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항 인근주민들 ‘있을 수 없는 사고였다’
서해기름유출사고 많은 의혹들 계속 제기돼
윤정은 | 입력 : 2008/01/11 [06:06]
서해기름유출사고 이후 방제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해주민들은 철저한 사고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환경단체는 삼성중공업의 항해일지 조작 주장 등을 주장하고 “해경과 검찰은 보다 엄정한 재수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있었던 지난해 12월 검찰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조사결과가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기사들보다 진척된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조사결과를 내놓는데 2주의 시간을 쓴 것과 자료도 배포하지 않고 (해경 수사발표가) 구두로 서둘러 마무리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사고를 조사했던 태안 해양경찰서 또한 새벽 파도가 높이 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선박을 운항했던 점, 관제실 호출에 1시간 이상 응답하지 않는 점, 유조선 선장이 사전에 충돌위험을 알고도 적절한 대피조치를 않은 점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 해경은 석연치 않은 대목을 언급하면서도, 의혹의 쟁점이 되었던 지점에 대해 일절 밝히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선박운항의 결정한 책임자가 밝혀지지 않은 점 ▲크레인 예인선단이 해경의 경고 무선을 받지 않은 이유가 확인되지 않은 점 ▲강철 와이어가 왜 갑자기 끊어졌고, 사고 당시 삼성의 예인선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불분명한 점 ▲유조선이 불법 위치에 정박한 이유 등을 규명해야 할 중요한 의혹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해경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의혹에 의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산항 어민들의 목소리 호소력 얻어
기름유출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은 불식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동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대산항을 중심으로 “수십 년 동안 배를 띄운” 어민들은 이번 기름유출사건이 “의문점” 투성이라고 말한다. 동영상에 등장한 어민은 소원연합영어조합법인 이성원씨다. 어민들의 조합인 영어조합법인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의 증언의 요지는 당시 삼성중공업 배의 운항 방식을 설명하면서 ‘고의가 아니고선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제기되어온 의혹의 쟁점인 해경의 ‘경고 무시’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의 배가 유조선 쪽으로 운항한 방식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전한다. “그 정도의 크기의 배를 몰려면 6급 이상의 해기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여야 하는데, 배를 모는 선장이라면 최소한 상식으로 통하는 모든 사항을 무시하고 유조선으로 접근하는 게 납득이 안 된다는 것.
또 이성원 사무국장은 초동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기름피해가 확산되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조선과 충돌 사고를 접하자마자 어민들은 마음이 다급해 해양경찰서로 찾아가 “도와줄 거 있나 물었지만 해경이 오일펜스도 쳤고 초동 조치가 끝났다”며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30cm두께로 밀려온 기름 층으로 밀려오는 검은 바다를 보고, 해경에 빨리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하고 주민들이 “다라이, 바께스, 바가지를 사서” 기름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가슴이 타 들어가 해경에 “흡착포를 달라”, “오일펜스 쳐달라”고 요구하며 밀려오는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에 열을 올렸지만, 정부의 초동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기름제거작업에 가장 분주히 나섰던 주민들은 “(사고가) 터진 것도 의심스럽지만, 초동 조치도 왜 안 하냐? 자꾸 확산되길 원한 거 아니냐?”고 원망할 정도로, “몇 일이 지나도록 해경과 관련 기관들이 방치했다”고 했다.
또한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화제를 살포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이 동영상을 만든 제닉스(네티즌)는 “(이 인터뷰는) 한 명의 말이 아니다. 모든 주민이 이구동성 하고 있는 말이다”고 전했다. 또, “내가 제기하는 의문은, 모든 주민이 한결같이 한 목소리로 이런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왜 방송 어디에서도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동영상을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이 동영상은 블로거들이 실어날라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낱낱이 목격해온 대산항 인근 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호소력을 얻고 있는 것.
한편 6일, 태안 현지에 ‘서해기름유출사고 공익법률상담소’가 문을 열고, 피해주민에 대한 법률지원을 시작했다. 지역환경시민단체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민변 대전충청지부가 함께 한다. 공익법률상담소는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과 “피해주민 대상 법률지원”을 주요한 활동 목표로 밝히고, 6일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기상 2008/01/17 [12:12] 수정 | 삭제
- 시민 2008/01/11 [15:22] 수정 | 삭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