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직군별 남녀임금격차 위법’판결

‘코스별 인사’가 성차별적이라는 것을 최초로 인정

우메야마 미치코 | 기사입력 2008/02/29 [18:54]

日법원 ‘직군별 남녀임금격차 위법’판결

‘코스별 인사’가 성차별적이라는 것을 최초로 인정

우메야마 미치코 | 입력 : 2008/02/29 [18:54]
일본에서 성별로 직무를 분리해 승진과 임금체계를 달리한 이른바 ‘코스별 인사’가 노동법을 위반한 성차별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일본의 ‘코스별 인사’의 방식은 남성과 여성의 직무를 분리해 임금과 승진 등을 달리하는 한국의 ‘성차별 직군제’와 유사한 형태라서, 이번 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일반직과 사무직, 직무 비교하면 ‘동일가치노동’
 
▲ 가네마츠 여성사원들   © 페민
이번 판결은 종합상사인 가네마츠의 여성사원 여섯 명이 코스별 남녀의 임금 격차가 위법이라며 남성사원과의 임금 차액 등 3억 8400만 엔을 청구한 재판의 항소심 판결이다.

 
1월 31일 도쿄 고등법원 니시다 요시아키 재판장은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여섯 사원 중 네 사람에게 총 7,250만 엔을 지급하라고 가네카츠 측에 명했다. 그러나 두 명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가네마츠에서는 사무직 여성이 정년까지 일을 해도 27세 남성 수준의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 사측은 ‘코스별 인사제도’라는 미명하에 이러한 임금체계를 직무상의 차이일 뿐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도쿄 고등법원은 가네마츠 상사가 노동기본법 4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가네마츠는 남녀고용기회균등법(한국의 남녀고용평등법에 해당)이 제정된 1985년부터 코스별 인사제도를 실시해 남성을 ‘일반직’으로, 여성을 ‘사무직’으로 분리 채용해왔다. ‘일반직’만 계속 승급이 되기 때문에, 남녀간 임금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그 후, 코스별 전환제도를 마련하는 등 제도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남녀 간 임금격차는 남녀고용기회균등법 실시 이전이나 마찬가지로 컸다.
 
지금까지 가네마츠 측은 여성들이 맡는 ‘사무직’을 단순 보조업무로 보고, 남성들이 맡는 ‘일반직’에 비해 낮게 평가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니시다 재판장은 계약체결(원문 성약)업무를 담당하는 남성과, 그 업무를 이행하는 여성간의 직무를 비교했을 때, 직무 내용과 난이도 면에서 동질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반복적으로 직무를 상대편으로부터 이어받아 수행해 온 남녀 사원 간에 임금의 격차가 상당한 경우에는, 그 격차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남성의 임금을 높게 설정한 근거로, 전근에 따라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로 남성사원 중 전근한 적이 있는 사원의 비율은 전체의 30%에 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비서직과 근속년수 15년 미만에 대해선 청구 기각해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경험을 쌓고 전문지식과 일정 정도의 교섭력과 어학능력을 갖추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여성사원에 대해서는 남성사원과 비슷한 직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원고인단 중 4인이 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모리 후미코, 고세키 미치코, 혼마 세츠코, 기무라 아츠코씨에 대해서는 1개월당 약 10만엔 정도 손해를 본 것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원고인단 중 두 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항소인인 사카이 유키코씨의 경우, 소송을 제기할 당시 비서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직무의 전문성과 교섭력 등이 인정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오다 유코씨는 근속년수가 15년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급여 격차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사카이씨는 “전체로 보면 (이번 판결이) 일보전진이지만, 나의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다씨 역시 “무슨 근거로 15년간 근속했는지 여부를 차별 판단의 기준으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코스별 인사’에 대해 고등법원이 노동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변호인단인 나카노 아사미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사원만이 아니라 파트타임 노동자, 계약 형태의 차이에 따라 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논리적인 무기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 판결이 가네마츠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의 남녀간 임금격차, 그리고 파트타임과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차별 문제를 해소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기사는 <일다>와 기사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이며, 고주영님의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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