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아닙니다

‘윤춘신의 생활문학’ (13)

윤춘신 | 기사입력 2010/05/03 [10:45]

정답이 아닙니다

‘윤춘신의 생활문학’ (13)

윤춘신 | 입력 : 2010/05/03 [10:45]
안부를 묻는다.  때로는 내가 때로는 그가 서로의 근황을 묻는 전화를 한다.  며칠 전 통화를 하게 된 J선생은 ‘당신이 시골로 떠난다는 기별을 듣고 참담했으며, 어떻게 살려고 저러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J선생은 내가 처한 빈곤한 여성가장. 염병할 놈의 돈에 기진맥진한 내 경제력에 대한 용어를 선택했다. 그들이 조언이나 충고를 하고 싶은 열망에 가득찬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가 내 정보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 알게 된다.
 
어제만 해도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냉이 꽃대가 성큼 자라났다. 봄은 밤 사이에 달음질을 친다. 한눈 팔 겨를도 없이 숨 가쁘다.
 
그때도 지금처럼 봄 한가운데 서 있었다. 기척도 없이 밥풀 같은 꽃망울부터 먼저 터트린 목련을 바라보았다. 사무실 앞 건물에 있는 한 그루의 목련 앞에서 깊은 사색에 잠겨 있었다.
 
“못 참겠지?”
“응? 뭘?”
“시치미 떼지 마.  남자 생각나서 그러지?”
“재미있는 말이네. 그런가?”
“성격 차이네 뭐네 이유도 많지만, 속궁합만 맞아봐. 우리 옆집 사는 여자는 서방이 두들겨 패고 나면 그렇게 잘해준대. 그 맛에 산다더라.”

 
커피잔을 들고 슬그머니 내 옆에서 귀엣말을 하는 동료의 눈이 시궁창속 쥐새끼의 그것과 닮았다. 그 눈빛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처한 환경이 드러날 때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용어는 여자의 성이다. 이혼의 동기가 그 무엇일지라도 ‘성’보다 우선하는 게 없다는 정형화된 결론을 내려준다. 과연 그럴까. 내가 교류하는 몇몇의 친구들 또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혼자 사는 여자이다. 사별을 빼고 이혼이라는 과정으로 이별을 고한 그녀들에게 물어보았다.
 
성격 차이를 빌미로 ‘성’적 차이 때문이었는가 말이다. 당신이 이혼한 여자라면 그러한가.
 
들판에 피는 꽃을 보라. 하다 못해 도로변에 핀 개나리나 진달래를 보라. 저마다 만개한 기쁨을 누린다. 키 작은 채송화 꽃잎 앞에서 외줄기로 우뚝 선 해바라기 꽃이야말로 만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생이 그 한가지로 통일된 행복이라면 그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 그 음침한 낯빛을 내게서 거두어 달라.
한 처음. 신이 보시기에도 참 좋았다고 표현한 사람 아니겠는가.
여자를 성교(섹스)만으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글을 마칩니다.
저는 쓰느라 고생했고
당신은 읽느라 고생했습니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은 했으나 졸필임을 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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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준휘 2010/05/12 [22:00] 수정 | 삭제
  • 꼭 다시 좋은 글로 만나길 바랍니다. ^^
  • 먼산 2010/05/09 [02:25] 수정 | 삭제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최현숙 2010/05/05 [13:19] 수정 | 삭제
  • 오늘 즈음 새 글이 올라왔으려나....하고, 일다를 자주 들락거리게 해주었던, 아프고 진한 글들 감사했습니다. 글작업을 계속 하시리라 믿습니다^^
  • 공간여행 2010/05/05 [05:56] 수정 | 삭제
  • 읽기 시작 하자마자 마지막이라네요..아쉽고, 너무 진한 이야기들에 가슴 먹먹하고
    다음글들을 기다렸는데요.. 뒤에서 많이 응원하겠습니다..
  • roo 2010/05/05 [02:01] 수정 | 삭제
  • 차암 진한 글들... 기다려가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젠가 또 글 써주시길...^^
  • 채움 2010/05/04 [21:56] 수정 | 삭제
  • 이렇게 힘들게 토해놓고 냉적한척 다시 돌아보지 않을 작가가 그려집니다.
    맘 오그려가며 읽던 글인데.. 아쉽네요
  • 데조로 2010/05/04 [12:10] 수정 | 삭제
  • 그 동안 잘 읽었습니다.
  • may 2010/05/04 [10:44] 수정 | 삭제
  • 아쉬워서 어떡하나용...
  • .. 2010/05/04 [07:01] 수정 | 삭제
  • "봄은 밤사이에 달음질을 친다. 한눈 팔 겨를도 없이 숨 가쁘다. ... 커피잔을 들고 슬그머니 내 옆에서 귀엣말을 하는 동료의 눈이 시궁창속 쥐새끼의 그것과 닮았다. ...... 한 처음. 신이 보시기에도 참 좋았다고 표현한 사람 아니겠는가. 여자를 성교(섹스)만으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 ............................ 좋으네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애독자 2010/05/04 [01:24] 수정 | 삭제
  • 나중에 언젠가 다시 글을 쓰시게 된다면 더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어요. 글의 마음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습니다.
  • 2010/05/03 [16:34] 수정 | 삭제
  • 아쉽네요. 또 만나요..
  • 독자 2010/05/03 [16:09] 수정 | 삭제
  •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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