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남북여성교류의 허와 실

북한인권 관심갖는 여성평화운동을

윤정은 | 기사입력 2007/12/11 [04:40]

[논평] 남북여성교류의 허와 실

북한인권 관심갖는 여성평화운동을

윤정은 | 입력 : 2007/12/11 [04:40]
최근 몇 년 동안은 북한주민들의 삶이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한국 사회에서 전달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로 인해 고조됐던 위기감이 사라지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뿐 아니라 민간단체들 또한 북한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이제는 당일 개성으로 육로를 통해 여행까지 하고 올 수 있게 됐다.

남북간 정치경제적인 관계 진전과 더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실제로 남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한반도 주민들로서 서로가 어떻게 민간 교류를 해나갈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인다. 현재도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식량부족으로 굶주림을 국제 사회에 호소하고 있고, 최근엔 가장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여성들이 겪는 성매매와 가정폭력 등과 같은 여성인권 문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 시민사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움직임 또는 조치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남한의 시민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여성교류, 머리 수보다 중요한 것은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이 <오늘의 북한소식> 100호를 냈다. <오늘의 북한소식>은 그간 한국 사회에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관련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남한에 전달되었던 북한소식 중 가난한 북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눈에 띤다. 국경 주변에서 식량을 구하러 다니던 북한여성들이 중국에 인신매매나 혼인형태로 팔려가는 사례들이 그동안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면, 현재는 북한 내부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의 여성들이 겪는 성매매와 가정폭력 등과 같은 여성인권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남북민간교류에 여성계 인사들이 몇명 포함됐다는 소식이나, ‘남북여성교류 급물살 탄다’는 둥의 여성계 뉴스들을 보면, 남북여성교류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북한 여성들의 현실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북한을 방문하는 시민단체들이 부쩍 늘었지만, 정작 북한을 방문한 시민단체 활동가들 사이에선 남북 민간교류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엔 시민사회가 없다 보니, 막상 민간교류라고 해서 북한엘 가면 남한은 민간단체에서 왔지만 북한에선 당국에서 파견된 이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서로 악수하고 미소를 교환하지만, 민간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나 의견 교류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한에서는 남북 민간교류라고 떠들고 있지만 결국 “정부 들러리” 서주는 것밖에 더 되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여성이 겪는 차별, 인권문제에 관심 가져야

이제 남북 여성대표들의 만남을 주도해 온 여성평화운동 진영은, 민간교류가 갖는 의미에 대해 여성의 관점으로 재평가를 해야할 시점이다.

북한여성들의 인권과 차별 문제에 대해 여성평화운동 진영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더는 ‘남북여성교류와 북한인권개선 문제를 함께 논의할 순 없다’고 정당화해선 안 된다.

그동안 북한 측과 만나온 여성계 대표들은 '민간교류가 이루어지려면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이유로, 북한 사회의 성차별이나 여성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침묵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해오며 북한 측과 만나온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이, 교류와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교류 및 대북지원’과 ‘남북한 인권’ 문제가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몇 사람만의 ‘남북여성교류’가 아니라, 진정으로 북한 여성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북한여성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 당국’과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다른 부분을 가려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오랜 굶주림과 가부장적 사회질서 속에서 북한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왜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북한사회에서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북한 내부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는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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