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참여연대 강당에서는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 평화인권 연대 그리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주최로 ‘사병의 월급 및 인격권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군 폭력, 지나치게 낮은 월급, 사병 인격무시 등 군대를 둘러싼 인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응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사병의 월급이 2만원에 못 미치는 현실에 대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만원이라는 금액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병들의 인권현실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사병들에게도 ‘최소한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지불해야 하며, 사병월급은 인권과 군 구조 개혁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군대 내에서 법관의 결정 없이 사실상 구금하는 징계입창 역시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이로 인해 1년에 1만 명 안팎의 사병들이 영창에 구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부터 군·경 의문사와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이하 군가협)와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함께 운영해오고 있는 ‘군인의 전화’ 상담사례를 보면 사병인권의 현실이 드러난다. 군인의 전화에는 최근 군 성폭력 사건 등 군대 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면서 사건들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군가협 서석원씨는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피해자와 가족들을 일종의 인권 불감증으로 몰고 가,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가 되어서야 사건을 신고한다”고 말했다. 상습적인 구타로 정신이상증세를 보인 사례, 구타 및 가혹행위로 투신자살을 시도한 사례 등을 발표한 서씨는 “군 조직이나 경찰조직을 통째로 매도할 생각은 없으나, 이같은 인권침해사례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현역병과 예비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국가인권위원회 남상덕 조사관의 연구에서 드러난 가혹행위는 구타 외에도 모욕적인 행위의 강요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폭언, 인신공격, 취침방해, 변기에 머리 박고 물 내리기, 방독면 쓰고 뛰기 등 수십 가지의 가혹행위들이 보고됐다. 남 조사관은 “구타 및 가혹행위가 탈영과 자살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군 수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결과를 인용했다. ‘폭행 후 자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2500명의 병사들 중 71.7%의 인원이 ‘그렇다.’라고 답했다는 것. 군가산제 폐지나 유승준씨 미국 영주권 사건 등 군대에 관련된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군대 안 가본 사람은 말하지 말라”라는 예비역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많은 경우 엉뚱한 곳에 쏟아지는 이 분노는 ‘내가 그 고생을 했는데!’라는 억울함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가 하면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남성문화, 직장문화, 정치문화가 군대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징병제도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 징병제도가 정당한 대우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폭력적인 구조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이나 모병제 도입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병의 월급과 인격권에 대한 문제인식은 시급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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