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공동기획으로, ‘녹색일자리’에 관한 기사를 연재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위기 시대를 맞아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계획 등 녹색일자리 담론이 정부중심의 극히 제한된 논의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녹색일자리를 둘러싼 국내외 다양한 이론과 실천을 소개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 이진우님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enerpol.net) 상임연구원이다. -편집자 주] 올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 사이의 이해관계로 인해 합의안 도출이 불투명해졌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포스트 2012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2차 감축기간 사이에 시간적인 격차가 생겨 오히려 경제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다. 중국 인도 미국 일본…대규모 태양광산업 확대계획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이 고정적인 성장을 계속한다면 녹색일자리분야 역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대표적인 녹색산업인 재생가능에너지 분야는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왔다. 기존의 기술집약적인 핵발전이나 화력발전 기술에 비해 투자대비 일자리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핵발전과 화력발전은 건설 당시에는 대형발전소를 짓기 위해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지만 건설 이후에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지,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인원으로도 충분해서 고용효과가 큰 분야라고 보기 힘들다. 반면에 재생가능에너지는 지역분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건설인력이 필요하고, 유지, 보수 인력 역시 적정선으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고용효과를 보이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대표주자는 단연 태양광산업이다. 최근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산업 계획을 통해 현재 수백 MW에 불과한 태양광 발전량을 2020년경 20GW로 수십 배 증가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신규 태양광발전소 투자비용의 50%를 지원하고, 전기공급이 되지 않는 지역에는 태양광 발전 설치비의 70%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에너지 소비대국인 인도 역시 2020년까지 중국과 같은 20GW의 태양광을 보급할 계획이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며 에너지전환에 관심을 갖게 된 미국 역시 적극적인 세금지원을 약속했다.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이 화석연료를 태양광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속속 발표하며 태양광 산업의 규모 역시 큰 폭 증가추세에 있다. 일본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시킨다는 계획이어서 관련업계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에 힘입어 태양광분야 녹색일자리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광은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중에서도 가장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인데, 특히 태양광 패널이나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제조업 분야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설치나 유지보수를 위한 ‘괜찮은(decent)’ 일자리 창출 전망 역시 밝은 편이다. 다만 태양광 분야 일자리 창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태양광 시장이 현재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태양광 확대를 공약하고 있지만, 실제 초기단계에서는 보급률이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각국이 태양광 확대 계획을 얼마나 조속히 현실화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풍력발전 시장 풍력발전의 경우, 태양광발전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입과 함께 환경적인 기여가 큰 녹색일자리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각광을 받고 있다.
풍력발전산업의 가장 큰 매력은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 대부분의 풍력발전기가 내륙에 위치하고 있는데, 풍력발전의 경우 바닷바람이 훨씬 좋기 때문에 연안 풍력이나 해상풍력 발전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또한 발전 효율도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어서 기후변화대응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고민해야 하는 각국 정부로서는 시장확대 가능성이 높은 풍력이 가장 매력적인 수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유럽풍력에너지연합(EWEA)은 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까지 3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경 5만개에도 미치지 못하던 걸 감안하면 풍력발전 시장의 엄청난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에너지 소비대국 한국의 초라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각국이 시장 선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을 다퉈가며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방안을 발표할 때, 우리 정부는 현재도 2%에 불과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하겠다는 초라한 계획을 세웠을 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70~80%가 쓰레기를 태워 열을 얻는 ‘폐기물 열’이기 때문에, 사실상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본격 재생가능에너지의 확대 계획은 높지 않다. 심지어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이끌어온 ‘발전차액지원제도’(정부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시장가격보다 좀더 비싸게 사주는 것)라는 검증된 제도를 버리고, 해외에서 실패작으로 증명된 ‘재생가능에너지 할당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생가능에너지 할당제도’는 국내 발전 5개사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일정량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우는 걸 의무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체들은 사실상 시장진입이 힘들기 때문에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발전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아니다. 지난 7월에 발전회사들이 향후 3년간 도입하겠다는 밝힌 태양광 에너지의 양은 고작 1.5MW에 불과하다. 대신 정부는 모자란 에너지 생산량을 채우기 위해 핵발전 비중을 현재의 40%에서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핵발전은 가장 기술집약적인 분야여서 일자리 창출효과가 매우 낮고, 환경적으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시대에 걸맞지 않은 에너지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아직도 환경과 고용문제를 통합하여 보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시대 일자리창출은 ‘재생가능에너지’ 흔히 기후변화가 제3의 산업혁명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가 지금의 풍요를 가능케 한 화석연료의 사용이었다면 두 번째는 세계를 하나로 만든 IT 혁명이고, 이제는 지구 기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사회로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의 과정 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사회의 변화는 중심이 되는 일자리의 양상을 크게 변화시켰다. 기후변화가 화두가 된 지금은 ‘녹색’의 가치를 가진 기술과 일자리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중 재생가능에너지는 기후변화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묶어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지금은 더 이상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기반을 둔 일자리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느냐에 불필요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녹색일자리’ 창출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의무로 보는 것이 더 적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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