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자가격리’될 집이 없는 사람들은요?

강제퇴거 금지, 임대료 인하 등 주거에 관한 시민의 권리

박주연 | 기사입력 2020/06/23 [09:29]

코로나 시대, ‘자가격리’될 집이 없는 사람들은요?

강제퇴거 금지, 임대료 인하 등 주거에 관한 시민의 권리

박주연 | 입력 : 2020/06/23 [09:29]

‘자가격리’, ‘거리두기’, ‘외출자제’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는 코로나19 시대다. ‘집에 있으라’는말이 계속 강조되는 사회. 하지만 사람들이 집에 있을 수 있는 환경은 과연 보장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집이 없는 홈리스에게 ‘외출자제’는 지킬 수 없는 일이고, 거실과 부엌과 방이 분리된 집에 사는 사람과 햇볕이 들어올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 사는 사람에게 ‘자가격리’는 완전히 다른 환경을 의미하는데도 말이다.

 

‘집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일원들은 과연 ‘안전한 집’을 보장받고 있는가? 점검이 필요한 시기에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광주인권지기 활짝,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빈곤사회연대,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장애여성공감 등 20여개 단체들이 연대하는 모임이다.

 

▲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인해 인간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며, 사망자에 대한 애도와 확진자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뜻을 알리는 온라인 행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https://facebook.com/KRCOVID19


‘코로나19 생명과 안전을 위한 국가의 책무’, ‘위기 상황에서 유예되는 시민의 권리’, ‘코로나19 기업과 언론의 사회적 의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사회적 제안’이라는 4개의 주제로 정리된 이 가이드라인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유예되는 시민의 권리’로 분류된 ‘주거의 권리’를 조명해보자.

 

주거가 사라지고, 주거비 부담에 위기를 맞은 사람들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는 기본 인권이다.” 가이드라인은 “1996년 제2회 세계 해비타트대회에서 한국 정부는 ‘적절한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천명했으나, 한국의 주거권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주거를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특성으로 인해” 코로나19 시대에 주거권 문제가 위협받으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거나, 다양한 형태로 퇴거를 경험하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 빈곤사회연대가 4월 3일 강제퇴거 금지 등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긴급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중   ©빈곤사회연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위기 상황을 맞이한 지금, 가이드라인이 꼽은 주거권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주거 박탈계층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노숙인을 위한 긴급 주거 대책이 수립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시원과 쪽방 등 개인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한 공간을 거주지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역시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집담 감염의 우려를 이유로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퇴소를 종용하거나 신규 입소를 금지하는 등” 홈리스들이 갈 곳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2월, 수원시 M노숙인 자활시설은 시설생활인에겐 외출 금지를, 직장생활인에겐 시설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노숙인을 위한 급식소를 폐쇄하는 것도 노숙인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세 번째는 “개발이나 임대료 연체, 방역을 빌미로 한 강제퇴거”다.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가 해금되는 3월부터 ‘개발지역’에 대한 강제철거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3월 한 달 간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의 강제집행 등 퇴거를 금지하도록 행정 명령했으나, 4월부터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다른 지자체는 그런 조치조차 찾아볼 수 없다.”

 

직장을 잃거나 수입이 감소한 탓에 경제적 위기를 맞은 사람들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지난 5월, 임대주택에 거주하다가 월세 체납으로 강제집행을 당한 5인 가족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관련기사: “임대주택 쫓겨나 여관 전전…새터민·다문화가족의 눈물”, 한겨레 5월 15일자)

 

거기다 “개강이 미뤄지고 기숙사 입소가 불가능해지면서 학교 주변에 따로 월세를 내고 방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등교가 미뤄지며 방은 비워두었지만 월세 지출은 계속해야 하는 민간임대주택 세입자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는 크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 지난 6월 11일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임대료 동결 및 인하, 강제퇴거 유예해야

 

가이드라인은 유엔에서 4월 8일 발표한, 주거 정책에 관한 12가지 안내 사항을 제시하며 국내에서도 주거권에 관한 이야기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이 제안한 12가지는 퇴거와 퇴거 위협 금지 조치를 비롯하여 임대료상한제, 주택담보대출 상황 유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 임대료, 주택담보대출, 관리비 체납으로 인한 퇴거, 퇴거의 위협에 대한 금지

2. 즉각적인 임대료 동결, 임대료 인상 전면 금지

3. 임대차계약의 해지 금지(다른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 행위는 제외)

