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스러운, 바로 거기에 행복이 있어요

행복의 의미 생각하기①

정인진 | 기사입력 2010/01/18 [01:08]

불만스러운, 바로 거기에 행복이 있어요

행복의 의미 생각하기①

정인진 | 입력 : 2010/01/18 [01:08]
2학년인 민지, 지영, 상훈, 진우는 함께 공부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난 아이들이다. 그들과 독서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이해력이 뛰어나고 수업 태도도 좋아, 독서프로그램은 두세 달만 공부하고 철학프로그램을 시작할 생각이다. 그런 만큼 독서 프로그램은 좀 높은 단계의 문제들을 가지고 진행시키고 있는데, 별 어려움 없이 잘 따라주어 만족스럽다.
 
▲ 앤 맥거번의 <우리 집은 시끌시끌해>(보물창고) 삽화
이번 주에는 이들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 공부했다. ‘진정한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공부는, 관점을 조금씩 달리해가며 여러 차례 하고 있다. 그것들 가운데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프로그램에서는 ‘내 현재 상황이 가장 행복한 조건’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고 있다.

 
이 공부를 위해서는 앤 맥거번의 <우리 집은 시끌시끌해>(보물창고)를 텍스트로 다룬다. 이 책의 피터 할아버지는 온갖 데가 삐걱거리는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창 밖 나무, 난로 위의 끓는 물, 모두 할아버지를 괴롭히는 조건들이다.
 
그는 마을의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가 해결책을 구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할아버지에게 소, 당나귀, 양, 닭, 개, 등의 가축을 집안에 들여놓으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일러준 대로 했더니, 집안은 더 시끄러워졌을 뿐이다. 화가 난 할아버지는 다시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가 따진다. 그는 이번에는 이 동물들을 모두 밖으로 내놓으라고 시켰다. 시킨 대로 동물들을 모두 내놓자, 집안은 너무 조용해졌고 할아버지는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서, 지혜로운 사람이 할아버지에게 왜 이런 해결책을 제시했는지, 또 이 제안은 좋은 방법이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고 나서 적극적으로 우리 상황을 살펴본다. 먼저, 그것을 위해 자기 생활 속에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없는지 생각나는 대로 많이 찾아보게 했다.
 
아이들은 언니가 장난을 치며 괴롭힌다,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닌다, 집이 너무 좁다, 위층에서 너무 시끄럽게 한다, 등등, 불만스러운 점을 많이 발표했다. 이어서 그것들 가운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상황이 더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없는지 물었다.
 
민지는 집안에 화분이 너무 많아 불편한데,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고 했다. 지영이는 자기 방이 너무 좁은데, 방이 좁아서 청소하기가 쉽다는 걸 찾아냈다. 진우는 베란다에 고드름이 생겨서 불편했는데, 고드름이 장식이 되어 예쁘단다. 상훈이는 영어학원에 숙제가 많아서 괴로웠는데, 영어를 잘 하면 외국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는 걸 생각해냈다.
 
▲ [희망을 꿈꾸다]   © 일다 - 박상은의 일러스트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것이라도, 아주 적극적으로 ‘그래서 좋은 점은 없을까’를 찾으려고 애쓰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점들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 질문에 각자 떠올린 것들을 발표하고 난 아이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해 한결 환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이제 민지는 집에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화분이 많아서, 도리어 행복할 것이다. 또 외국에 나가 그곳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기 자신을 상상하면 상훈이는 영어숙제가 예전처럼 괴롭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사소해 보이더라도 좋으니, 여러분이 행복한 이유를 생활 속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그것도 생각나는 대로 많이 많이 쓰라고 요구했다. 언니가 장난을 치며 괴롭힌다고 한탄하던 지영이는, 언니가 자기를 얼마나 즐겁고 재미나게 해주는지를 떠올리고는 그것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많은 아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부모님으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스스로 생각해냈다.
 
나는 끝마무리에, 앞으로 살면서 불만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오늘 배운 걸 잊지 말고 좋은 점은 없는지 잘 생각해서 자기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가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어머니들께도 오늘 공부한 걸 가족들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나도 오늘은 내가 왜 행복한 사람인지 생각해봐야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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