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신건강 위한다면, 방식 바꿔야”

수유중학교 남희정 교사 인터뷰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2/22 [04:36]

“학생 정신건강 위한다면, 방식 바꿔야”

수유중학교 남희정 교사 인터뷰

박희정 | 입력 : 2008/02/22 [04:36]
교육부의 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학생들을 접하고 있는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수유중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남희정(35) 교사는 학교와 사회가 학생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그 방식은 “관리와 통제의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학생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대해, 교사로서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
 
© 박희정
“학교나 사회가 아이들의 마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 본다. 학교 내 폭력문제, 약물문제, 사회전체적으로 확산되는 우울증, 자살, 그리고 교실 안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과잉행동장애 학생들, 이런 여러 부분에 걸쳐 제기되는 아이들 마음건강 문제에 대한 염려로부터 출발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일이 늘 그렇듯이 많은 수의 학생들을 빠르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이런 형태의 설문조사다. 매년 3월초에 각 학급별로 요양호 학생 명단이 담임과 교과 선생님들께 통보가 된다. 수업시간 중이라든지 일상에서 특별한 보호나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 빈혈이 심하다든지, 어떤 질병으로 치료 중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몸에 대한 관심과 주의만큼 마음에 대한 관심과 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을 보는 분들이나 관리하는 분들은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 정신건강 관리방안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들이 비슷한 전제 아래서 출발한다. 바르고 아름답게 혹은 믿음 정직 등등의 교훈을 내걸지만 실제의 모습은 효율적인 관리와 통제를 기본전제로 한다. 이 설문조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도 있는데, 얼마나 진실성이 있을까 싶다.
 
“일부 아이들은 진실을 쓰지 않겠지만, 또 일부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써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설문지 같은 것은 일부 피해 당하는 아이들이 쓴 내용을 가지고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데 조금은 도움을 받고 있다.
 
물론 아이들과 선생님들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그 사이에 폭력 문제라든지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담임교사나 교과담당 교사가 민감한 부분에 대해 상담하기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많은 수의 학급당 학생 수도 한 몫하고 교사들의 끝없는 잡무도 또 한 몫 한다. 교사의 무관심도 굉장히 큰 몫을 하고.
 
또, 한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고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일상에서 계속 부딪히는 교사보다는 오히려 자원봉사 오시는 상담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학생들은 아주 가끔씩 보게 된다.”
 
성폭력이나 원조교제 경험 등 사생활 침해 문제도 우려된다. 또, 학부모에게 무조건 통보하는 방식이 옳다고 만은 볼 수 없을 텐데.
 
“일단 (설문지를) 걷는 담임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의 설문지 내용을 다 보게 될 것이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 것은 보건교사가 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설문문항에서 제기된 많은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상담은 상당부분 힘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1대 1상담에서 드러내는 데에도 한참이나 걸릴법한 성폭력 부분 같은 것은 당연히 꺼내볼 수도 없는 내용이다.
 
학생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지는 경우도 있고 너무 과장되어 오픈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공개된 사안이라 할지라도 담임교사나 관련 교사는 비밀을 지키려고 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이없게 모두의 가십거리가 되어버리기도 하고.
 
나의 경우는 아이들에 대한 소소한 것까지 부모님들과 공유하려고 하는 편이다. 아이들이 비밀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애매할 때가 많다. 부모님과 의논해서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특히나 아버지에게 전해졌을 때는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아버지들이 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너무나 많은 경우(case by case)들이 있다.
 
그러나 성폭력 같은 것들에 대해서 설문을 통해 알고 부모님에게 통보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은 굉장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한국 같은 순결이데올로기와 ‘피해자책임론’ 같은 통념들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이런 부분들은 아예 언급 자체를 피하고 싶어하는 부모님들도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접하는 입장에서 설문조사의 효용성에 대해 평가한다면.
 
“가끔 학기가 끝날 즈음 아이들하고 같이 우울증테스트라든가 뭐 여러 가지 가벼운 심리테스트 정도는 함께 해보곤 한다. 간혹 심각한 내용도 있다. 그럴 때 마다 아이들 반응이 아주 좋다. 아이들도 자신의 마음에 대해 들여다보기를 원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설문조사는 설문조사일 뿐이다.
 
누군가는 살짝 속내를 드러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철저히 감출 수도 있고 그럴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잡다한 설문조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하지 못한 비밀을 들키는 느낌을 갖고 숨기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SOS를 치는 심정으로 민감한 문항에 동그라미 표를 하기도 할 것 같다.
 
일상을 함께 보내는 부모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대해 잘 관찰하고 살펴야 하고 또 알아야 한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거대한 학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아니라 그저 수많은 학생들 중의 하나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큰 규모의 학교들은 이런 설문조사의 형태를 고안해 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이 설문지를 보고 관리하는 이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설문조사를 마치고 표에 그려진 데로 추진단계를 거치면 아이들의 정신건강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이런 일을 추진하는 건지 묻고 싶다.”
  • 도배방지 이미지

  • 2co 2008/02/23 [14:16] 수정 | 삭제
  • 저도 왠만하면 좋은 의도로 생각해주고 싶지만, 걱정되네요.
    정신건강 테스트같은 솔직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가 행정을 잘하는 곳이어야 말이지요.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한 게 있다면, 말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학교에서 애들한테 잘 설명도 안해주고 설문했다가, 순진하게 걸린 애들 곤란한 상황 만드는 건 아닌지 걱정되네요.
요가툰
메인사진
안 가본 길(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