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은 이미 아이들 속에 있다

새로운 생각을 얻는 다양한 방법①

정인진 | 기사입력 2009/02/02 [09:52]

새로운 생각은 이미 아이들 속에 있다

새로운 생각을 얻는 다양한 방법①

정인진 | 입력 : 2009/02/02 [09:52]
곧 6학년이 되는 현지, 수빈이, 민규, 그리고 승찬이와 이번 주에는 <창의성 연습>을 하는 중에 ‘포괄적인 생각’을 공부했다.
 
<창의성 연습>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서는 독창적인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다. 내가 고안한 것은 아니고, 기존의 창의성 프로그램 연구자들에 의해 창안된 여러 기술들을 응용해 만든 것이다. 교사가 지도하는 대로 생각을 펼쳐나가다 보면, 아이들은 재미있는 생각을 발표하는 자신에게 스스로 놀란다.
 
그들과 함께 공부한 ‘포괄적인 생각’도 창의적인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다. 먼저, 한 단어의 ‘포괄적인 생각’을 쓰게 한다. 그런 다음엔 그 단어는 잊어버리고, ‘포괄적인 생각’만 염두에 두면서 그것을 실행에 옮길 ‘새로운 물건’을 발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다양한 단어들을 제시해 주고 그것들의 ‘포괄적인 생각’을 쓰게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포괄적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승찬이는 ‘교통신호등’에 대한 생각이 돋보였다. 그는 교통신호등의 포괄적인 생각을 ‘어린이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이런 물건을 만들었다.
 
“이 물건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안전하게 길을 건너게 해 준다. 그것은 로봇처럼 생겼으며, 어린이들이 지나갈 때 손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물건은 차가 지나갈 때는 갑자기 차의 키만큼 커지면서 손으로 가지 말라고 막는다.” 이런 물건이 발명된다면 학교 앞에서 사고가 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또 현지는 ‘지도’에 대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는데, 그녀는 지도를 ‘길을 잃을 때 유용하게 쓰여지는 것’이라고 포괄적인 생각을 발표했다. 그리고 만든 물건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숲 속이나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을 때 펼치면 캐릭터 안내원이 나와 길을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우측으로 가신 다음 곧장 가고 왼쪽으로 꺾으시면 됩니다’ 라고 말을 해 준다. 이것은 아무 것도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작동된다.” 정말 이런 물건이 있으면 어디서고 길을 잃을 일이 없을 것 같다.
 
민규의 ‘자전거’에 대한 생각도 재미있었다. 그는 자전거의 포괄적인 생각을 ‘가까운 곳을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갈 수 있게 해주는 기계’라고 말하고 발명한 것은 다음과 같다.
 
“이 물건은 엔진이 달려 있고 매연이 나온다. 그런데 그 매연은 특수제작을 해 만들어서 오히려 하늘에 있는 오염물질을 파괴시킨다. 시동을 걸고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 엄청 빠르게 간다.” 이런 물건이 발명된다면 대기오염 문제까지 해결되어 정말 좋겠다.
 
마지막으로 수빈이의 ‘액자’에 대한 아이디어는 상상력은 물론, 바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그녀는 액자의 포괄적인 생각을 ‘사진이나 그림을 끼우는 것’으로 정하고, 이런 물건을 생각해냈다.
 
“이것은 그냥 틀만 텅하니 있고, 몇 가지 장치들만 있다. 가지고 싶은 그림이 있으면, 말하는 곳에 대고 원하는 그림을 말하면 저장이 된다. 또 돌리는 장치를 이용해 그 그림을 나타나게 한다. 저작권 보호로 한 그림을 다운 받는 데 50원이 통장에서 나간다.” 이런 액자가 발명된다면 그림을 바꾸면서 걸 수 있어, 지루함이 훨씬 줄 것 같다.
 
<창의성 연습> 속에서 나는 ‘폭력적이거나 사람들을 속이는 방법’이 아닌 한도 내에서 어떤 것이든 좋으니,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요구한다.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또 얼토당토않아도 좋으니 여러분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해 보라고 하면, 공부시간은 어느새 아이들의 상상력과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넘친다.
 
자기가 멋진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게 되면서, 그들의 자긍심은 더욱 높아가고 자기 의견도 좀 더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그저 방법만 일러준다면 그들은 교사보다 더욱 개성 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낼 것이다. 새롭고 참신한 생각들은 이미 그들 속에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나는 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본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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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oqhr 2009/06/12 [15:47] 수정 | 삭제
  • 정말 기발하네요. 글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cacao 2009/02/07 [23:17] 수정 | 삭제
  • 저도 상상력 놀이(?) 해본 적 있어요.
    무엇이든 꿈꾸어보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지요...
    창의력 부족... ㅠㅠ
    선생님은 자신도 어릴 적에 많은 걸 머리속으로 발명해보았는데, 그 생각만큼은 아니었어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들이 있다고 했었죠..

    아이들이 어른들 생각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들의 작은 머리도 이런 것들을 내놓을 수 있구나 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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