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이 위헌 심판을 받게 된 가운데 ‘성매매 현장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성 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역학 구도는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은 어떠한지’ 보다 가깝게 들어볼 수 있는 대담이 열렸다.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에서 기고한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프롤로그 – 당사자의 이름으로 말하고 싶다 ①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② 성매매 현장, 상상도 하지마! ③ 피해와 처벌, ‘창녀’라는 낙인 (2. 언론) ⓞ 에필로그 비겁한 카메라와 무책임한 기사들 지음: “텔레비전 기자들은 어떻게 맨날 카메라를 숨겨서 들어가서 다리만 마구 찍고, 여성들 춤추는 거랑, 모자이크하거나 음성 변조해서 ‘빚 있어?’ 하면 ‘아니, 빚 없어’ 그런 것만 찍고. ‘2차 나갈 수 있냐?’, ‘얼마 버냐?’ 이런 거나 묻고, 키스방 가서 타이머나 찍고, 성매매 알선구조나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말하지도 않고….” 엠케이: “그 앞에서 정말 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냐고요! 몰래 카메라나 찍으면서.” 지음: “처음 보는 사람한테.” 엠케이: “‘너 빚 있냐?’ 하면 없다고 하고, ‘너 돈 잘 버니?’ 하면 잘 번다고 하죠. 에이스라고 해야 자기 몸값이 올라가고 무시당하지 않는 건데.” 마루: “그(카메라) 안의 여성들의 모습은 동일해요.” 지음: “예전에는 그 모습이 ‘머리를 숙인 여성들’이었다면, 지금은 ‘성노동을 이야기하는 당당한 여성들’인 것처럼, 모두 그 여성들이 원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심통: “인터뷰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 여성들이잖아요. 이게 너무 좋아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죠.” 마루: “좀 의식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성매매 관련한 인터뷰나 칼럼을 쓴 걸 보면 무책임하게 쓸 때가 많아요.” 지음: “드라마에서도 한복입고 머리 올린다는 말이 나오지를 않나. 사람들이 저래도 괜찮은 거라고 믿게 만드는 거잖아요.” 바다: “그런 것들이 성매매에 대한 환상을 준다니까요.” 궐기대회 나갔던 여성들의 현실을 아는가 지음: “성매매방지법 터졌을 때 집결지에 있던 언니들 인터뷰했잖아요. 그때 언니들도 인터뷰했어요?” 마루: “나도 하려고 대기하고 있었지, 집결지 마다 지역신문에서 업소마다 한 명씩 각출을 시켰어. 그래서 인터뷰를 하고 뉴스에 보도되고 그랬죠.” 지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랬어요?” 마루: “무슨 이야기 하긴, 우리 성매매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죠. 우리 업소를 대표해서 업주한테 뽑혔는데요. 근데 줄 서 있었는데 내 앞에 언니가 인터뷰를 너무 잘한 것이야. 그 언니 사연이 너무 구구절절 했어요. 자기는 집도 없이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고, 부모님 다 모셔야 하고, 나는 이거 아니면 먹고 살길이 없다 이렇게 한 거야. 기자들이 듣고 싶은 얘길 다 들은 거지. 그러니까 뒤에 줄 서 있던 우리들은 안 해도 됐죠.” 바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TV에서 나레이션도 무척 슬픈 것을 썼어요. 만약에 이름이 은경이라면 ‘은경씨는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이곳이 아니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성매매가 정말 나쁜 것일까요?’ 이렇게. 단속이 너무 심해지니까 지역방송에서 온 거에요. 업주랑 이야기를 해서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고 해서 현관의 나까이 이모랑 몇몇 거기 있던 여성들을 인터뷰했어요. 그때 외쳤던 말은 ‘감금 없어요. 감금이 어디 있어요’ 이거였는데, 그 말에 기자들이 열광을 한 거죠. 자기들이 듣고 싶었던 말이니까요. 나는 지역방송이라 사람들이 많이 안볼 줄 알았는데, 아는 손님마다 전화가 와서 ‘왜 텔레비전에 나왔냐’면서 물어보는 거에요. 인터뷰할 때 잠옷 입은 뒷모습을 찍은 거였거든요. 음성변조를 했는데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보더라고요. 인터뷰 내용은 ‘제 꿈은 무엇이고, 여기서 돈을 벌어서 그걸 이루고 싶어요.’ 그런 거였죠. 그 때 뭘 갖고 싶냐 물어보길래 ‘컴퓨터를 가지고 싶다’ 그랬어요. 그러면 사주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때까지 컴퓨터를 사용해보지 않았거든요. 구매자들이 컴퓨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 한창 싸이월드가 생기고 고스톱을 치고 컴퓨터 게임이 유행할 때였어요. 나는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조차 해보지 못했죠. 