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있던 마음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다시금 비폭력의 힘을 느꼈습니다.”
6월 30일 월요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렇게 감상을 전했다. 지난 주말 경찰의 강도 높은 폭력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한 데 이어, 30일 새벽에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무실과 간부 자택에 압수수색까지 이루어졌다. 경찰의 집회 원천봉쇄 시도 속에 시위대와 경찰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던 상황 속에서, 시국미사는 시민들의 가슴 속에 위로와 함께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주의 위기, 정부의 물신주의에서 비롯돼
시국미사는 “헌법 제 1조”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집전을 맡은 전종훈 시몬 신부는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라는 제목의 강론을 통해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 시국미사를 열게 되었다고 알렸다. 전 신부는 현 위기의 근본원인이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했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문제의 “전면 재협상”을 촉구한 정의구현사제단은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나설 것을 천명했다. 지친 세상을 위로하는 평화의 촛불
시국미사가 끝난 후 사제단은 “촛불을 지키는 힘은 비폭력”이라는 원칙을 다시금 강조하며 평화행진을 이끌었다. 김인국 신부는 지금의 거리행진이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아닌 남대문 쪽으로 행진하자고 제안했다. 사제단과 수녀, 스님이 함께 십자가를 앞세우고 시작한 거리행진은 을지로를 거쳐 10시경 시청광장에서 마무리되었다. 시청에 도착한 사제단은 “매일 이 자리에서 시국 미사를 집전할 것”이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고 내일, 모래, 앞으로도 쭉 여기서 만나자”는 말로 시민들의 귀가를 독려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정부가 회개할 때까지” 시청 앞에서 철야기도와 단식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번 시국미사는 “비폭력”의 힘을 다시금 알리며, 촛불집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진압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일단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을 주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필두로 시청광장에서 3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시국기도회가, 7월 4일에는 불교계의 시국법회가 예정되어 있다. 소통과 반성을 모르는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촛불집회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