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재난 상황에서, 농인은?

농인 다큐멘터리 감독 이마무라 아야코 인터뷰

나카무라 토미코 | 기사입력 2021/04/03 [14:17]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재난 상황에서, 농인은?

농인 다큐멘터리 감독 이마무라 아야코 인터뷰

나카무라 토미코 | 입력 : 2021/04/03 [14:17]

다큐멘터리 영화 <친구 끊었어>(友達やめた) 등으로 알려진, 귀가 들리지 않는 영화감독 이마무라 아야코(今村彩子) 씨. 동일본대지진 직후부터 10년간 전국 재해 피해지역에서 농인과 난청인의 상황을 담아온 기록 <들리지 않았던 그 날>이 영화화되었다. 저널리스트 나카무라 토미코 씨가 이마무라 감독을 만났다. [편집자 주] 

 

▲ 농인 다큐멘터리 감독 이아무라 아야코. 일본 극장 개봉작으로 <커피와 연필>(2011), <가교-들리지 않았던 3.11>(2013), 자전거 로드무비 <스타트 라인>(2016), <친구 끊었어>(2020) 등이 있으며, 올해 3월 <들리지 않았던 그 날>이 개봉했다. (페민 제공)


“들리지 않았던 그 날” 농인들이 겪은 재해

 

이마무라 아야코 감독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미야기(일본 도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에 있는 현)를 지금까지도 정기적으로 오가고 있다. 재해와 관련한 정보로 넘쳐나는 텔레비전에서도 농인의 피해 상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있고, 농인들은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알리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피해지역을 찾았고, 2013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가교-들리지 않았던 3.11>을 개봉했다.

 

이번 신작 <들리지 않았던 그 날>(StuduiAYA.films)에서는 미야기와 더불어 2016년 구마모토 지진, 2018년 서일본 홍수, 그리고 작년 코로나19 사태까지 취재해 들리지 않은 사람들이 겪은 재해를 한데 모았다.

 

“오노 겐지 사회복지사가 영화 팸플릿에서 예리하게 지적했듯이, 농인/난청인이 안전한 삶의 영역 밖으로 나갔을 때 안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긴급 시에 분명해진 거죠.”

 

▲ 이마무라 아야코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지 않았던 그 날> 스틸 컷들, 출처: http://studioaya-movie.com/anohi


최근 10년간, 일본 사회에서 농인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특히 2013년 이후 일본 각지에서는 수어언어조례 제정 등이 추진되어왔다. 그래서 2016년 구마모토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동일본대지진 당시인 2011년에는 볼 수 없었던 ‘포스터’가 피난소에 부착되었고,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상담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농인이 상담을 받으러 가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마무라 감독은 말한다.

 

“들리는 사람은 앉아 있기만 해도 저기서 주먹밥을 나눠준다, 옷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다양한 정보를 얻죠. 그래서 받아도 되는구나, 요구해도 되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압니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 사람은 처음 겪는 큰 재해에서 무엇을 어떻게 도움받을 수 있는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양한 상담 기회에서 뒤로 밀렸던 경험 때문에 포기하거나 참는 경우도 있고요.”

 

구마모토에는 청각장애인용 복지 피난소도 만들어졌다. “취재했던 노부부도 마지막까지 거기에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피난소 밖으로 나가야 하죠. ‘모르는 게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농인=도움을 받는 사람’ 고정관념 깬 농인 자원봉사자들

 

자신의 고정관념이 뒤흔들리는 경험도 했다. 서일본 홍수가 났던 2018년에 히로시마에서는 농인과 난청인 자원봉사자가 107일간 연인원 388명이나 모였다.

 

“들리지 않는 사람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부끄럽지만, 농인 자원활동가센터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고정관념이라는 건 참 무섭죠?”

 

▲ 이마무라 아야코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지 않았던 그 날> 스틸 컷, 출처: http://studioaya-movie.com/anohi

 

작년에 세상을 떠난 미야기의 가토 에나오 씨도 카메라 든 사람들의 선입견을 추궁했다. “이마무라는 찍기만 해서 재미없어, 라고 하시는 거예요. 가토 씨는 같이 꽃놀이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저는 그 얘길 듣기 전까지 가토 씨를 피해자로만 봤던 거예요.”

 

이마무라 아야코 감독이 이렇게 말은 했어도, 영화 <들리지 않았던 그 날> 속에는 가토 에나오 씨의 인생의 무게가 담겨있다. “그렇게 보셨다면 기쁠 따름입니다. 재난 10년째인 올해야말로 꽃놀이를 가려고 해요. 가토 에나오 씨도 분명 하늘 위에서 같이 하실 거예요.”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저널리스트 나카무라 토미코 님이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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