한국제이티에스 (02-587-8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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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도 2008/11/11 [22:59] 수정 | 삭제
  • 우리나라부터 챙기고 보자고
  • 한 숙 2007/09/08 [01:06] 수정 | 삭제
  • 저는 재작년 일본 NGO 단체를 여러 곳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일본 활동가들은 북한을 다녀왔더군요.
    그 때 저는 [ 좋은 벗들 ]에서 일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자연스레 북으로 가는 구호물품이나 돈이 잘 전달되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북한을 4-6차례 다녀온 이들은 말했습니다.

    [ 아프리카로 가는 구호금은 15%만 실제 필요한 이들에게 가고 북한으로 가는 구호금은 15%만 누수되고 다 주민에게 간다 ]

    물론 일본 활동가들의 개인 경험이 주였겠지만 우리보다 활동 기간이 긴 이들의 말이라 신뢰가 갔습니다.

    그리고 [ 좋은벗들 ]의 구호 식량은 거의 100% 굶는 주민에게 갑니다.
    외국적자인 교포 활동가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나눠지는 과정을 봅니다.

    물론 민간 단체가 안나서도 되게 정부가 주도해서 굶주리는 북 동포에게 주면 얼마 좋을까요?

    작년 큰물난리때 북에서 우리 정부 것도 적십자 것도 안받겠다면서 JTS것은 받겠다고 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좋은벗들과 JTS는 정토회 내의 유기적으로 연관된 단체입니다. )

    주어도 제대로 주고 그들의 아픈 곳은 어루만져주니 자존심 강한 북측에서 그런 발표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홍수 피해를 신속하게 북한 내부와 서방세계와 우리나라에 알린 것을 보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음을 짐작합니다.

    북한 소식을 알고 싶으시면 [ 좋은벗들 ]에서 매주 나오는 "오늘의 북한 소식 "을 보시면 됩니다.
  • ray 2007/09/04 [14:19] 수정 | 삭제
  • 저도 모금활동에 대해서 언제나 신뢰하는 편은 아닙니다.
    예전에 방송국에서 수재민돕기 모금한 돈 어디에 갔는지 모른다는 보도 보고서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구요. 거리에서 모금함 든 사람들 보면 언제나 어느 단체에서 나온 건지 확인을 해봅니다.
    헌데 꼭 북한어린이나 북한 수재민 돕기 같은 모금에 대해서 구호사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의아하다고 생각합니다. 굶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는데, 구호물품 받아서 국력을 너무 키울까봐 걱정하는 것일까요? 남한에 쳐들어올까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인도적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옥수수로 옥수수 죽밖에 더 만들겠습니까.
  • 혜선 2007/09/04 [09:56] 수정 | 삭제
  • 모금이 실제로 북한 주민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 사람들이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무시할 만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실태를 알고 있으면서 그것이 구호의 손길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불투명한 구호 경로때문임을 인정하고 국가적 차원의 구호 사업의 당면과제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모금을 하는 일반 시민들이 이데올로기에 어두워서 그렇다, 혹은 아직도 북한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몰라서 그렇다고 질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 아닐까요.
  • 명이 2007/09/04 [01:20] 수정 | 삭제
  • 그렇군요. 이념을 떠나서, 국가의 경계 같은 것을 떠나서,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군요.
  • 유가현 2007/09/01 [18:53] 수정 | 삭제
  • 읽고 토론하려고 이 기사를 프린트했습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역사가 가두는 사람들의 사고에 대해 짚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내가 할 수 있나, 왜 내가 도와야 하나 질문하면 좋겠습니다.
  • 2007/08/31 [06:22] 수정 | 삭제
  • 빈그릇 운동은 한국 같은 소비 사회에서 개개인이 낭비를 줄이면서 그로 인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참 뜻 있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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