그래서 구매자들이 하는 말을 잘 들었다가 마치 아는 것처럼 이야기에 끼워 넣기도 했어요. 그 문화를 알고 싶었던 거죠. 그런 나의 현실은 없고, 그저 언론이 듣고 싶은 말을 뽑아내 가는 거잖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요.” 마루: “마지막으로 집결지 업소를 나왔을 때, 업주들이 신문에 허위내용을 주고는 그걸 기자가 썼어요. ‘그날 업소를 나온 여성 3명이 쉼터에 가지 않고 보도방을 통해 다른 노래방업소에 또 일하러 갔다’고요. 성매매방지법이 소용없다는 걸 주장하려고 그렇게 한 거죠. 나랑 같이 나온 두 명이랑 그날 업소를 나와서 마음도 심란하고 해서 노래방에 잠깐 놀러갔다 온 건데, 그걸 누군가 우릴 미행해서 업주한테 알려준 거에요. 그걸 신문은 또 냉큼 기사로 쓰고. 성매매 여성들은 업소에서 꺼내봤자 다시 일하러 들어가는 여성들로 이미지를 만들어놓고는, 우리가 항의하니까 정정기사는 딱 한 줄로 나오고, 그걸 누가 보겠어요. 업소에서 나오게 해줘 봤자 필요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허위기사 써놓고는 책임도 지지 않는 거죠.” 심통: “그런 걸 확인시켜주는 기사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우리 생각이 맞았어’ 라고 편하게 생각해버리는 거죠. 나는 성매매방지법 바로 전에 나와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요청이 온 거예요. 너무 사정을 하길래 무서워하면서도 인터뷰를 했는데, 뒷모습 찍고 성매매 업소를 나와서 잘 살고 있다는 절절한 이야기였는데요. 완전 기사가 반대로 이상하게 나가서 엄청나게 연락이 왔어요. 그때부터 인터뷰는 안하고 싶었죠.” 엠케이: “두 가지 중 한가지 모습이에요. 성매매를 하게 해달라고 울부짖거나, 탈성매매를 해서 성실히 살고 있다며 뒷모습이 나오거나.” 바다: “아~ 이거 좀 약한데 더 센 이야기 없어요? 그렇게 요구하고.” 지음: “아직도 포털사이트에 ‘성매매’라고 입력하면, 이미지에 온몸에 빨간 페인트칠한 여성들만 나와요.” (2011년 서울 영등포구에 대형 쇼핑몰인 타임스퀘어가 들어선 후 경찰이 영등포역 주변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시작하자 이에 반대하며 여성들이 붉은 페인트를 몸에 칠하고 '반나체' 시위를 한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편집자 주) 심통: “2004년도쯤 궐기대회에 갔어요, 목숨 걸고. 그랬더니 집결지에 있을 때 알던 삼촌들이랑 다 내가 있을 때 있던 사람들인 거에요. 그래서 몰래 숨어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날 진짜 많이 울었어요.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왔는데, 정작 앞에는 머리 벗겨진 어떤 사람이 나와서 ‘성매매방지법 없어져야 한다’ 그러고, 여성학자라는 사람이 나와서 여성들을 지지해야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언니들은 다 힘들게 앉아있는 거에요.” 엠케이: “언니들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심통: “어떤 마음이냐 하면요, 나도 그 집결지에 있었으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론에 떠밀려서 나왔겠구나 하는 거죠. 언니들 앉아 있는데 비까지 왔어요. 나는 우산이라도 쓰고 있었는데.” 마루: “그래요. 나도 그때 바로 나오지 않았으면 마스크 쓰고 시청에 갈 거였죠.” 심통: “지금 여기 있는 우리도 그 안에 있다면 안 나갈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엠케이: “나는 억지로 갔을 것 같아요.” 지음: “억지로라도 가긴 가야 하잖아요.” 언론의 배신 “매체가 우리 이미지를 만들어요” 지음: “성매매 여성들 이야기를 묶어서 냈던 책이 있어요.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인데, 아쉬웠던 건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피해자 이야기, 여성들이 얼마나 불쌍한가만 그려져 있는 거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었어요. 여성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만 중요하게 보는 게요, 성매매는 마치 불우한 여자의 일생이고 그 여자가 새 삶을 시작하면 끝나는 개인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거죠.” 엠케이: “작년에 ‘당신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단편 극영화를 만들고 인터뷰했는데, 원고 넘기기 전에 확인했는데 제목이 두 개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중 하나가 마치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들끼리의 비난과 대결로 보이는 내용이었죠. 제목을 바꾸어달라고 했는데, 그대로 인터넷 판에 실렸더라고요. 내가 모든 성매매 여성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을 알리고 싶어하는 건데 늘 구도는 그렇게 짜이는 게 싫어요.” 지음: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기자의 의도대로 글이 써지는 거죠. 그런데도 마치 당사자들이 그렇게 원한다고 나오고요.” 