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없어 명이 다할 때까지 아무 것도 못 먹다가 굶어 죽는 것,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는 겪어본 자만이 알 것입니다. 북한주민들은 누구든 어느 나라에서든 어서 빨리 한 톨의 곡식이라도 지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새터민 신동혁/2006년 12월 입국)
북한에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아사의 초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새터민(국내 정착한 탈북자)들도 북에 두고 온 가족과 이웃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오늘 오전 10시 30분 좋은벗들이 개최한 ‘북한주민 아사를 막기 위한’ 새터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식량난의 고통을 알리며 한국정부에 20만 톤 긴급식량지원을 호소했다.
“지금 내가 먹는 밥 한 숟가락이라도 북에 있는 어린아이와 어르신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2004년 입국한 장미옥(가명)씨는 최근 북에 있는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면서 북한의 상황이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도 더 열악하다고 전했다. 장씨는 군 장성이었던 아버지가 배급이 끊기면서 영양실조로 돌아가셨던 10년 전의 상황을 눈물로 이야기하며, 식량난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경험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장씨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의 심성이 파괴되고 험악해지는 것이 더욱 고통스럽다고 썼다 한다. 장미옥씨는 당장 한끼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 상황에서 “남을 보살필 생각을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사람들이 속이고, 훔치고, 폭행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등 사회가 험악해져 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좋은벗들이 전하는 <오늘의 북한소식>에는 황해도와 강원도 농촌지역에서 매일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고, 풀죽으로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사람들이 풀독에 올라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며, 주요 도시들의 역 앞에는 “몸을 팔러 나오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내일에 대한 꿈이 없는 젊은이들 사이에 “빙두” 복용이 날로 늘어나는 등 끔찍한 정보들이 전달되고 있다. 간부뿐 아니라 주민들도 ‘남한의 지원곡 받았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 탈북자 이석철(가명)씨는 북한 군농촌경영위원회에서 복무한 경험을 토대로, 북한 식량생산량에 대한 정부측의 추산(약 400만 톤)을 반박하며 “200만 톤도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석철씨에 따르면 북한의 경작지는 논 60만 정보, 밭 70만 총 130만 정보이며, 지난 해 생산이 195만 톤 많게 잡아도 260만 톤이고, 수해피해를 10% 감안한다면 175만5천 톤~234만 톤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벼뿌리, 옥수수대, 콩깍지, 나무껍질 등도 다 먹어버린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쌀을 지원하면 간부들이나 군인들 입에 다 들어가고 백성들 입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 여론”인 것 같다면서, “굳이 평가한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간부들이나 군인들이 먹고, 일부는 일반 주민들이 먹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 이씨는 “북한에서 살 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보낸 강냉이 배급을 타본 적이 있고, 그 때 비료도 받아보았다. 남한에서 지원곡이 들어오면 북한의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며 동포적 지원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하곤 했다”며 식량지원이 북한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일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본, 미국도 인도적 지원 급선회… 남한은 방향도 잡지 못해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실리’와 ‘조건’을 앞세워 논하면서, 점점 더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어가고 북한주민들에 대한 식량지원이 어려워져 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격월지 림진강 편집장인 최진이씨는 1990년대 당시 아사위기 초기 상황에서 북한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10% 인구 상실을 초래했고, 멀고 먼 남한에 수천 명의 탈북자들이 넘어와 새터민으로 살아가는 등 그 영향이 남한 사회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진이씨는 이어 “현재 새로운 북한 위기의 영향권에 드는 중국이나 멀리는 일본, 미국 등 유관국들은 벌써 여러 가지 북한의 장애를 자체 제거하면서 인도지원 등 북한 위기 피해확산 방지책에로 급선회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문제의 당사자인 남한에서는 아직 그 방향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사회가 북의 선제요청이나 실리를 앞세우는 것에 대해서, 새터민들은 북한정부와 북한주민들을 동일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지금 남한에서는 실리를 앞세우면서 북한이 쌀을 받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말라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말은 북한 사회가 한 개의 국가로서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을 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길바닥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쌀을 받는 조건으로 무슨 대가를 지불할 수 있겠습니까?” (신동혁/개천 14호 정치범수용소 출신) “그 사람들(북한주민)은 (식량을) 달라고 말 못합니다. 모든 게 죄가 되는 사회니까요. 우리(새터민) 1만3천명이, 우리가 그들 대신 도와달라고 말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김현숙/가명) 정부 차원의 명백한 입장과 태도 보여달라 호소 새터민들은 “대통령과 정부 차원의 명백한 입장과 태도”를 보여달라며 “어떤 조건을 앞세우지 말고 시급한 시일 안에 국가나 민간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이달 안에 20만 톤의 쌀이 북한에 가 닿도록 온갖 조치를 취할 것을 부탁”했다. 또한 남한 사람들을 향해 “(북한의 실상을) 잘 몰라서 그렇지 누구라도 실상을 알기만 한다면 바로 지척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돕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버마와 중국지진피해자 구호를 위한 캠페인을 하듯 북한주민들에 대해서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좋은벗들은 12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주권을 외치며 수십만 명이 길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촛불을 들 수 있으나, 저들(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위한 촛불은 과연 누가 들어줄 것인가?”라고 물으며 역사적 책임을 지는 자세로 긴급구호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 북한식량지원 긴급캠페인 국민은행 484201-01-134875 (한국JTS) 02)587-8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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