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현준, 재성, 찬우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2학년인 현준이는 보충으로 참여하는 수업이고, 정식멤버는 1학년인 찬우와 재성이다. 그들은 내가 처음으로 가르쳐 본 1학년 학생들이다. 1학년을 가르쳐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두 명이라도 가르치겠다고 덥석 손을 내밀었었다. 그들은 내게 1학년 아이들이 어떤지 알게도 했지만, 그것보다 내 섣부른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가를 깊이 깨닫게 해준 아이들이다.
함께 공부한지 7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찬우의 수업태도가 비교적 좋아진 건 불과 몇 주전이다. 그는 수업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빙빙 둘러보기도 하고, 주변친구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며, 수업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그때마다 주의를 주고 야단도 쳐가며 수업을 진행해 나갔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진지한 태도를 쉽게 내면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찬우가 그런 데에는 내 책임이 크다. 한번도 실수한 적 없는 아이에 대한 내 첫 판단이 찬우와 재성이한테서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사실 때문에, 난 아주 오랫동안 찬우를 당황스러워했던 것 같다. 재성이와 찬우는 테스트 받으러도 함께 왔었다. 테스트 때는 어머님들께 공부방 앞 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의견발표를 들을 수 있게 해드린다. 물론 아이들은 엄마가 밖에 있다는 건 모른다. 그날 재성이와 찬우 어머니도 그렇게 공부방 앞에서 아이들의 발표를 들었다. 그리고 20여분 되는 간단한 테스트를 마친 후, 어머니들을 방으로 불러 아이들에 대한 내 평가를 말씀 드렸다. 그날 재성이는 너무 까불고 개구진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찬우는 매우 차분하고 진지했다. 나는 내가 보고 느낀 대로 어머니들께 말씀 드렸다. 그 전까지 아이에 대한 첫 판단이 빗나간 적이 없어, 나는 부모님께 아이에 대한 평가를 말씀 드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오늘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재성이 어머님도 당황해 하셨다. 그래서 수업이 본격 시작된 다음 주, 나는 재성이에게 좀더 긴장했고 수업태도에 대한 이야기도 재성이에게 더 강조해서 해주었다. 첫날 찬우가 아주 살짝 개구쟁이 모습을 보였지만, 테스트 받으러 온 날 보인 그의 태도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역시 큰 실수였다. 공부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면서 재성이의 수업태도는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 열심히 생각해서 의견을 쓰고, 집중력도 높아만 갔다. 내가 지도를 잘해서라기보다 어머니 말씀대로 재성이는 원래 그런 아이인 듯했다. 그러나 찬우는 더 떠들고, 수업태도가 점점 나빠져 갔다. 게다가 아주 장난꾸러기라는, 단편적으로 듣게 되는 찬우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랬던 걸까? 평소, 차분한 재성이는 그날 왜 그렇게 들떠 있었던 거며, 평소 개구진 찬우는 왜 또 그렇게 진지했던 걸까? 다행히, 지난 달 조금 일찍 온 찬우를 앉혀놓고 매우 진지하게 찬우에 대해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말해 주었다. 처음 찬우의 태도가 너무 좋아 찬우를 정말 좋게 봤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나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찬우는 그날부터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다. 그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나도 조금씩 마음이 놓인다. 찬우와 재성이는 내게 부끄러움을 일깨워준 아이들이다. 그들을 통해, 단 몇 분 관찰한 걸로 자신감 있게 아이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걸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판단은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걸 그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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