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인 애인과 나, 왜 가족이 될 수 없나요?

가정을 꾸릴 권리를 빼앗는 정치에 고함

바이티 | 기사입력 2022/12/01 [09:41]

동거 중인 애인과 나, 왜 가족이 될 수 없나요?

가정을 꾸릴 권리를 빼앗는 정치에 고함

바이티 | 입력 : 2022/12/01 [09:41]

※혼인, 혈연, 입양 관계만 ‘가족’으로 정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이 10월 25일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25개 단체가 주최한 시민 발언대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에서 나온 다양한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가족을 만드는데 성별을 왜 따지나요?

 

저는 바이티라고 합니다. 현재 사랑하는 애인이자 파트너와 함께 동거하며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애인과 저는 둘 다 법적 성별이 여성이며, 바이섹슈얼과 팬섹슈얼로 각자를 정체화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의문스러웠습니다. 내가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의 법적 성별이 남성이면 아무 문제도 없던 것이, 상대가 법적 여성이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맙니다. 똑같이 함께 하더라도, 저와 제 애인은 법적인 가족이 될 수 없습니다.

 

▲ 지난 10월 25일에 열린, 언니네트워크 주최 〈가족을 구성할 권리〉 북토크 행사장에서.   ©바이티

 

지난 9월,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의 글을 접했습니다. 건강가정기본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뒤집고, 현행 유지하겠다면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여기 인용해보겠습니다.

 

“여성가족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습니다”, “사실혼, 동거가족을 정책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기 위함입니다.”

 

이 글을 보자마자 ‘그래서 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어떻게 찾아내서 지원하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소외되어 있습니다.

 

제가 애인과 함께 먹고, 자고, 일상의 모든 것을 의논하며 아플 때 돌보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 들며 보호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선택한 가족으로 여긴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지원하려는 노력보다는 ‘소모적 논쟁’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최근 퀴어로서 장례를 치르는 법에 대한 강의를 찾아 들었습니다. 파트너의 원가족을 설득하고, 장례지도사와 협상을 통해서, 그것도 운이 좋아 호의적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에야만 파트너의 떠나는 옆자리에 있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의 파트너가 아플 때, 가장 ‘함께할 사람’이 필요한 시기에 쫓겨나리라는 불안이 들기도 합니다. 동시에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네가 날 입양하면 우린 법적 가족이 될 수 있겠지’라고요. 외국에서 결혼했다는 퀴어 커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워하곤 합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이 모든 게 일상처럼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 국회 앞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 시민 발언대에서 이야기하는 필자의 모습.   ©바이티

 

시대에 뒤떨어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해야

 

건강가정기본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제4조 1항 “모든 국민은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안정되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가정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2항 “모든 국민은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복지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저 또한 국민입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는 누구이며, 제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누구입니까?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3항 “‘건강가정’이라 함은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을 말한다.” 정부와 국회에 묻고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보살피는 나의 가정을 건강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누구입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선택하고 애정과 책임감을 갖는 사람과 만들어낸 가정은 왜 건강가정도, 가족도 될 수 없습니까?

 

우리의 가정을 배제하는 법이 건강가정을 위한 법이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건강가정기본법이 이야기하는 ‘가족’은 너무나도 협소하고, 차별적입니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워버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법이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가족은 점점 많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요구합니다. 진정으로 법이 국민의 권리와 복지를 위하는 것이라면, 더 시대에 뒤떨어지기 전에 모순되는 부분을 고쳐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십시오. 건강가정기본법을 즉시 개정해야 합니다.

 

[필자 소개] 바이티. 하나보다 더 많은 성별에 끌림을 느끼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단체 논모노플래닛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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