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알려주마, 당당하게 여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13-24+ 여자 이야기

금오해령 | 기사입력 2003/09/21 [19:57]

뭐든지 알려주마, 당당하게 여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13-24+ 여자 이야기

금오해령 | 입력 : 2003/09/21 [19:57]
당당하게 여자!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13-24+ 여자 이야기.(제이앤알 출판사, 저자:레베카 오데스, 에스더 드릴, 히더 맥도날드, 역자:최은주, 조영래, 원제 ‘deal with it’)

그녀는 짧게나마 남자친구를 사귄 경험도 있는 21살이었었다. 그녀는 어떻게 임신이 되는지를 안다고 생각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면 아기가 생기는 거잖아”라는 그녀의 대답에 심각성을 느낀 친구들이 ‘진실’을 설명해주었을 때 그녀는 그 ‘끔찍한 얘기’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것은 좀 극단적인 편에 속하지만, 이런 종류의 실화들은 사실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우리의 성교육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에게 문자 그대로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는 것만 가르쳐오는 동안 그들은 ‘정자와 난자가 그래서 어떻게 만난다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넘어서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안 만나게 섹스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성에 대한 무지는 자신의 몸에 대한 무지와도 관련이 있다. 요즘 교과서에는 여성의 외음부 삽화도 들어가 있다지만, 내부 생식기 구조만 배워온 많은 여성들은 자기 외부 성기가 어떻게 생긴지는 몰라도 나팔관과 난소 위치는 달달 외울 수 있었다. 또는 섹스는 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몸이나 욕망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뭔가 엇갈린 교육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고 알아야 하는가’를 묻기에 앞서 ‘청소년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줄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다.

여학생들이 ‘진짜’ 알고 싶어하는 것

학교나 가정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납니다’를 가르치는 동안, 청소년들이 실질적인 성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곳은 대부분 또래집단이다.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정보들이 함께 유통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또래는 무작정 감추거나 설교하려 들지 않기에 편하게 듣고 배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십대여학생들의 위한 사이트(gurl.com)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 <당당하게 여자!>는 흥미롭고 편안하다. 소녀들끼리 서로 묻고 대답한 내용들이 전문가의 감수를 거친 설명과 함께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성, 삶, 몸, 두뇌라는 총 4가지 분류의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무수한 소녀들이 수다가 예쁘게 담겨있다. 성(sexuality)과 몸에 많은 할애를 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일이기에 삶과 두뇌에 대한 이야기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다. 미국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책은 많은 일러스트와 삽화들, 말풍선들이 칼라 페이지에 가득하며 ‘없는 게 없다’는 인상을 준다. 임신과 출산 등 생식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키스가 좋은지부터 시작해서, 성적지향, 가족, 인종, 우울증 등 그 또래 여자들이 궁금해하지만 쉽게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그 궁금증과 고민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이다.

“남자랑 어떻게 해요? 어떤 느낌이에요? 그가 하고 싶어한다는 걸 어떻게 알죠? 천천히 하나요? 눈을 감아버리나요? 끝나고 나면 누가 먼저 몸을 떼나요?”

“내가 엄청 뒤떨어진 느낌이 들어요! 누군가와 사귀게 되면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와 자게 될까 봐 걱정이에요.”

“어쩜, 나랑 똑같아요. 내 전 남자친구는 내가 뭘 해줘도 전혀 반응이 없었거든요.”

“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세요”

성교육에서 쉽게 간과되는 것이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무지와 콤플렉스로 성적인 접촉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즐기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기에 자신의 몸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성생활의 중요한 일부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여성의 몸’에 대해서도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올바른 방식’을 결정하며 설교하지 않는다. ‘털을 안 밀고 다니는 사람도 많고, 안 밀어도 상관없지만, 밀고 싶다면 이런 저런 방법들이 있다’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식이다.

“만약 더블 카푸치노가 있다면 난 에스프레소예요. 작을지 모르지만 강하잖아요?(작은 가슴을 가진 청소년)”

“내 양쪽가슴은 서로 자매지요. 그래요. 일란성이 아니라 이란성 쌍둥이 같은 것이죠.(짝가슴을 가진 청소년)”

“어… 음… 혹시, 질에서 이상한 냄새 나는 사람 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어오면 “물론 냄새 좀 나죠. 그건 정상이에요”라고 가뿐하게 대답한다. “난 수영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허벅지가 굵어서 수영복을 입으면 뚱뚱해 보일까 걱정이죠”라는 질문에 “허벅지 모양에 신경 쓰지 마세요. 각자 자신의 모습에 신경 쓰느라 당신 허벅지는 눈치도 채지 못할 거예요”라고 익살스럽게 대답하기도 한다.

다양성과 열린 가치관 돋보여

넓은 의미에서의 ‘성적 선호’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도 흥미롭다. 동성애-양성애-이성애를 일련의 연장선상에 놓고, 일생에 걸쳐서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게이, 레즈비언, 다이크, 호모,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든, 그런 타이틀이 무엇 하나 제대로 나에 대해 말해주는 게 있나요? 내가 우등생이란 것, 내가 열렬한 소프트볼 선수란 것, 내가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게 스노우 플레이크란 이름의 고양이라는 것, 내가 수줍음 많고 겁 많은, 자기 자신이고 싶어하는 여학생이란 걸 말해 주냐고요? 그렇지 않을 걸요.”

이 긍정적이고 다정한 책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은 역시 아쉽다. 그래도 역자가 한국적인 상황과 정보를 되도록 많이 추가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원래도 우리말에서 여성의 성과 몸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들이 그렇게 많거나 일반적이지 않아서 성 관련 서적의 번역은 항상 어렵다. 간혹 단어선택에 문제를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재미있고 예쁜 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의 모체가 된 미국 사이트 www.gurl.com
이 책의 한국독자를 위한 사이트 www.gur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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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ny 2003/09/26 [17:56] 수정 | 삭제
  • Gurl 사이트 알아요.
    색감도 넘 이쁘고 아이콘도... 내용도 가득하죠.
    한 권 소장할만한 책 같네요.
    20대가 되어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니까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 앤디 2003/09/22 [12:03] 수정 | 삭제
  • 성교육한다는 분들이 10대들이 궁금해하는 얘기들이 뭔지 잘 모르시잖아요.
  • 무지개 2003/09/22 [00:57] 수정 | 삭제
  •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었어요.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려갔죠..ㅋㅋ
    이런 책을 어렸을 때부터 읽었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 조아요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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