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송환 불허, 이대로 손 놓고 볼 순 없다

‘아동 성착취’ 엄중처벌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

박주연 | 기사입력 2020/07/29 [17:56]

손정우 송환 불허, 이대로 손 놓고 볼 순 없다

‘아동 성착취’ 엄중처벌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

박주연 | 입력 : 2020/07/29 [17:56]

아동과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다크웹 ‘웰컴투비디오’(W2V)를 운영한 손정우가 7월 6일, 우리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었다.

 

‘웰컴투비디오’는 “성인물은 올리지 마시오”라는 공지가 있을 정도로, 철저히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올리고 유포하는 공간으로 전세계에 약 128만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며 영상을 판매하고, 또 회원들에게 새로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여 올리도록 부추긴 손정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검사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선 징역 1년 6월,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선고 받았다. 지난 4월 27일은 그의 만기 출소일이었다.

 

하지만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에서 암호화폐로 아동 성착취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포착한 미국 측에서 조사에 나섰고, 미국 법무부는 한국 정부에 ‘국제 자금 세탁’ 관련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니 손 씨를 보내달라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그에 따라 손 씨의 출소가 미뤄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한국 법원이 미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송환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손 씨는 풀려난 것이다.

 

이를 지켜본 많은 시민들이 공분했고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대해 “사법부도 공범”이라며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상 손정우가 추가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재판부가 손정우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송환 요청을 불허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이는 시위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역 앞에서 열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BBC 로라 비커 기자가 “배고파서 달걀 18개를 훔쳤다고 한 사람에 대해서도 한국 검찰은 1년 6월을 구형했다”고 말하며 손정우에 대한 형량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를 지적했듯이, 이번 사태는 한국 검찰과 재판부가 가진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상황을 손 놓고 볼 순 없다.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선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손정우, 이대로 풀어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아동 성착취 엄중처벌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계와 법조계,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송환 요청한 혐의는 ‘자금세탁죄’

 

미국은 한국에서 진행한 손정우에 대한 수사와는 별도로, 국제형사사법 공조 하에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에 따라 2018년 2월 28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손정우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6개 죄명과 9개의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는데, 그 중 자금세탁죄로 기소된 3개 혐의는 ‘워싱턴DC에 있는 W2V 사이트 회원이 W2V사이트의 가상계좌로 비트코인을 송금, 손씨가 위 비트코인을 대한민국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 자신이 관리하는 비트코인 계좌로 송금하였다’는 내용과 관련된 것이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미국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송환 요청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범죄인 인도조약 제2조와 5조, 범죄인 인도법 제6조와 제7조 2호(이미 유.무죄 선고 받은 경우 인도 불허)에 따라 ‘자금세탁죄’만 인도 심사청구의 대상이 되는 인도 대상범죄로 특정되었다.”

 

손 씨의 혐의 중 ‘아동음란물 광고음모’와 ‘아동음란물 광고’ 혐의는 국내에 처벌규정이 없어서 ‘쌍방 가벌성’(범죄인 인도청구의 기초되는 범죄 사실이 청구국과 피청구국 쌍방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엔, 그 범죄에 관하여 범죄인을 인도하지 않음)이 결여되고, ‘미성년자의 노골적인 성표현물 제작’, ‘아동음란물 유통 음모’, ‘아동음란물 유통’에 대해선 이미 국내에서 1년 6월형이라는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자금세탁죄’에 관해 범죄인 인도 송환을 요청한 것이었다.

 

▲ 권인숙 의원실 주최로 7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손정우, 이대로 풀어줄 것인가? – 아동 성착취 엄중처벌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  © 권인숙 의원실


한국 재판부가 손정우의 송환을 불허하며 든 이유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재판부는 범죄인 인도제도의 취지에 대해 범죄인을 처벌함으로써 범죄를 진압하고 법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국민 보호의 원칙을 근거로 총 4가지 이유로 인도를 불허했다”고 그 내용을 정리했다.

 

1)범죄 지역과 관련하여 이른바 ‘네트워크 기반 범죄’의 특성상, 이 사건은 사이트 회원의 국적이나 소재지 등과 관련 없이 네트워크가 연결된 곳이면 어느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미국이 범죄지 관여국임을 이유로 범죄자를 인도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2)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 관련 범죄의 예방과 억제의 측면에서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해당 범죄의 악순환적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세계적 규모로 이 사건 웹 사이트를 운영했던 손정우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관련 수사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3)재판부는 손정우가 2018년에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음란물 제작 배포 등) 위반 등으로 재판 받을 당시, 검찰에서 몰수 추징을 하면서도 범죄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으로는 기소하지 않았는데, 만약 그 때 함께 기소하였더라면 손정우가 예측하지 못한 범죄인 인도 절차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서 현재 범죄인 인도 및 이중 처벌 논란이 야기되었기 때문에, 그 불이익을 손정우가 감당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취지다.

 

4)‘국제성 범죄’ 근절을 위한 국제형사사법 공조에 대한 기대와 강화의 측면이다. 재판부는 아동 성적 착취와 학대 및 자금세탁 방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범죄인을 인도하지 않아도, 국제적 협력과 공조를 통하여 그 목적 실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온라인 기반 성범죄’의 특성에 대한 무지 드러낸 결정

 

오선희 변호사는 이런 재판부의 판단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거라고 비판했다.

