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선 우리를 일등신부감이라고도 하고 철밥통이라고도 합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오른 이 자리, 오늘도 또각또각 출근을 하지만 숨가쁜 하루하루 속에서 출구가 필요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교무실의 공기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여자교사들이 학교 밖에서 모임을 꾸렸다. 어디에서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그녀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해서다. 모임을 제안한 우완(31)씨와 미정(36)씨는 인터뷰를 통해 “교사이면서 여성인” 여교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이면서 여성인 ‘여교사’로 사는 것에 대한 고민
때문에 사회에 대한 관심을 솔직하게 표명하고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은 교사들, 입시위주의 교육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교사들, 그리고 왜곡된 ‘여성다움’ 속에 갇혀있기 불편한 교사들이 학교 밖에서 ‘연대’를 꿈꾸게 된 것이다. “대학 땐 사회문제나 여성문제를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았어요. 그 중엔 교사가 된 사람들도 꽤 있을 거예요. 지금은 어딘가에 흩어져 있는, 그 선생님들과 만나고 싶어요.” 준비모임 겸 시작된 첫 만남에서 다룬 주제는 “남학생 가르치기의 버거움.” 기간제교사인 미정씨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발제를 했다. 10대 남성인 남학생들을 상대하다보면 간혹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교사를 “여자친구 대하듯” 하며 존중하지 않는 남학생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오갔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여학생 가르치기의 아쉬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완 교사는 ‘아쉬움’이란 ‘기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교사로서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함께 여성으로서의 삶을 나누고 동지로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큰만큼 실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여교사들은 “우리가 바라는 (여학생들과의) 특별한 관계의 정체는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무리 없이 사는 법’보다는 좀더 건설적인 이야기
여교사모임은 그보다는 조금 더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미정 교사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조금 더 교육적인 지도방법을 생각해보고, 조금 더 애정을 주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꿈꾼다고 했다. “군대와 유사한 교육환경”을 “배려와 존중”이 있는 문화로 바꾸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것이다. 앞으로 여교사모임은 “여교사들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을 정기화”하고, 여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사례들을 모아 새내기 여교사에게 선물할 가이드북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나아가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여교사’로서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출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여자선생님이라면 인터넷 커뮤니티(cafe.daum.net/teachingirls)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세 시에 오프라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음 이야기 주제는 “가르쳐야 할 것과 가르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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