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나이들어야 기자다워 보이나

강진영 | 기사입력 2003/09/14 [18:20]

[기자의 눈] 나이들어야 기자다워 보이나

강진영 | 입력 : 2003/09/14 [18:20]
언젠가부터 취재를 갈 때 옷차림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편한 대로 입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옷을 챙겨서 입게 된 것이다. 어떻게 입으면 기자다워 보일까, 어떻게 하면 나이가 있어 보일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사실 웃긴 일이다.

그러나 취재를 하러 갈 때마다 그러한 고민은 깊어지게 된다. ‘나이 어린’ 기자로서의 고민 말이다. 신기하게도 대부분 기자들은 ‘기자 티’가 난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기자에 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미지라는 것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남성’을 그려내고 있어서 문제다.

나이 자체가 권력인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기자는 다른 기자들이나 취재원을 대할 때, 그 권력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비주류 언론의 기자이며, 어린 여성인 나는 토론회나 거리 행사 같은 자리에 가도 위축될 때가 많다. 직접 얼굴을 보고 뭔가를 물어봐야 할 때, ‘어려 보이는’ 그리고 실제로도 ‘어린’ 나의 모습이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실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 중에서도 나이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많아서, 이미 그 시선에서부터 나를 ‘기자로 인정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낮게 보는 시선’은 매우 흔한 것이다.

취재를 하러 온 다른 기자들 역시 ‘그들만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남자 사진기자들의 경우에는 이미 큰 카메라와 카메라 가방을 지닌 가시적인 모습으로 ‘기자다움’을 드러낸다. 사실 그들은 내가 취재를 하러 왔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그들의 눈에 나는 그저 ‘어린 사람’ 혹은 ‘학생’일 뿐이니까.

반면, 장애여성 관련 기사를 쓸 때 나이로 인한 압박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이유는 취재원들로부터, ‘왜곡된 기사를 쓰지 않으리라’는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자에 대한 신뢰는 기사로부터 나와야 할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접’을 받는 이유가, 그 사람이 해온 활동이 그럴만해서가 아니라 단지 ‘나이가 많아서’라고 생각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곤 한다. 반면 어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근거를 내세우며 불신의 통념을 퍼뜨린다. 게다가 뭔가 한 수 가르치려는 사람들은 어찌나 많은지.

너무도 견고한 나이주의의 벽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언제쯤이면 나이로 인해 위축되지 않는 취재분위기가 조성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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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몰라 2003/09/20 [06:13] 수정 | 삭제
  • 우리나라처럼 나이먹은게 자랑이며 무기인 나라가 또 있는지 알려주세요.
    20대까지 얼마나 나이땜에 차별당하고 무시 당했는지 30이 넘으니까 안도감이 생기더군요.하지만 나이들어 보이고 싶은 그 자체는 부럽네요.이젠 전 젊어보이고 싶은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말싸움하면 하는 말 두 가지가 있죠.
    첫째,너, 몇살이나 먹었냐?
    둘째,그래서 네가 나한테 따지는 거냐?
    말 싸움에 밀리는 나이든 사람이 꼭 하는 말이죠.
    정말 지긋지긋하게 들었지요.나이로 밀고 들어오면 그때 부터 논리도 없고 앞뒤도 없이 막무가내입니다.
    글구 덧붙여요,너만한 막내 동생이 있어.

    아무것도 해놓은게 없이 밥많이 먹은게 저리도 자랑거리인가,맘껏 비웃었는데
    저도 나이가 드네요.하지만 나이가 더 많은 것만 내세우며 살고 싶지 않아요.
    위에 말같지 않은 질문의 제 대답은 똑같죠.
    전 당신의 동생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 지금 따지는것 맞습니다!
  • 아라 2003/09/18 [19:26] 수정 | 삭제
  • 글을 보니 반갑네요.
    나이에 따라 계급이라도 나누는 것 같은 문화 속이
    너무 답답합니다.
  • 초록풀 2003/09/15 [14:07] 수정 | 삭제
  • 제가 지금 있는 호주 대학에서는 교수라는 호칭보다는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게 처음에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확실히 나이에 상관없이, 호칭에 상관없이 그 사람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만을 보니까 더 자연스럽게 토론을 할 수 있더라구요. 한국에서는 교수님을 꼬박꼬박 붙여야 하잖아요.

    또 나이를 묻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시아 쪽 사람들이더라구요. 외국 사람들끼리는 아마도 영어에 존대말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나이가 많건 적건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그냥 친구입니다.

    기자님이 그런 생각을 갖는 것에 공감이 가서 그냥 한 마디 올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