 

“재판부의 주된 논리는 손정우가 우리나라에 있어야 수사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디지털 성범죄와 이 사건 범죄수익 은닉 범죄의 특성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외면한 논리이다. 손정우는 공범들의 이름이나 신분을 알지 못한다. 서로에 대하여 밝히지 않고 오직 온라인으로만 닿아 있었다. 그리고 현재 수사도 종료되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또한 오 변호사는 손정우의 아버지가 아들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자금세탁죄 위반으로 셀프고소·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이 수사를 위해 손정우의 진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적 수사가 필요할 뿐”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김영미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현행 범죄인 인도조약으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제9조 2호)에 있어서 범죄인이 컴퓨터를 사용한 곳은 우리나라지만 서버의 소재지가 외국일 경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우리나라 국민일 경우, 피해자가 청구국의 국민일 경우, 혼합되어 있을 때도 이를 이유로 인도를 거절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는 거다.

 

또한 “손씨의 경우처럼 범죄인에 대한 우리나라에서의 처벌은 이미 완료되었고, 단순히 수사에 필요한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게 가능한지,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이미 기소(혹은 처벌)되었으나 범죄인이 관련 내용으로 청구국 국민인 디지털 성범죄자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참고인일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고 언급했다.

 

그렇기에 김영미 변호사는 "대면 범죄와 달리,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범죄인 인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손정우의 미국 재송환, 국제적 공동대응 필요

 

“손정우의 미국 재송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한 김은주 여성의당 공동대표는 그러나 “손정우의 미국 재송환을 청구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주 공동대표는 웰컴투비디오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이들의 “검거 대상국 및 검거자 수는 32개국 310명(대한민국 경찰청 발표), 혹은 38개국 337명 (미국 법무부 발표. 영국, 아일랜드, 미국, 한국, 독일,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체코공화국, 캐나다 등)”으로 전세계에 퍼져있다는 점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손정우 재송환을 위한 국제적 연대운동을 통하여 디지털 성범죄의 확산성과 심각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디지털 성범죄와 같이 국경을 초월한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가 존재하는 범죄에 있어서는 국제적 차원의 공동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 여성의당 김은주 공동대표의 토론회 발표 자료 중 범죄인도법 개정안(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또한 범죄인도법을 개정하도록 목소리 내야 한다고 말하며, 여성의당은 “7월 7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범죄인도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국민의견 제출 운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영길 의원의 개정안은 현행 범죄인 인도허가 결정이 ‘단심제’로 이뤄지는 것은 오류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연히 상급심인 대법원에 대한 불복이 허용되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손정우 송환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 스스로 영상을 찍게 만드는 ‘그루밍’ 범죄, 처벌은?

 

무엇보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법 자체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토론회 참가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일명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도 함께 개정됐지만, 여전히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하 아청법) 제11조 중 개정된 부분은 용어, 형량, 상습범의 처벌이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는 용어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변경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판단하는 관점과 주체가 바뀌고, 그동안의 ‘음란’ 개념을 탈피해야 ‘폭력’의 본질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의 토론회 발표 자료 중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이하 아청법) 제11조 개정 내용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특히 최근엔 온라인그루밍을 통해 성적 촬영물을 만들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루밍’(길들임.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며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지금의 법으론 처벌이 어렵다. 서승희 대표는 “(단체에서) 법률지원을 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성적 촬영물을 받아내는 과정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으로 간주하여 아청법 제11조 1항에 적용하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때때로 다르다. “해당 행위에 ‘강제추행죄’를 적용하기도 하고, 아청법 제11조의 5항 ‘소지죄’로 다루기도 한다. ‘아동복지법’을 적용하는 사건도 있다. 비슷하게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성적 촬영물을 받아내는 사건에 법률전문가의 조력이 얼마나 투여되는지에 따라, 어떤 관점을 가진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판결이 완전히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서 대표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아청법 제11조 1항) 조항에서 ‘제작’이라는 용어가 적절한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1항의 내용에 ‘(피해자에게서) 촬영물을 받아내는’ 성착취 행위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는 거다.

 

“현재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의 상당수가 ‘그루밍’을 통해 접근하거나 돈으로 유인하여 (피해자) 스스로 찍게 만든 것이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설명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 스스로 찍게 만든 행위를 미국에서는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으로 본다고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사건에 아청법 제11조 1항의 ‘제작’으로 보고 법률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제작’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제작 현장에서 음란‘물(物)’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상정하고 사용한 용어이기 때문에, 실제 발생하는 아동 성착취 사건에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 “법률 적용에 있어 혼란을 야기하는 지점이 있다. 따라서 성적 촬영물을 만들어 보내도록 한 행위를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는 표현이 해당 조항에 추가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제작, 수입 또는 수출한 자’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과 수입, 수출이 한 문장에 있는 것도 혼란을 가중한다. 성착취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조항을 규정하고, 수입과 수출은 유통 및 배포에 관련된 조항과 통합하여 개정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어 서승희 대표는 “아청법 제11조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용어나 형량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 구성을 다시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4항의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 청소년을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라는 표현도 구체적인 사건을 상상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아동 청소년을 ‘이용’하여 ‘음란물’을 특정한 환경에서 ‘제작’한다는 전제를 두고 구성한 법률이기에 그렇다.”

 

서승희 대표는 “모든 법률은 해석의 여지가 있겠으나, 법률상 단어 하나를 두고 다투게 되는 현장에서는 해석의 여부에 사건을 맡겨둘 여유가 없다”고 호소하면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이 마주한 다급한 현실을 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재차 강조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 ㅇㅇ 2020/07/30 [13:05] 수정 | 삭제
  • 손정우 18개월 징역에 미국 송혼요청 불허!! 이게 나라냐! 외치고 싶었습니다.
관련기사목록
요가툰
메인사진
안 가본 길(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