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의 수채화 반에는 희영(가명)씨라고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를 자녀로 둔 여성이다. 지난주 수업 중에 지나가는 말로 희영씨가 말했다.
“우리 애가 ‘나도 빨리 커서 엄마처럼 매일 놀고 싶어’ 하더라구! 하하하!” 나는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여서, 화제가 되지 않고 지나갔다. 그 말은 당시에도 섬뜩한 느낌이었지만, 그 뒤에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맴을 돈다. 단순히 ‘엄마를 하는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엄마는 충분히 많은 일을 하지만, 아이는 그것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아이의 말대로, 일을 많이 하는 다른 주부들만큼 희영씨는 많이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내가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엄마처럼 매일 놀고 싶은 것’이 아이의 꿈이라는, 바로 그것이다. 글쎄, 요즘 아이들이 너무 바빠서 그럴까? 쉬고 싶은 마음의 순진한 표현이라면, 마음이 훨씬 놓일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린이가 원하는 삶이 특별한 직업 없이,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가지고 취미생활이나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는 여성의 삶이라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까. 태어나서 건강하게 평생을 사신 분들도, 인생이 그리 길지 않았다고 하나같이 말씀하신다. 그런 짧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고, 또 어떤 것이 후회 없는 길인가 하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가치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삶 속에서 자아실현은 누구나 바라는 바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것은 안정된 직장을 구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하는 바로 그 길이 자아실현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어렸을 적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지금껏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꿈을 이루지 못하고, 늘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그저 마음속 꿈을 평생 버리지 않는다면 죽기 전에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을 통해, 나이 40이 넘어 깨달은 것은 자기 스스로 간절히 바라며 노력한 꿈도 이루기가 이렇게 힘든데, 간절함도 없고 게다가 진심으로 원하지도 않는다면 꿈은 절대로 이룰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40이 넘더라도 간직하고, 소망하고, 꿈꾸며, 포기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꿈은 자신에게 조금씩 의미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꿈을 이루기가 이렇게 힘든데, 엄마처럼 매일 놀면서 사는 것이 꿈이라는 아이의 말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자기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스스로 벌지 못하고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 살고 있는 가정주부의 삶을 동경하기까지 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찌 아이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머니의 삶이 별 고민과 문제의식 없는, 노는 사람처럼 비친다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또 그것이 좋아 보이는 것은 아이보다 어머니에게 더 심각한 문제는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어머니들이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녀교육 면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하겠다. 아니, 아이들보다 어머니, 자기 자신을 위해 더 그래야 한다. 물론, 노력도 제대로 못해보고, 너무 젊은 어느 시점에서 이미 접어버린 꿈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한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없을지 몰라도,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한 그것만으로도 참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어머니를 통해서 아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배울 것이다. 아이들은 가까이 있는 어른들을 거울처럼 닮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부모는, 또는 교사는 아이에게 어떤 거울이어야 할까를 늘 고민해야 한다. 나는 희영씨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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