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 "여성주의 파트너 되겠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남성 서포터즈 컨퍼런스 열려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3/09/29 [02:17]

남성들 "여성주의 파트너 되겠다"

성폭력 근절을 위한 남성 서포터즈 컨퍼런스 열려

김이정민 | 입력 : 2003/09/29 [02:17]
“남성들의 성문화에 대한 비판이나 성찰을 이제까지 모두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해왔다. 남성들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한 문제가 아닌가.”

‘성폭력과 성차별에 반대하는 남성 서포터즈 컨퍼런스’에 참여한 한 패널의 말대로 성폭력 근절, 성차별 해소를 위해선 남성들의 고민과 실천적 참여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19, 20일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남성들이 스스로 자기 성찰적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여성주의와 남성을 고민하는 MenIF’(Men In Feminism)이 공동 기획한 ‘성폭력과 성차별에 반대하는 남성 서포터즈 캠페인’(이하 남성 서포터즈 캠페인)의 첫 사업으로 진행된 것이다.

남성 서포터즈 캠페인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 받아들이는 문화적 관행들이 ‘성폭력’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해 성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꾸려졌다. 특히 MenIF의 남성 활동가들이 함께 나서서,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의 위치에서 ‘왜곡된 성문화 개선과 성폭력 근절을 위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남성들의 실천과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틀에 걸쳐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남성적 관계방식 돌아보기’, ‘남성 성문화 돌아보기’라는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첫날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남성들의 관계맺기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은 친밀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 토론 자리에서는 “이런 남성들의 미숙함이 결국 친한 사이에서 폭력적 행위들을 통해 ‘우정’을 확인하곤 하는 한국 남성들의 일반적인 태도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형석(하자 작업장 학교 담임, 언니네 운영위원)씨는 “(남성들은) 정서적 위안을 연애관계 안에서만 유지할 수 있다”며, 연애관계에서 친밀감을 얻는 유일한 대상인 여성에게 왜곡된 방식으로 친밀함을 표하고, 이로 인해 여성은 남성의 이중적 착취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둘째 날 프로그램은 성폭력이 일어나게 하는 토대로서 한국남성들의 성문화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선 남성들의 술자리 문화, 포르노 문화, 인터넷 게시판 문화, 언어 속의 성폭력성 등을 사례 발표를 중심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강김정임씨는 “남성들의 성문화 속에서 남성 각자가 느끼는 인식의 정도나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남성들이 어떻게 그런 문화들과 협상해 나가는가가 문제의 실마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또한 남성성의 모델이 다양화될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MenIF의 서최용완씨는 “남성적 술자리 문화, 남성들의 성문화에 대해서 나와 그들(남성들)에게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며 남성들의 성찰적 물음과 고민이 지속적으로 필요함을 다시 강조했다. 서최용완씨의 말대로 남성들이 고민하는 끈을 늦추지 않기 위해 남성 서포터즈 캠페인은 컨퍼런스 후에도 몇 가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이고 대안적인 행동지침을 제공하는 가이드북 발간, 온라인 캠페인 운동 등을 벌일 예정.

이 캠페인이 MenIF의 소개처럼 “남성들 스스로 남성문화, 삶 자체,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함께 성찰하고 보다 많은 남성들의 성찰과 참여를 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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