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 학생성폭력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4편의 홍보배너를 제작해 홈페이지에서 상영 중이다. 총 4편의 홍보배너는 ‘싫어’, ‘네 잘못이 아니야’, ‘설마’, ‘때 늦은 후회’로 구성되어 있고, 이 캠페인은 1월 15일부터 시작해 2월 10일까지 계속된다.
먼저 홍보배너 ‘싫어’ 편부터 보자면, “엉덩이 더듬기, 가슴 만지기, 강제키스, 음란 메시지 전송” 등이 “성폭력 범죄”임을 꼬집어 말한다. 그러나 싱글거리며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지는 남학생과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의 모습 등. 이용된 삽화들이 오히려 보는 여성들에게 성적으로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런 설정과 행위를 묘사한 삽화가 배너를 보는 남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될까. 성폭력 행위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인식보다는 소년만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성적유희에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이 배너들은 학생성폭력을 학생과 학생 사이, 남학생 가해자와 여학생 피해자로만 전제하고 있으며 성폭력을 “음란전화, 엉덩이 더듬기, 가슴 만지기, 몰래 카메라 촬영, 강간”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성폭력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심적, 육체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폭력’이다. 이런 이해가 선행되기 전에 특정 행위로만 성폭력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소위 ‘강도 높은’ 성적 행위가 아니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효과보다 예산 낭비 우려돼 한편, ‘때 늦은 후회’ 편에서는 ‘성폭력 가해자’가 된 남학생이 학교에도 못 가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취직도 못하고 실패와 후회로 인생을 보낸다며 이렇게 말한다. “순간의 성폭력 결국 자신의 일생을 망칩니다.” 배너가 말하는 메시지는 성폭력이 ‘범죄’이며, 성폭력을 저지르면 ‘범죄자’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설마” 편에서도 “평생 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위협적 대사를 던진다. 물론 성폭력이 사소한 일이 아니며 ‘범죄’임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성폭력이 타인에 대한 폭력이고 인권침해라는 점을 함께 이해하고 있을 때 진정으로 ‘예방’의 힘을 가지는 것이다. 왜 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해서 ‘너 잘못하며 벌 받고 사회에서 매장된다’고 말하는 것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수정하는 교육효과를 가질 것인가는 의문이다. 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체벌 등의 방법을 통해서 행동을 수정하려는 일방적 교육태도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십대를 대상으로 만화, 온라인 배너 등 십대에게 친숙한 매체를 활용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것은 좋은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관점 없이 쉽게 만드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래 목적에 부합되지도 못하고, 단지 이벤트에 그치는 이러한 캠페인은 교육적 효과보다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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