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이 낮은, 페미니즘 입문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

잡지 보듯 읽을 수 있는 『시몬느』 1호 출간한 야마다 아키코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0/03/03 [20:27]

문턱이 낮은, 페미니즘 입문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

잡지 보듯 읽을 수 있는 『시몬느』 1호 출간한 야마다 아키코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0/03/03 [20:27]

페이퍼컷 기법(종이를 잘라 구성하는 것)으로 형상화된 멋진 여성의 옆얼굴… 보, 보봐르?!

 

작년 11월, 일본에서는 잡지를 보듯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페미니즘 입문서 『시몬느』(シモーヌ, Les Simones)가 발행되었다. 이를 발행한 곳은 겐다이쇼칸(現代書館). 이를 기획하고 편집한 야마다 아키코(山田亜紀子) 씨를 만났다.

 

▲ 작년 11월 일본의 페미니즘 입문 잡지 『시몬느』(Les Simones, 겐다이쇼텐) 1호.

 

야마다 아키코 씨가 ‘페미니즘 입문 잡지’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기업과 사회가 여성들에게 구두와 하이힐을 강요하는 것에 반대하며 ‘#KuToo’ 해시태그 운동을 주창한 화보모델 이시카와 유미 씨를 취재했을 때였다. (관련 기사: 화보 모델, ‘신발로부터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말하다 http://ildaro.com/8650)

 

당시 이시카와 유미 씨가 “옷 벗는 것은 좋아한다. 여성 독자 대상의 화보를 찍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야마다 씨는 ‘여성 독자 대상으로 화보를 싣는 잡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느 때 같으면 ‘~가 있으면 좋겠다’로 끝났을 텐데, 사실 야마다 씨는 철들 때부터 엄청난 잡지 애호가였다. 지방에서 자라 문화정보에 목말라 있던 야마다 씨는 잡지라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탐독했다.

 

특히 좋아했던 잡지가 프랑스 여자고등학생들의 문화를 전하던 [Olive](1982년 휴간)였다. 그때부터 프랑스 문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여성의 목소리를 영화로 담은 감독 아녜스 바르다(1928~2019)를 알게 되었고, 마침내 페미니즘과도 만났다.

 

“저의 어머니가 싱글맘인데요. 엄마가 고생하시는 것도 봤고, 외할머니와의 관계 같은 여성들 사이의 편안함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허세 부리는 남자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그러니 페미니즘이 훅 들어왔죠.”

 

페미니즘 책이 여럿 놓인 서점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좋은 연구서들이 수두룩한데, 두껍고 표지도 위압적이라 문턱이 높아서 잘 팔리지 않아요. 저도 프랑스 문화를 통해 페미니즘을 알았기 때문에, 페미니즘 전문서는 어떤 것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 페미니즘 입문 잡지 『시몬느』를 창간한 야마다 아키코 씨.  ©페민 제공

 

그래서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 여성들 사이에 페미니즘이라는 큰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여성학 연구자와 젊은이들을 이어주는 페미니즘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은 프랑스의 페미니즘 사상과 관련한 내용이었고, 문화 페이지도 충실하게 채우고 싶었다. 무엇보다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아는 나만의 시선으로,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갑갑함이나 아픔을 언어화할 수 있는 잡지’로 만들고 싶었다.

 

『시몬느』 1호의 특집 제1탄은 작년에 『제2의 성』 출간 70년을 맞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 시몬느 드 보부아르(1908-1986)는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페미니스트이다.

 

잡지 표지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페이퍼컷 작가 마시코 미호(益子実穂) 씨의 작업이다. “표지가 예쁘면 모으고 싶어지잖아요?”

 

권두는 사진작가 인베카오리(インベカヲリ) 씨의 엣지가 아름답게 묻어난 이시카와 유미 씨의 누드 화보. 여성학 연구자가 쓴 보부아르 평은 읽으면서 머리에 김이 나지만, 독자들에게 보부아르 이론의 현대적인 의미를 전하려는 열의가 팍팍 느껴진다. 그 외에도 단가(短歌, 일본의 전통 시), 음식(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서양대파(leek) 스프!)과 패션, 아이돌론, 여자스모, 사진, 프랑스의 페미니즘 서점 현황…. 어느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해도 재미있다.

 

다음 호 특집은 미국의 인상파 화가인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1845-1926).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특집으로 내세우고 싶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시몬느』를 위해 젊은 필자에게 글을 의뢰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언제까지고 페미니즘 아이콘이 동일한 인물이라면, 일본에서 페미니즘은 더이상 페미니즘이 퍼지지 않을 테니까!”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토키코 님이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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