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W의 에너지는 한 방울의 피와 같다”

북한의 ‘에너지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이강준 | 기사입력 2008/11/04 [16:45]

“1W의 에너지는 한 방울의 피와 같다”

북한의 ‘에너지 위기’ 얼마나 심각한가

이강준 | 입력 : 2008/11/04 [16:45]
부쩍 짧아진 해의 길이와 제법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는 가을이 완연하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취약계층에게는 삶의 시름이 늘어나는 시기다.
 
특히 절대적인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겐 혹한의 겨울을 나는 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에너지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가구에 대한 일률적인 단전이나 단가스로 인해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 위협받기도 한다. 혹한기에 단전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한시적인 조처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의 에너지기본권 문제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시선을 돌려 북한주민들의 에너지 사정에 대해서도 고민을 확장해 보는 것이 어떨까. 최소한 글로벌화 돼있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문제는 연관돼있으며, 더구나 분단의 조건에서 북한문제는 매우 민감하면서 동시에 중요한 문제다.
 
북한의 에너지 사정 1965년 남한과 비슷해
 
북한 에너지 위기는 원자력발전 시설을 둘러싼 주변 당사국 사이의 정치.외교.군사적 차원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주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위기와 빈곤의 악순환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정권에 대한 평가나 정치.외교.경제적 실리를 논하기에 앞서, 에너지 위기에 따른 원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황폐화되어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새터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겨울철 기본적인 난방연료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밥을 해먹을 연료조차 부족해 한꺼번에 밥을 해서 여러 날 먹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1W의 에너지는 한 방울의 피와 같다'는 구호가 나왔을까. 심각한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산업활동의 저하는 빈곤의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실제 얼마나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일까?
 
북한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경상남도와 비슷하고, 총 발전량은 제주도 발전량에도 못 미친다. 또한, 1인당 전력소비량은 남한의 1/6, 세계 평균의 1/3 수준이다.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의 북한에너지 전문가 피터 헤이즈는 ‘현재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1965년 남한과 비슷하고, 석탄과 나무, 농작물 찌꺼기 등이 전체 에너지원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생산에 필요한 전력이 부족해 생산을 멈춘 공장이 속출하고, 평양시내 12차선 대로를 다니는 차는 손에 꼽힐 정도이다. 또한 영하 12도의 추위에도 난방연료를 배급 받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가 추산한 북한의 전력 수요량 자료에 의하면, 현재 북한에서 필요한 전력량은 360억kWh로, 2005년 생산량 기준 약 150억kWh가 부족한 상황이다.



식량난, 에너지난으로 인해 산림생태계 파괴

어쩌다 북한은 이렇게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처한 것일까? 북한의 에너지 위기는 1991년 소련 해체에 따른 오일쇼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소련으로부터 구상무역 결제방법에 의해 국제시장가격의 절반 가격으로 수입했던 북한은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석유공급이 격감하게 되었다. 소련의 해체는 석유뿐 아니라 ‘전력난’을 야기했다. 화력 및 수력발전소 등 소련 기술에 의존해왔던 북한 에너지 인프라의 유지와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설비 노후화에 따른 생산량 저하가 가속된 것이다.
 
소련해체와 함께 1990년 중반에 일어난 일련의 재해, 즉 홍수와 가뭄은 기왕에 취약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북한의 에너지 시스템에 치명타를 가한 요인이 되었다. 1995년, 1996년 홍수는 농작물과 농촌 생태계를 파괴시켰고, 도로와 철도의 훼손과 더불어 농촌지역의 송배전망을 파괴시켰다. 즉 전력소비 인프라를 망가뜨리는 구실을 한 것이다.
 
또한 많은 탄광이 범람했고, 석탄채굴에 지장을 초래했다. 홍수는 토양유실을 야기했는데, 유실된 토사가 하천이나 댐으로 흘러 들어가 수자원을 감소시키고 발전설비를 훼손함으로써 실질 수력발전을 감소시키는 데 일조했다.
 
산림파괴와 산림생태계 훼손은 근본적으로 식량난 및 에너지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식량난과 에너지난은 무분별한 산지 개발과 식물과 나물, 그리고 땔감의 채취를 불러왔는데, 집중호우나 장마 시에 산림생태계 파괴로 말미암아 홍수가 일어났다. 홍수는 토양유실 등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시키면서 식량난으로 이어지고, 자연환경의 훼손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되었다.
 
산업과 운송을 ‘전력’에 의존하는 탓에 악순환 커져
 
한편, 1990년대 석탄 생산과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여 전력난이 심화되었다. 북한은 산업부문이나 화물운송부문에서 ‘자력갱생’ 기조에 따라 석유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에 의존하는 ‘전력 과소비 구조’를 만들어 냈다.
 
석탄 생산과 전력이 맞물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력난이 빚어지자 석탄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채굴과 석탄 수송도 전기를 사용하는 기관차 몫이기 때문에, 전력난을 겪는 와중에 비록 석탄을 캤다 하더라도 수송이 원활하지 못했다. 전력이 부족해서 석탄조달이 어려워지고, 석탄조달이 안되니 발전이 안 되는 악순환을 그리게 된 것이다.
 
즉, 북한 에너지가 심각하게 위기에 빠진 원인을 요약하면, 1991년 소련의 해체에 따른 오일 쇼코를 겪었고, 1990년대 중반 일련의 홍수와 가뭄피해, 발전설비의 고장과 노후화, 식량난에 따른 산지 개발, 전력난에 따른 석탄 생산.운송의 차질과 발전량 저하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북한 에너지 위기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200만kW 송전’, ‘경수로 건설’, ‘러시아 천연가스’ 등이다. 한편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북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주장되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방안이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북한 민간부문과 산업부문의 일부는 대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적 기대효과가 매우 크다.
 
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이강준님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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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쪽 2008/11/07 [10:49] 수정 | 삭제
  • 북의 식량이나 자원, 에너지 부족 문제는 내부적 요인도 있지만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명으로 인한 경제제재가 그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지원이 해결방안 중 하나로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북이 한 국가로써 자립적 경제구조를 세우는 것을 돕는 것이 필요하고 경제제재를 푸는 것이 북의 민중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북이 처한 국제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북의 에너지나 자원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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