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종교의 이름으로 단행되는 폭력

박김수진 | 기사입력 2003/04/30 [23:59]

누가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종교의 이름으로 단행되는 폭력

박김수진 | 입력 : 2003/04/30 [23:59]
“소돔과 고모라 운운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나 죽은 게 아깝지 않다” (윤씨의 유서 중에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청보법 개정 권고 이후 자행된 보수 종교단체와 보수 기독언론의 만행은 끝내 열 아홉 살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지난 4월 7일 ‘국가기관이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 발표했다. 한기총은 성명을 통해 “일찍이 동성애로 성문화가 타락했던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진노로 유황불 심판으로 망하였다. 또한 성경은 동성애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레 18:22, 20:13, 롬 1:27). 동성애가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된 것도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에 의해서 많이 전염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단체의 이 같은 망언은 한 청소년 기독교인인 동성애자를 절망하게 만들 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국민일보는 국가인권위가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동성애자 차별 조항’의 삭제를 권고한 당일인 4월 2일부터 윤씨 사망 확인 전날인 4월 25일까지 멈추지 않고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 기사를 실어왔다. 4월 2일자 ‘동성애 사이트 청소년에 괜찮다? 인권위 결정 파문’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동성애란…두뇌 구조이상 유전인자가 요인’, ‘성경으로 본 동성애, 창조질서 거스르는 행위’, ‘인권위, 동성애단체 지원 논란’ 기사 등이 그것이다. 국민일보는 4월 11일자 지면을 통해 “동성애는 창조질서를 깨는 비정상적인 행위”이며 “이성적인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기독교 공동체가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회원 이모씨는 “그들은 하나의 차이를 가졌을 뿐인 한 동성애자를 ‘창조질서’ 운운하며 죽이고 말았다.”며 “몇 명의 희생자를 원하는가? 누구를 위한 창조질서이며, 성경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대학교 이반운동모임 마음 005는 서울대 내 29개 조직의 연대서명을 통해 지난 4월 21일 “성적소수자를 억압하는 한기총의 반발을 규탄한다”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동성애자연합(이하 한동연)은 4월 22일 (00개 인권단체들과 공동으로) ‘국민일보는 동성애혐오적 기사와 칼럼에 대해 각성하고 이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4월 25일까지 지면에 발표하라’는 요구서를 국민일보 측에 전달했으나 국민일보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동연 측은 국민일보를 언론중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기독교인이자 끼리끼리 회원인 최모씨는 “ ‘구원’과 ‘사랑’을 종교이념으로 내세우면서 소수자에 대해 ‘증오’와 ‘폭력’을 일삼는 보수종교인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단 한번이라도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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