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이후 호적법을 대신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부)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법에 따라 2008년부터 목적별 증명서(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가 발급됐으나, 출생과 혼인, 입양, 이혼사실 등에 있어 과도한 개인정보가 유출돼 민원이 속출했다.
법 개정 요구가 잇따르자, 현재 6개의 개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각 법안의 특징과 의미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다양한 생활양식 인정, 신분보호 취지 살려야
그러나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취지보다는 ‘관장기관을 누구로 할 것인가’의 논의가 중심이 되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가족관계등록법이 통과됐다. 때문에 법 시행 전후 여러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가족 단위 호적을 개인별 가족관계등록부로 구성함에 따라, 당사자 이외의 ‘다른 가족구성원의 개인정보’는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당사자만을 두고 보았을 때는, 출생과 입양관계, 혼인과 출산, 이혼 등에 있어 불필요한 정보가 과다하게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국회에 다수 발의되어 있는 법 개정안을 시간 순으로 살펴본다. ‘양부모’를 ‘부모’로 표시, 입양사실 노출 줄여 ◆홍정욱 의원 등 40인 발의 개정법률안(2008년 7월 14일):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부모가 ‘양부모’로 기록되는 현행 방식을 바꾸어, 친양자입양관계처럼 일반입양도 ‘양부모’ 대신 ‘부모’로 표시하게 했다. 입양관계는 입양관계증명서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주광덕 의원 등 20인이 발의한 개정법률안(2008년 9월 3일): ‘양부모’ 표기문제를 포함해, 증명서 중 일부 사항만 증명하는 등록사항별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했다. 변동된 신분관계가 전부 노출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한 것인데, 구체적인 방식과 내용을 법에 규정하지 않고 대법원에 위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불필요한 증명서 수집에 벌칙…개인정보보호 강화 ◆이정희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개정법률안(2008년 11월 3일): 개인정보 노출로 인한 권리침해를 구제하려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가족관계라는 용어를 버리고 “신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로 제명을 변경했는데, 신분이라는 용어가 ‘사회적 계급’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우려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 이점에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가족관계등록부의 작성 및 기록사항에서 등록기준지와 본을 삭제했다. 또 가족관계증명서의 경우 양부모를 부모로 표시하고, 교부를 청구하는 사람이 부모나 배우자, 자녀 중에서 증명서에 기록할 사람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목적별 증명서의 경우 민감한 정보에 대해선 교부청구를 하는 사람이 기록하지 않도록 청구할 수 있고, 본인 외 배우자나 직계혈족, 형제자매가 청구하는 경우엔 반드시 기록하지 않도록 했다. 등록부의 일부 증명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공시기능이 저해될 수 있으므로, 전부증명의 공시가 필요한 경우엔 전부증명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를 교부 신청할 수 있는 대상 중 혼인당사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입양가정의 사생활보호라는 입법취지에 반하므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발급 신청권자에서 혼인당사자 규정을 삭제했다. ‘혼인 외 출생자’ 구별하지 않도록 ◆정진석 의원 등 18인이 발의한 개정법률안(2008년 11월 28일): 법인 대표자나 법인, 혹은 개인의 대리인이나 사용인, 종업원 등이 해당 법인이나 개인의 업무에 관해 본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전산자료를 이용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도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을 두었다. 영업주가 종업원 등에 대한 관리, 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하도록 해서, 양벌규정에 책임주의 원칙을 관철하고자 했다. ◆김영선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개정법률안(2008년 12월 10일): 출생신고 기재사항에서 혼인 중의 자녀와 혼인 외 출생자를 구별하는 조항을 삭제해 혼외 출생자에 대한 차별을 감소시키고자 했다. ◆김상희 의원 등 19인이 발의한 개정법률안(2009년 1월 22일): 입양된 미성년자가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경우, 법원이 의무적으로 친생부모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하여 미성년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이는 고 최진실 사건 이후 단독친권자가 사망했을 때 생존부모에게 친권이 자동 부활하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여러 논의 가운데 하나로 제안된 것이다. 단독친권자가 죽거나 입양이 취소 혹은 파양되거나, 양부모가 모두 사망한 경우 법원이 생존부모 또는 친생부모에게 사망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은, 생존부모나 친생부모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친권자가 없어 자녀의 보호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므로 도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생활 침해하는 사회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개인의 신분사항이나 친족관계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과, 실제로 어떤 사항의 증명이 필요한 경우 개인의 신분정보들을 어느 범위에서 공시할 것인가는 구별돼야 한다. 개인의 신분관계를 증명서를 통해 공시하는 경우엔, 항상 개인의 사생활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요구되는 사항의 증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발의되어 있는 개정 법률안 중에 이를 반영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시급히 개정하여 개인정보 유출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종 증명서의 기재내용으로 인한 권리침해가 상당부분 불필요한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감안해보아야 한다. 즉, 불필요하게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 및 인식개선운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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