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보다 아이가 자유시간이 적은 걸까,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초등학생, 집안 사정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려 했으나 야간자율학습을 빠지려면 전학을 가라는 담임의 말을 듣고 자살한 학생.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쳤던 198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십대들의 현실이다.

11월 3일, 십대들이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에 섰다. 두발규제, 소지품 검사, 살인적 체벌과 입시지옥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십대는 “죽었다”고 외치면서.
두발자유, 용의복장자유, 체벌금지,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교육권 등 청소년인권을 위한 요구를 꾸준히 해온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이하 청소년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2시 명동 유네스코 회관 앞에서, 형식화된 학생의 날을 비판하고 청소년 인권보장을 요구하며 집회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명에 동참한 한 19세 남학생은 “선생님의 기분이 나빴을 때 화풀이 상대가 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며, 십대라는 이유로 부당한 체벌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함께 서명한 여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두발규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십대들의 인권이 보장받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 “선생님들이 구시대적인 권위주의를 깨줄 것”을 주문했다.

거리를 지나는 십대들이 참여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들에는 “성적으로 차별하지 말 것”, “성적보다 적성을”, “학생들의 소중한 의견에 귀 기울여 줄 것”, “소지품 검사 그만” 등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십대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의 단면들을 읽을 수 있었다.
11월 3일 광주학생운동을 기리며 제정된 ‘학생의 날’은 지난해부터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청소년네트워크는 1929년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와 자치권, 교육제도의 개혁”을 요구했다는 내용은 감춘 채, 학생독립운동을 “기념일로 포장하여, 학생의 날을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만 가둬두고 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팍팍한 입시경쟁, 일상화된 인권침해 속에서 형식화된 ‘학생의 날’은 이미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청소년네트워크 측은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자, 저항의 날이 되어야 한다”며 “두발복장자유, 체벌금지, 소지품 검사금지, 학생회 법제화 등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기본정책을 지금 즉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하고, 대학평준화, 교육재정 확충으로 교육권을 보장”하며, 더 나아가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와 참여권리를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