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생각합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 29. 우리는 모두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정인진 | 기사입력 2010/12/10 [15:35]

인권을 생각합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 29. 우리는 모두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

정인진 | 입력 : 2010/12/10 [15:35]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공표된 지 62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 만큼 아이들과 세계인권선언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이 수업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리를 생각하고, 세계인권선언에서 권고하고 있는 사항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생각한다. 오늘은 6학년인 형진, 해빈, 원석이의 의견을 살펴보면서 공부를 해보자.
 
‘세계인권선언’을 거론하기에 앞서, 나는 아이들이 인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문제 1. ‘인권’이란 인간의 권리를 말합니다. 즉,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인권’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것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함께 써 보세요.>
 
다음은 아이들의 대답이다.
 
형진: 중요하다. 인간에게 권리가 없다면 사람이 짐승대접을 받는 것이 뻔하고 피부색깔로 놀림당하거나 따돌림 당할 수 있어서이다.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빈: ‘인권’은 존중받을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 이유는 사람에게 인권이 없다면 사람을 무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숙자 같은 못 사는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지 않고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 인권을 무시한다면 사회가 정정당당한 사회가 되지 못할 것이다.
 
원석: 사람의 권리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이유는 권리가 없으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때리거나 괴롭힐 것이다.
 
모두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들어, 인권의 중요성을 잘 설명했다. 첫 문제에 관한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나서, 난 아이들에게 세계인권선언을 소개해준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공표되었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처절하게 유린당하는 걸 지켜본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하여 채택, 선포된 것이다.
 
다음은 ‘세계인권선언’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요약, 정리한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을 함께 읽고, 아이들은 얼마나 인권선언에 맞게 보호받고 있는지 질문했다.
 
<문제 2. 여러분은 위 조항에 어긋남 없이 존중받으며 살고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발표해 보세요.>
 
형진: 잘 지켜지는 것 같다.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도 잘 지켜지고 있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생활할 권리도 잘 지켜지고 있다.
 
해빈: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지만, 1조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했는데, 나는 첫째라고 항상 동생들과 비교해 차별을 당한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할 때가 많다.
 
원석: 다른 것은 잘 지켜지고 있지만, 19조는 잘 안 지켜지는 것 같다. 학교에서 내가 선생님께, “선생님 생각이 잘못됐다”고 하면, 듣지도 않고 계속 떠들지 말라고 한다. 또 집에서는 아빠한테 혼나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내가 설명하려고 하자, 아빠는 나한테 “어디서 말대꾸냐”라면서 때려, 억울하게 맞았다.
 
아이들은 자기가 경험하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잘 발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인권선언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을 찾기란 어린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 3. 우리나라에서 ‘세계 인권 선언’은 과연 잘 지켜지고 있나요? 아직도 잘 안 지켜지고 있는 조항은 어떤 건가요? 생각나는 대로 찾아보고, 그것을 고른 이유도 발표해 봅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괄호 속에 넣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형진: 23조 (요즈음 한국에서는 실업자가 늘고 있다. 그리고 막상 취직을 해도 제대로 된 일이 별로 없고,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16조 (국제결혼을 하면 제대로 된 권리도 못 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눈치를 받을 수 있다.)
24조 (일을 잘하려면 쉬면서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회사에서 일을 더 시켜 휴가도 못 가게 한다.)


해빈: 16조 (결혼을 할 때, 국적이 다르다고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종교가 달라 잘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18조 (부모님이나 주위의 사람들이 반대해서 자신이 원하는 종교생활을 못하게 하기도 한다.)
2조 (시내나 큰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럴 때 손가락질을 하거나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다.)

 
원석: 2조 (우리 아빠는 누나한테 “백인까지는 결혼해도 되지만, 흑인은 안된다”고 하였다.)
5조 (우리 학교에서는 모욕을 많이 한다. 친구들끼리 욕하고 왕따 시키고 한다.)
7조 (판사한테 돈을 주고 형을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부끄럽게도, 아이들이 지적한 것들은 대부분 어른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권리를 존중받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문제 4. ‘세계 인권 선언’에서 제시된 권리들이 잘 지켜지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섯 가지 이상 찾아봅시다.>
 
형진: 1) 인권보호에 대한 지식을 갖는다.
         2) 옛날의 고루한 생각을 버리고 현대의 지식과 권리의식으로 채운다.
         3) 가난한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 준다.
         4) 정상적으로 취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준다.

 
해빈: 1) 자기권리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
         2)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3) 못사는 사람들도 평등하게 대해준다.
         4)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 준다.
         5) 자신의 일을 남이 정해주지 않는다.

 
원석: 1) 부패한 관리들이 없어야 한다.
         2) 자기 죄를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
         3) 자신도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도 생각한다.
         4)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어린이들의 대답을 듣고, 나는 그들이 발표한 것들을 잘 지킨다면 훨씬 더 성숙한 세상이 될 것 같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이제 마지막 문제다. 그렇다면, 세계인권선언은 이걸로 충분할까? 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더 추가할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문제 5. 이것들 외에 더 추가되어야 할 중요한 생각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세계인권선언문의 문장처럼 표현해 봅시다.>
 
형진: 1) 학교나 학원에서 어린이를 교육할 때, 체벌하지 않는다.
         2)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돈은 국가가 충당한다.

 
해빈: 1) 친구 사이에 서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
         2) 자신의 진로를 남들이 정해주어선 안 된다.
         3) 하고 싶지 않다는 걸 강요해서는 안 된다.

 
원석: 1) 학생은 선생님에게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
         2) 학생은 컨디션이나 몸이 안 좋으면 학교를 안 나와도 될 권리가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입장에 근거해 ‘어린이의 권리’를 많이 발표한 것이 좋았다. 세계인권선언이 좀더 잘 지켜져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받는 일이 없어지질 바란다. 오늘은 자녀들과 함께 세계인권선언을 함께 읽어보고, 우리 가정에서는 어떤 것을 노력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칼럼을 끝으로 7개월간 펼쳐진 <하늘을 나는 교실>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아이들과 함께 깔깔거리며, 때로는 진지하게 보냈던 수업풍경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매체를 통해,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란다. 그동안 <하늘을 나는 교실>을 사랑해준 독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어주신 정인진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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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다 2010/12/14 [15:47] 수정 | 삭제
  •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 순수한 세계를 접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 드립커피 2010/12/13 [09:54] 수정 | 삭제
  • 정인진 선생님 칼럼 읽으면서, 아이들을 생각을 통해 어른들도 배울 게 많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을 가지고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꼭 한 번 따라해보고 싶네요.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생님의 교육프로그램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독자 2010/12/12 [03:26] 수정 | 삭제
  • 그동안 코너 흥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코너가 마무리되는 줄은 미처 몰랐네요...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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