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어야하는 게 제일 힘들어”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3

윤정은 | 기사입력 2007/12/31 [20:50]

“항상 웃어야하는 게 제일 힘들어”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3

윤정은 | 입력 : 2007/12/31 [20:50]

백화점, 대형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을 상대로 하는 노동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동자들은 일상다반사로 고객이나 관리자로부터 욕설과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언어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고객으로부터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유통서비스 직종 노동자뿐 아니라 텔레마케터 등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폭력, 감정노동의 문제는 전통적인 산업재해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유통서비스 분야의 안전보건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비스직 여성들 많은 수가 우울증

“예, 모니터… 백화점에서도 하고 본사에서도 해요. 그거 정말 스트레스가… 이렇게 매뉴얼이 있잖아요. 사람의 친절이라는 것은 감정적인 건데, 그걸 꼭 매뉴얼에 의해서… 그 매뉴얼대로 하면 100점인거구, 정말 친절했어도 매뉴얼대로 안하면 빵점이에요. 그런 평가가 어디있어. 감성적인 부분인데. 저희는 본사에서 하는게 되게 심해서 노란봉투가 날라와요. 그거 잘못하면 월급 안올라요. 점수 잘 받으면 월급 올라가냐 그건 아니에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두번 걸리면 그만 둘 생각해야 돼요. 두번째 걸리면, 모두한테 낙인 찍혀요. 무언의 압력이 오죠. 점수도 공개되요. 1등부터 몇 백 등까지, 정말 심각하죠. 다 싫어하죠.” (L 백화점 사례)

“우울증. 사실 제일 걱정돼요. 직장에 대한 얘기를 남편한테 구구절절 얘기를 못하겠어요. 대화가 안돼요. 남편은 직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걸 이해를 못하구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랑 대화하고 싶지가 않아요. 혼자 풀죠. 집에 가면 말이 현저히 줄죠. 매장에서 말을 많이 하잖아요. 목이 아파요. 집에 가면 말 안하죠. (중략)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과격하고 폭력적이에요.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고객들을 상대로 생기잖아요.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괴감 이런 것도 생기고. 집에 갈 때 우울해요. 난 왜 이럴까. 저희가 좀 심한가요? 다른 데보다 심한가요?”(H 백화점 사례)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소속 김신범씨가 “유통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의제개발”을 위해 백화점에 입점한 화장품판매 노동자 2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여성노동자들이 고객으로부터 무시와 폭언을 당했거나, 우울증 등 심한 스트레스, 감정노동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일하는 여성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육체적 고단함보다도 “회사나 고객으로부터 받는 모멸감”이 더욱 힘들다고 했다. “고객을 보면서 항상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 자체가 상당히 힘들고 스트레스”라는 것.

“고객한테 멱살을 잡힌 경우도 있어요”

고객이나 관리자들의 인격적 무시, 폭언뿐 아니라 때론 고객이 행사하는 물리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입는 경우도 조사됐다.

“고객한테 멱살을 잡힌 경우도 있어요. 사용한 거 안 바꿔줬다가. 자기가 사용했으니까 안 바꿔주는 게 당연한 건데… 안 바꿔준다고.. (맞은 적도 있어요?) 저는 맞은 적은 없는데 맞는 직원도 있어요. 던지는 거 맞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데도 맞아도 고소를 못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백화점 이미지 관리해야 하거든요.” (H백화점 사례)

서비스 직종 여성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교육실장은 “서비스 노동자를 존중하는 날 캠페인”을 제안했다. ‘고객이 왕’이라는 말이 잘못 전도되어 한편으론 서비스직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선 서비스 직종 여성노동자들의 ‘친절’ 이미지만 강요했을 뿐, 정작 이들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문제나 건강권에 대해선 도외시해온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노동자를 존중하자’ 캠페인 필요

이와 관련해, 영국에서 규모가 큰 노동조합으로 알려진 USDAW는 소매업, 유통서비스 업종에서 “폭력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USDAW에는 상점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보험설계사, 홈쇼핑, 약국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34만 명이 조직화되어 있다.

USDAW에 따르면 “상점에서 일하고 노동자들 중 매일 매 순간 한 명씩은 욕설을 듣고 있으며, 폭력이나 물리적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USDAW는 상점 및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막 대해도 좋다는 식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두려움 없는 현장”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 운동은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소매업 노동자의 안전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3년 9월 17일을 처음으로 “상점노동자를 존중하는 날”로 지정하고 캠페인을 벌였고, 올해는 7월 11일에 행사를 가졌다.

USDAW 노조 활동에 비춘다면, 한국에서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이제 막 입을 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직업성 질환이나 산업재해 통계에도 서비스 직종 여성들이 호소하는 우울증, 스트레스, 폭력 문제는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들 여성노동자 스스로 노동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작업환경, 건강문제 등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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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영이 2011/11/05 [23:19] 수정 | 삭제
  • 원래 주는대로 받는다.ㅋㅋ
  • 개념없는 여자 2008/02/29 [12:34] 수정 | 삭제
  • 특히 마트에서 서비스업 하는 아줌마같은 여자들, 솔직히 말해서 웃지도 않는다.
    친절은 이미 둘째치고( 불친절), 더럽게 말을 걸면 귀찮듯이 대한다.
    서비스업에서 하기 싫으면 하지말라, 그게 차별이라하는 더러운 냄비근성가지고 뭘하려는지 정말 굼굼하다.
    추하다증말..
  • 스타 2008/01/08 [03:19] 수정 | 삭제
  • 알고보면 진짜... 일할 곳 못됩니다.
  • 시민아 2008/01/02 [16:32] 수정 | 삭제
  • 기사는 읽었니?
  • JaM 2008/01/01 [16:58] 수정 | 삭제
  •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르지만
    그런 방식 계발해 낸 인간들이 정말 인간인가 싶다.

    백화점만 아니라 콜센터 맡는 곳들 대부분 비인간적인 모니터링을 한다.
    인간보고 인간 아닌 존재가 되라는 거나 다름 없구.
    뻔한 멘트나 하라고 하구, 친절이 마음없이 어떻게 친절일까 싶게..
    엽기에 가까운 쇼를 하도록 만든다.

    관리자들 나와서 하는 짓, 그들은 스스로 우습지 않나?
    모니터링 방식.. 그런 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객 불편처리를 해주면 되지 않을까?
  • 시민 2008/01/01 [15:10] 수정 | 삭제
  • 백화점 할인마트 여직원들의 미소는 가식과 위조품 그자체이다.
    손님 앞에서는 미소로 맞이하지만 손님 뒤에서는 뒷담화와 평가로 ....
    특히 화장품 귀금속 고가의류 매장 여성 점원들의 사가지는 하늘을 찌른다.
    원래 백화점이나 할인점이라는 곳은 허영기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인지
    아니면 일터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허영기 (소위 눈이 높다고 표현=일명 안구 사시증) 많게
    만드는 지는 모르나 암튼 정말 사가지 없는 사람 특히 사가지 없고 세상 착각하며 사는
    여성들의 집합소임이 틀림없다.
    백화점 할인점 뿐 아니라 대부분의 화장품 귀금속 고가의류 고가수입품 매장 여성 점원들은 암튼 꼴통들이 다수이다. 쉬는 시간에 담배나 피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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