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다고 다 해주는 게 진정한 사랑일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 11. 진정한 사랑을 생각해요

정인진 | 기사입력 2010/07/19 [10:54]

원한다고 다 해주는 게 진정한 사랑일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 11. 진정한 사랑을 생각해요

정인진 | 입력 : 2010/07/19 [10:54]
‘사랑한다고 해서 원하는 걸 다 해주는 것이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민은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발전된 관계를 갖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볼 것이다.
 
▲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시공주니어, 2000)
이 공부를 위해, 쉘 실버스타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텍스트로 골랐다. 이 이야기는 교과서에 실려 학교에서도 배운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다루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진정한 사랑을 고민하기 위해 이 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대강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나무는 사랑하는 소년에게 사과는 물론, 가지며 몸통까지 모두 주고 밑동만 남는 신세가 된다. 그렇지만, 나무는 그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노인이 된 소년에게 앉아서 쉴 수 있도록 그 밑동마저 내어준다.

 
아이들과 함께 텍스트를 읽고, 나무의 행동을 생각해보기에 앞서, 소년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것이다. 나무가 소년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때, 소년은 나무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첫 번째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소년은 나무에게 아무것도 해주지도 않으면서 항상 무언가를 바라기만 했습니다. 그런 소년의 태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찬이와 형진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찬이는 그 이유를 “아무런 보답도 없이 남의 것을 바라기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가져가면 자기도 가만히 있지 말고 보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진이는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무에게 계속 받기만 원하는 소년의 태도는 그런 점에서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 어린이들과 달리 해빈이는 “소년의 태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이유를 제시했다. “왜냐하면 소년은 필요하기 때문에 요구했다. 또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많이 요구한다. 소년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가 잘못한 점은 없을까? 자기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준 나무의 행동이 마음에 드는지 아이들에게 물으면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간다. <나무는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소년이 원하는 것을 모두 주었습니다. 그런 나무의 행동은 과연 잘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찬이: 나무가 잘한 것 같다. 왜냐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줘서 소년을 도왔기 때문이다. 소년이 달라고 한 모든 재료를 다 주었다. 그런 나무는 순하고 착하다.
 
형진: 잘못했다. 소년의 그릇된 생각을 고쳐주지 않고 도리어 그 행동을 부추긴 꼴이 되었다.
 
해빈: 잘못했다. 그 이유는 나무가 처음에 거절하지 않고 계속 주고, 또 주었기 때문에 소년이 계속해서 원한 것 같다. 소년의 행동도 좀 잘못되었지만, 소년이 좋고 반갑다고 해서 원하는 것을 계속 준다는 것은 소년의 행동을 나쁘게 하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이 책의 나무라면 어땠을까? 자기의 모든 것을 다 주었는데, 소년은 어떤 보답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렇게 밑동만 남아 쓸쓸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행복할까? 소년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러면서 세 번째 질문을 했다. <여러분이 나무였다고 상상해 봅시다. 소년에게 나뭇가지는 물론, 몸통까지 모두 다 줘버리고 밑동만 남은 채로 홀로 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여러분의 느낌을 솔직하게 발표해 봅시다.>
 
찬이는 앞의 대답과 일관되게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나무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도와주고 원하는 것을 주어서 자기가 불쌍한 사람을 도왔다는 생각을 할 것”이란다.
 
찬이와 반대로 형진이와 해빈이는 기분이 나쁠 거라고 대답했다.
 
형진: 기분이 허탈했을 것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주었지만, 좋아하는 소년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탄했을 것이다.
 
해빈: 나라면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 이유는 소년이 매일매일 찾아오지도 않았고, 계속 요구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 주고 밑동만 남았는데, 소년은 자기의 이익만 챙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년이 원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고 해서 나무가 꼭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소년은 결국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지 못하고 계속 나무에게 요구만 하는 어른이 되었다. 소년이 처음, 돈이 필요하다며 나무를 찾아왔을 때, “돈은 네가 노력해서 벌도록 해라!”하고 따끔하게 야단쳐 돌려보냈다면, 소년은 더욱 독립심 강한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네 번째 질문을 보자. <독립적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지 못하고, 소년이 계속 바라기만 하는 마음을 갖게 된 데에 나무의 책임은 없을까요?>
 
찬이: 나무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의 인생을 남이 책임질 수 없고, 남이 자기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가 자기의 인생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년이 독립적이지 못하게 된 것은 자기가 늙어서까지 자신의 인생의 잘못을 깨닫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형진: 책임이 있다. 처음부터 소년에게 안 된다고 했다면, (스스로 노력해) 소년은 멋진 노후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나무는 오고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런 것을 알려주었다면 소년의 모습은 이토록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빈: 나무의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소년은 나무에게 바랬지만, 나무는 거절하지 않고 소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랬기 때문에 소년은 나무 때문에 독립적인 인생을 살지 못하였다. 독립적으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나무가 거절도 하지 않고 요구하는 것을 다 주었기 때문에 나무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끝나면, 나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이 책 속의 “나무”와 “소년”은 부모님과 우리 자신을 너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처럼 자기의 인생을 희생해가며 온 몸을 자식들에게 바치는 부모님이 세상에는 너무 많답니다.

또 이 책의 ‘소년’처럼 여러분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바라기만 하지는 않나요? 엄마나 아빠에게 여러분은 어떤가요? 실제로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바라기만 한 어린이는 커서도 부모님께 보답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계속 바라기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부모님께 마음을 나누는 걸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마음을 나누는 훈련은 어려서부터 열심히 연습하지 않으면 절대로 습득되지 않는 것이랍니다.

게다가 나무처럼 인생을 온통 자식들에게 바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세상에는 많습니다. 그것을 과연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그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까요?>

 
마지막 문제는 <부모님과 우리가 서로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이다. 아이들의 대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집안일을 도와준다.
2) 부모님께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3) 자식은 자신이 할 일은 자기가 하고 부모님께 미루지 않는다.
4) 부모님께 무엇을 요구할 땐 그것에 대한 보답을 한다.
5) 우리가 원한다고 부모님은 모든 것을 들어주면 안 된다.
6) 무엇을 요구하면 ‘내가 무엇을 하겠다’ 등, 같이 합의를 본다.

 
아이들이 오늘 배운 것을 잘 기억하면서 부모님과 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또 부모님들 역시 교육적인 관점을 견지하면서 절도 있게 자녀를 키울 수 있길 바란다. 이 공부는 부모님들도 함께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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