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출가들의 연극을 만나는 기쁨

제6회 여성 연출가전 "New War, 전쟁이다!"

이미정 | 기사입력 2010/05/17 [00:30]

여성 연출가들의 연극을 만나는 기쁨

제6회 여성 연출가전 "New War, 전쟁이다!"

이미정 | 입력 : 2010/05/17 [00:30]
올해로 벌써 6회째이다. 여성연출가들이 모여서 조심스레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회로 그치고 말 거라는 우려들도 해를 거듭하며 서서히 사그러들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관객들의 따뜻한 지지일 것이다.
▲ 제6회 여성연출가전에 참여한 여섯 명의 여성연출가들.    © 연출집단 女go

여성이 연출을 한다는 것은 녹녹한 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약력을 보조해줄 기계들이 많아졌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상의 영역에 국한된다. 예술 영역에서는 여전히 무대의 세트에 박을 못질을 잘하는 게 중요하고, 조명 장비를 들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하다. 연출 방향에 맞게 배우들과 스텝들을 이끌기 위한 카리스마가 요구되기도 한다. 여성이고, 더군다나 어리기까지 하다면 사사건건 반대에 부딪치기 십상이다.
 
이토록 녹녹치 않은 연극판이다 보니 여성연출가가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때론 대안을 꿈꾸기도 한다. 배우가 지시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의자를 집어 던지거나 욕설을 내뱉는 연출들의 폭력적인 행위, 감독과 연출의 눈에 들기 위한 여배우들의 비공개 수난사들을 들을 때면, 여성연출가들의 활약에 은밀한 기대를 걸게 된다. 여성연출가가 모든 문제들을 감쪽같이 해결해 줄 마스터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애틋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여성연출가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여성연출가전>은 매년마다 특정한 주제를 갖고 몇몇 여성연출가들이 서로 다른 작품을 연출한다. 신진 연출가들에게는 등용문으로, 기성 연출가들에게는 실험의 무대이자 소통의 기회가 되고 있다니 여성예술가로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중한 장이기도 하다. 이 축제에 여성 관객의 참여와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다채로운 어울림 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의 3요소는 희곡, 배우, 관객이 아니던가. 
 
New War, 전쟁이다!
 
▲6회 여성연출가전 포스터 ©연출집단 女go
올해의 테마는 ‘전쟁’이다. 6명의 여성연출가들이 바라보는 전쟁. 대체 어떤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일까. 고전과 창작이 고루 섞여있다. 헨리 입센의 <인형의 집>, 세익스피어의 <맥베스>(공연명: Mecbeth,Object-ion!>,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공연명: 어멈)의 경우, 고전을 해석하는 여성주의적 시선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세 작품 모두 연극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여성캐릭터가 등장한다. 노라, 레이디 맥베스, 억척 어멈은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위험한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어떤 모습으로 재해석될 것인가. 각각의 연출들이 찾아낸 인물들의 새로운 면모를 기대해 보자.
 
창작극도 흥미롭다. 정혜경의 <사랑찾기, 천만분의 일>과 홍영은의 <청춘, 전쟁이다>는 작, 연출 작품으로 ‘전쟁’이라는 살벌한 단어와 ‘사랑’과 ‘청춘’이라는 달달한 단어가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대학로 여성창작자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두 작품이다.
 
나머지 한 편은 국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다락방>의 작가 사카타 요지의 다른 작품 <싸우는 여자>이다. 히키코모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사회의 각성을 요구했던 <다락방>의 성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싸우는 여자>도 특정한 한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5월 18일부터 백순원 연출의 <인형의 집>이 포문이 되어 7월 18일까지 순서대로 관객을 만난다고 하니, 준비된 상찬을 받아 수저만 들면 된다. 각각의 연극들은 열흘 정도 공연되고 다음 공연으로 넘어가게 되니, 보고 싶은 공연은 꼭 날짜를 미리 체크해 둘 필요가 있다. 다양한 할인이 마련되어 있으니, 공식 블로그와 예매 사이트 정보들을 꼭 확인하자. 일반석 2만원, 학생석 1만 5천원이지만 관객의 후기 참여에 따라 초대도 가능하고, 특정한 날에는 만원에도 관람이 가능하다.
 
* 일시:  2010년 5월 18일 ~ 7월 18일
   평일 오후8시/ 토 오후3시,6시/ 일, 공휴일 오후3시 (월 공연 있음)
   5월27일, 6월7일, 6월17일, 6월28일, 7월8일 공연 없음
* 장소: 대학로 키 작은 소나무 극장
* 주최: 연출집단 女go
* 후원: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문의: 02-742-6050 
*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2010new_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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