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은 의외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20일 전국여성농민대표자대회 삭발투쟁이 격렬하게 한바탕 지나간 이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들의 ‘비닐’농성장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고, 다만 여의도의 비둘기들은 생전 맛보지 못했을 햇벼를 쪼고 있었다. “10년 전 80kg에 17만원 하던 쌀값이 올해 13만원까지 내려갔다. 물가도 오르고 농지,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값까지 올랐는데 쌀값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농성 6일째, 생존의 문제로 투쟁에 나섰지만 또 바로 눈앞 생존의 문제인 수확기에 쫓겨 다시 일터로 돌아간 여성농민들. 국회 앞 농성장에는 김정미 전국여성농민회 총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성농민들은 ‘쌀값 보존’이라는 요구만큼이나 분명한 대안도 가지고 있다. 정부의 “부자 감세 100조, 4대강 죽이기 사업에 들어가는 삽질예산”을 농업 살리고 환경 살리는 일에 쓰라는 것. 또한, “쌀 대북지원”을 통한다면 쌀값 보존은 전혀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여성농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쌀 생산비 한 가마 21만원 보장’과 ‘대북 쌀 지원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농민들은 자신들의 생존권과 굶주리는 북한주민의 생존권을 함께 지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추수철에 ‘풍년’이라는 말이 더 이상 기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월급으로 치자면 20% 하락한 농민의 쌀값, 농사를 지을수록 빚이 늘어가는 가구, 피땀 흘린 자신의 논밭을 스스로 갈아엎는 현실, 3천 평 농사지어도 자녀 대학등록금이 안 되는 사태, 게다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주민들, 이 모든 것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기사의 취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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