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지로 학생정신건강 파악, 실효성 있나

교육부 실태조사에 우려의 목소리 제기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2/22 [04:30]

설문지로 학생정신건강 파악, 실효성 있나

교육부 실태조사에 우려의 목소리 제기

박희정 | 입력 : 2008/02/22 [04:30]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조기에 진단하겠다는 목적으로 시범실시 중인 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설문문항 중에 성경험이나 성폭력, 성매매 경험 등 쉽게 드러내기 힘든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내용을 모두 부모에게 전달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원조교제, 성폭력, 약물사용 경험 질문해
 
▲ 청소년 정신건강 및 문제행동 선별설문지(AMPQ) 중에서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우울, 불안, 고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음주, 흡연, 약물, 비행 및 폭력, 인터넷 중독, 성행동, 자살, 통제력 상실” 등의 항목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설문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1학년, 4학년과 중고등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초등학생은 ‘아동문제행동 선별 설문지’(CPSO)의 26개 문항을 학부모가 작성하고, 중고생은 ‘청소년 정신건강 및 문제행동 선별 설문지’(AMPQ)의 34개 문항을 본인이 작성하게 된다. PSO는 총점수가 13점 이상, AMPQ는 67점 이상이면 정밀검진 대상으로 분류된다.
 
중고생 대상 설문지의 경우 ‘원조교제나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불법약물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등 ‘위험문항’에 긍정반응을 보이면 기준점수 이하라 하더라도 심층면담이나 정밀검진이 필요한 학생으로 포함시킨다.
 
조사결과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분류된 학생의 경우 가정에 통보해 지역 정신보건센터, 병원 등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연계한다고 한다.
 
‘성폭력 당했다’ 응답할까? 실효성 의문
 
그러나 한 장의 설문지를 통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학생들이 설문의 방식이나 교사와 학생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고 응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박모(18) 학생은 “솔직히 애들이 선생님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문제될 내용이 있을 경우 솔직하게 대답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18) 학생은 “(나는) 상담교사와 친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을 경우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역시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것은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장은숙씨는 설문지를 준다고 학생이 답할 거라는 식으로 조사하는 방식 자체가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민혜영 교육연구사는 설문지 내용은 “일반인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해서 보건복지부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간편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지가) 진단용이 아니고, 진단과정으로 갈 아이들을 선별하는 약식화된 자료”로서 “타당성과 신뢰도를 사전 조사했으며, (응답 학생에게) 문제성 경향이 있는지 선별 가능한 도구로 검증”되었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무조건 통보하는 방식도 우려돼
 
▲ 초등학교용 아동문제 핻동 선별설문지 (CPSO)
한편, 설문문항 중에는 정신건강과 관련되었다고 보기에 힘든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부모가 작성하도록 되어있는 초등학생 용 설문지에는 ‘지능이 낮다’, ‘또래에 비해 읽기 셈하기를 잘 못한다’ 같이 지적 능력의 정도를 묻는 항목이 있다.

 
현직교사인 남희정(35)씨는 “아마도 과잉행동장애라든지 다른 요소가 있으면, 학습 정도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기 때문에 넣은 문항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지능은 “(정신건강이 아니라) 학습능력과 관련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문항이 “지능은 낮지만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대해 편견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부모에게 무조건 통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소소한 것까지 부모님들과 공유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애매할 때가 많다”며, “부모님과 의논해서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부모도 있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김상욱 서기관은 “정신건강에 대한 게 예민한 부분이고, 학부모에게 ‘당신의 자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것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검진결과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담임교사 이외에는 공개를 못하도록 하고 개인정보 관리 철저하게 하라고 조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지난해 96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되었으며 96개교 3만1천180명 중 15.8%인 4천918명이 정밀검진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2010년 전체 초중고교에서 실시할 것을 목표로 연차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며, 올해는 전국 245개교에서 5~6월 중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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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부 2009/04/25 [13:29] 수정 | 삭제
  • ㅉㅉ 우리세상이 이상하게 도는겉 같네요~~
  • 이귀염 2008/11/17 [20:33] 수정 | 삭제
  • 저도 학생이라서,,, 이런 설문조사를 하면요,,,,
    정말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그렇다고 요즘엔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
    아마 한사람도 없을껄요,,,
    언제는 도와준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놓고는,,,
    나중에는 나몰라라,,, 우리를 완전 더러운사람 취급하는것이 어른들이거든요,,,,
  • 11 2008/05/13 [01:24] 수정 | 삭제
  • 저 중학교 다닐 때도 저런 설문을 했었는데 말이죠. 그 때 저는 '우릴 바보로 아나. 누가 이런 거에 정직하게 대답해.'이런 생각했지 말입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익명성 보장도 안 되고,. 설령 진짜로 비행을 저지르거나 폭행을 당했다 쳐도 저라면 never ever 저 설문에 yes라고 대답하진 않았을 겁니다. 어차피 당장 설문지 걷을 때 주변 애들이 다 볼 걸요. 그럼 그 다음부터는? 신나게 남들의 뒷담화 소재가 되어주다가 결국 또래친구들로부터 매장당할 거란 건 불보듯 뻔한 일이겠죠.
  • panda 2008/02/24 [13:36] 수정 | 삭제
  • 설문조사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누가 참여했는지 의문스럽군요. 제가 봤을 때는 질문 문항들이 별로 타당성과 신뢰도가 높아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설문이 학교라는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그 기본이 되는 배경을 혹시 간과한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 2co 2008/02/23 [14:15] 수정 | 삭제
  • 선생님을 100% 믿지 못하는 한, 절대로 솔직하게 답하지 않을 것 같은 데요..
    학교에서 어떻게 교사를 믿겠어요.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라 해도 학교 자체에 대한 불신이 짙죠. 아이들은.
  • 튀김 2008/02/23 [14:15] 수정 | 삭제
  • 원조교제 한적 있다, 성행위 한다 ㅠㅠ, 솔직하게 말하면 바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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