4. 소득이 감소한 세입자의 주거비가 부담 가능한 수준(총 소득의 30% 미만)이 되도록 보장 

- 주택 공급자에게 임대료 재산정 의무 부과

- 세입자의 주거비 지출이 사회수당을 포함한 총 소득의 30%를 넘지 않도록 보장

- 주거수당 등 주거비를 충당하는 체계를 갖춘 경우 급여의 수준이나 자격 요건 재평가

5. 임대료 상한제로 인해 수입이 줄어드는 임대인에 대한 보상책 제공

6. 비공식 거처,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거처 등에 거주하는 세입자 보호-특히 취약계층에게 최저소득을 보장하고 사회서비스 지원을 함께 제공할 것

7. 주택담보대출 채무자의 원리금 상환액이 가구소득의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보장

8. 특정 취약계층에게 임대료, 주택담보대출 상환 유예

9. 수도, 전기, 난방, 전화, 인터넷, 전기통신 등 필수서비스 공급의 중단, 거부 금지

10. 손실을 입는 임대인, 서비스 공급자, 은행에게 세금 공제 등의 재정부담 완화책 제공

11. 이상의 조치가 세입자, 자가소유자에게 부채를 누적시키는 방식이 되지 않아야 함

12. 이상의 조치가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감독 기구 지정

 

가이드라인은 유엔의 제안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시급한 내용을 한번 더 정리한다. 먼저 “임대료 동결 및 감액 청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 속에서 저소득층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을 때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방안으로 “임대료 동결 및 인하와 지원 정책을 확대하라”는 주장이다.

 

세부적으론 “임대료 연체에 따른 강제퇴거를 유예하고, 연체로 인한 계약해지 기준을 강화(현행 2개월 연체시 해지 가능)하고, 임대차계약 종료 시 비상 시기에 한시적으로라도 임대료 인상 없는 계약갱신을 도입”하는 정책을 소개한다.

 

그와 함께 “강제퇴거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점상과 노숙인의 경우 “근거리의 동등한 조건을 가진 이동처를 마련하거나, 위생공간을 제공하는 등 방역과 생존권이 충돌하지 않을 수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한다. “생존의 자리를 빼앗는 건 기본권 박탈”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이나 임대료 연체로 인한 강제퇴거를 막기 위해 적어도 올해 상반기, 최대한 연말까지 퇴거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한다.

 

또한 한시적인 복지제도는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순 있어도 주거취약 계층의 주거권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가이드라인은 “현재 긴급지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주거지는 다시 쪽방이나 고시원과 같은 비주택시설에 한정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한다.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공공주택을 늘리고, 가난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질 좋은 주택이 확보되어야 한다.”

 

안전한 주거 공간을 누구나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한번 살고 싶어하는 꿈의 도시로 꼽히는 미국의 뉴욕은 이번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다. 뉴욕시의 확진자는 21만 명을 넘어섰다.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25,035명으로 미국 평균 6,541명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서울시의 경우 백만 명당 확진자 수는 116명이다.)

 

▲ 뉴욕의 ‘모두를 위한 주거 정의’(Housing Justice for All) 홈페이지. https://www.housingjusticeforall.org


뉴욕시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주거환경’이다. 건물이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큰 도시인데다 너무 높은 임대료 탓에 홈리스 등 불안정한 주거공간을 가진 사람들과 주거공간을 나눠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뉴욕의 주택 환경 위기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조직으로, 2017년 설립되어 주거권 운동을 지속해 오고 있는 ‘모두를 위한 주거 정의’(Housing Justice for All)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차인과 홈리스의 주거권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임차인들의 권리를 안내하며 월세파업(#CancelRent)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뉴욕시는 이런 상황 속에서 6월 20일까지였던 ‘월세 연체로 인한 강제퇴거 금지 조치’를 8월 2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임차인의 실직 상황을 증명해야 하는 등 조건이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

 

근본적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힘든 쪽방촌, 고시원 등의 ‘집 아닌 집’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국의 수도권 주거환경은 과연 뉴욕시와 크게 다를까?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가 발표한 ‘코로나19와 인권’ 가이드라인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제대로 된 주거 공간이 모두에게 주어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 발행한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전체 보기 https://bit.ly/37Sy9u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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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사 2020/06/23 [19:15] 수정 | 삭제
  • 진짜 월세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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