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특이한 수업이 열렸다. 도쿄와 오사카 두 곳에서 열린 이 수업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빈곤과 노숙, 등교거부, 은둔형 외톨이, 정신장애, 성적 소수자에 대해 어린이들과 함께 배우는 모의수업 행사였다.
2009년 11월 23일 열린 수업에 어린이와 교사를 포함한 75명이 참가했다. 주최한 곳은 각 분야의 활동가들이 모여 결성한 ‘얼터너티브 레인보우 클래스’. 이번 행사를 위해 각자 맡은 수업을 준비해왔다. 도쿄에서 열린 모의수업을 통해 ‘학교에서 수업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왜 ‘학교’에서 ‘수업’을 했을까 이번 행사를 주창한 이쿠타 타케시씨는 오사카 가마가사키에서 노숙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빈곤과 노숙, 등교거부, 정신장애, 성적 소수자들이 겪는 문제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쿠타씨는 “노숙자 중에는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고, 통계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성적 소수자이거나 이전에 등교거부, 은둔형 외톨이였던 사람이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쿄 이케부쿠로 조사에서는 노숙자의 63%가 어떤 종류든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혀졌다. 이쿠타씨는 노숙자들 내부에서도 각각 그가 겪는 차별이 다르고, 이해도 부족해 “어떻게 함께 해나갈 수 있을지 매일 의문에 부딪혀왔다”고 한다. 이 모의수업은 각자 고립되어 있는 당사자나 지원자를 이어주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학교’에서의 ‘수업’일까. 여성의 빈곤문제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 구리타 타카코씨(여성과 빈곤 네트워크)는 본인 스스로 등교거부를 한 적도 있고 학교를 싫어하는데 ‘수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몹시 지쳤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모든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이 빈곤상태에 빠지는 배경으로 ‘학교(교육) 내 성차별’을 꼽으며,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풀이 죽는 것이 교실 안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학교에서 이 수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현실도 변하지 않는다 이번 모의수업이 특히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낙오자로 낙인 찍힌 ‘당사자’와 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수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성적 소수자 수업을 담당한 스나가와 히데키씨(도쿄 프라이드)는 교사들이 성적 소수자 어린이들이 상처받을 말을 함부로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성애자인 스나가와씨 역시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에게 “여자아이 같다”는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말 때문에 살아갈 의욕을 잃는 경우도 있다. 국가차원으로 조사된 바는 없지만, 교토대학 대학원 의학연구과 히다카 야스하루씨 조사(2005년)에 의하면, 남성동성애자와 남성양성애자 3명 중 2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 있고, 14%는 실제로 자살미수 경험이 있다. 또, 남성들 사이에 ‘파견노동’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절에도 남성동성애자들 사이에선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스나가와씨는 “이성애 중심사회는 주변부적 입장을 ‘선택’ 하도록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성적 소수자가) 살아가는 데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아주 많다”고 말하는 아마노 케이코씨(등교거부. 은둔형외톨이 연구소). 학교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등교거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학급분위기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사토 타에씨(코코로스페이스 카나데, 일하는 여성과 자녀를 지원하는 상담단체)는 ‘정신장애’에 대해 “어른이나 학교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멋대로 판단해온 부분도 있어,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교육의 필요성을 말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길 학교라는,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에게 이쿠타씨는 “(그들에게) 더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함께 교재나 수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무라씨는 “수업은 테크닉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교를 진정한 의미에서 ‘어린이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만들고자 시작된 노력. 앞으로 학교 안팎에서 더 많은 협력자와 만나고 내용을 채워가며 ‘학교’와 보다 긴밀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인터뷰] 이쿠타 다케시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의 의미” 이번 모의수업의 주창자이자 실제로 지금까지 학교에서 ‘노숙’과 ‘빈곤’을 테마로 수업을 130여 회 해온 이쿠타 다케시씨에게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의 의미를 들었다. -왜 학교에서 수업을? “계기는 계속되는 ‘어린이들의 노숙자 습격사건’이었다. 잠복하며 현장을 잡기란 쉽지 않고, 어린이를 노숙자로부터 격리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해, 2001년부터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에 들어가기 어렵지 않았나. “싫어하는 학교도 많다. 홈리스를 수업에 부르다니 말도 안 된다거나, 어린이들을 인생의 실패자와 어울리게 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다. 교육위원회, 학교, 교사와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서서히 학교에 들어갔다. 가와사키시처럼 10년 전부터 공립학교에서 ‘노숙’수업을 있는 곳도 있다. 그 결과, 노숙자에 대한 습격이 3분의 1로 줄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 크다.” -수업의 내용은? “DVD 영상이나 당사자, 혹은 나의 체험담을 통해, 왜 노숙하게 됐는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우선 알려준다. ‘의자 뺏기 게임’을 예로 들거나, 노숙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카프카의 계단’ 그림(노숙에 이르기까지는 몇 가지 단계가 있는데, 반대로 돌아올 때는 한가지의 큰 단계뿐이다)을 사용해 (노숙의) 배경에 있는 ‘사회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아이들의 반응은? “가까이에 있는 노숙자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다거나,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밤중에 일하고 있었구나 하는 등 충격을 받고 노숙자에 대한 관점이 바뀐다. 실제로 밤 순찰이나 급식 차에 오는 어린이도 있었고, ‘갈 곳 없는 자신’과 연결해 생각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이번 모의수업 행사의 성과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하길 잘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한 번에 만나게 함으로써, 문제들의 연결지점도 보여줄 수 있었고 앞으로의 전망도 보였다.” ※<일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언론 <페민>의 1월 1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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