마루: “올해 초에 성매매방지법 위헌 소송 관련해서 인터뷰해달라고 하는 곳이 꽤 있었어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하지 않고 ‘뭉치’라는 이름으로 하겠다고 약속 받고 한 곳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렇게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한 내용은 나의 성매매 유입 경로와 업소를 나와서 어떤 과정에 있다는 것만 쓰고, 이후에는 학자들의 이야기로 덮여서 나왔을 때 정말 짜증났어요.” 지음: “마루가 인터뷰한 기사 옆에 콘돔 삼킨 성매매 여성 이야기가 실렸거든요. ‘뭉치’ 이야기는 언급도 안 되고, 옆에 단속 때문에 콘돔 삼킨 이야기만 과장되어서 나오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마루: “언론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미 구도가 짜여져 있다는 걸 매번 느껴요. 언론의 배신 시리즈인 거죠.” 바다: “업소에 있을 때 성매매 여성을 그린 영화를 봤는데, 열 번 넘게 봤어요. 볼수록 비참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 여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저렇고, 결국 저 여성의 끝은 저렇구나 계속 곱씹어지니까, 영화를 보면서 짠하고 슬프고 나도 기대할게 없구나, 절망감 같은 것들이 들었죠. 또, 여자를 납치해서 성매매를 시키고 하는 영화가 있었는데, 정말 욕이 나왔어요. XX, 어디서 멀쩡한 애를 데리고 와서 사채를 쓰게 만들고 그런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지음: “한 영화는 그래도 현실이라도 담고 있지만, 또 다른 영화는 완전 비현실적이죠.” 바다: “비현실적인데 메시지는 같은 것 같아요. 그 여성이 어쨌든 길들여지고, 나중엔 보내줘도 찾아오잖아요. 그게 짜증이 난다는 거죠. 그 영화를 보면서 당사자인 우리들은 절망감에 빠져들게 되는데, 일반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면서 ‘성매매 여성들은 저렇구나’ 하고 쉽게 생각하게 될 것이 싫었죠.” 지음: “결국은 밝히는 여자가 되는구나, 그리고 자기를 팔아먹은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구나, 그런 거죠.” 바다: “매체가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요.” 엠케이: “성매매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는 여자들이 대개 죽어요. 또 남자들을 좋아해서 성매매를 계속하고, 영화에서는 오히려 업주들이 영웅이 되고.” 심통: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마지막에 자기를 쫓아 다니는 사람한테 주인공이 ‘이제는 아무도 나한테 신경 쓰지 않아. 빚이 많아도 나를 찾지 않아. 왜 그런지 알아? 나는 이제 여기 말고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거든’ 이러는데 나는 너무 눈물이 나는 거에요. 그게 내 심정하고 똑 같으니까.” 바다: “영화도 정말 더럽게 만들어요. 왜 성매매 여성들이 죽었는데 복수해 주는 사람이 없냐고요. 성매매 여성은 죽는 걸로 끝인 거에요.” 엠케이: “더 많은 영화들에서 성매매 여성은 단지 부속품이죠. 영화를 빛내기 위한.” 기사만 제대로 나와도 달라지는 것들 바다: “기자들도 자신의 펜 놀림 하나가 얼마나 그 안의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계속 문을 두드려야 되겠죠. 그냥 신문사를 하나 차려야 할까요?” 지음: “<일다>에 글이 연재되면서 포털 사이트에 ‘성매매’도 쳐보고 하면서 검색되는 기사들의 댓글들을 봤어요. 정말 말도 아니더군요.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으면 뽑을수록 댓글은 더 심한 것 같더라고요. 오늘 실린 신문 뉴스의 댓글만 봐도 ‘걱정 마라, 너희 뒤엔 여성부가 있잖아, 돈 땡겨쓸 땐 좋았지’ 이런 것들 보면 상처받아요.” 엠케이: “‘네가 네 발로 들어갔으면 자발이지, 좋아서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피해자인척 하냐’ 하고, 나와 관련한 기사에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니까 친구가 나를 지지해 준다고 다른 내용의 댓글을 썼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그 친구를 공격하는 거에요.” 지음: “그래도 지금의 환경이 유용하긴 한 것 같아요.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기사만 제대로 나온다면 많이 활용될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일다> 기사는 우리의 내용이 100% 들어가니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인용을 하고 SNS에서 리트윗을 하고 그러는 걸 보니까요. 기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같은 내용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엠케이: “생각을 많이 하고 쓴 댓글들을 보면, 우리도 함께 고민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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