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부부가 아니란 말입니까?

지금, 성소수자 가족들이 겪는 차별을 말하다

소성욱 | 기사입력 2023/01/26 [16:36]

우리가 왜 부부가 아니란 말입니까?

지금, 성소수자 가족들이 겪는 차별을 말하다

소성욱 | 입력 : 2023/01/26 [16:36]

※혼인, 혈연, 입양 관계만 ‘가족’으로 정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2022년 10월 25일 한국여성민우회 등 25개 단체가 주최한 시민 발언대 “우리의 연결될 권리를 보장하라”에서 나온 다양한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소중한 관계를 숨기지 않고 살아갈 권리

 

제 이름은 소성욱입니다. 저는 10년 전에 만난 지금의 남편과 2019년에 결혼해 신혼생활 중인 동성애자입니다. 가족에 관한 한국의 법제도가 우리 부부를 가족으로 간주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 우리 부부는 2019년에 결혼해 신혼생활 중이다. 지인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올렸고, 함께 적금을 부어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평범한 부부이자, 서로에게 헌신하는 가족이다. (사진 제공: 소성욱)     

  

우리 부부는 2019년에 300명이 넘는 하객들과 가족의 축하 속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친구들, 학교 선후배, 제가 다녔던 학교의 선생님들, 직장 동료들, 어머니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릴 축하해주었습니다.

 

결혼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은 저의 안부를 물을 때 ‘남편은 잘 지내냐’고 꼭 같이 물어봅니다. 어디 가면 ‘남편은 왜 안 오고 혼자 왔냐’고 궁금해합니다. 네,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부는 한집에서 살며 투닥투닥 가사분담 문제로 가끔 다투기도 하고, 하나의 적금을 열심히 부어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평범한 부부이자, 서로에게 헌신하는 가족입니다.

 

관계를 온전히 인정받으며 사회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람이 가지는 아주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내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숨기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는 우리 부부를 가족이 아닌 것처럼 대하고, 차별합니다.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빼앗기다’

 

사람은 살다 보면 아프기도 합니다. 아프면 곁에 있는 가족이 보살피고 돌보며 염려합니다. 이건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그런데 우리 부부는 한 사람이 심각하게 건강이 위험하고 아파도, 법적 서류로 가족이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아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제한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파 쓰러져 병원에 갈 힘조차 없었을 때, 남편이 약을 대신 처방받으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병원에서는 가족이라는 것을 법적 서류로 증명하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함께 살며 꾸민 집과 물품들, 가구 등 평생을 함께 일구어낸 재산도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모조리 빼앗길 위험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가족이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차인 승계권 등의 권리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장례절차에서도 배제되어 온전히 추모하고 애도할 권리를 빼앗길 수 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을 모조리 빼앗기는 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장례식에서조차 배제되는 일… 상상할 수 있나요? 성소수자 가족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심각한 차별입니다.

 

우리 부부는 가족으로서, 배우자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되어 부양-피부양 관계를 인정받아 혜택을 누린 적이 있습니다. 그 경험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얼마 전에 한 언론의 취재에 응해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랬더니, 공단 측에서 기사 나간 지 두 시간만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습니다. 그 일이 ‘실수’였다며, 권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관련 기사: 차별에 맞선 어느 부부의 ‘특별한’ 용기 https://ildaro.com/9211)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인정받는 일, 가족으로서 등록되는 일이 준정부기관으로부터 일순간에 ‘실수’라며 빼앗기는 경험, 상상할 수 있나요? 지금 우리 부부, 수많은 성소수자 가족들은 그러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래된 제도와 시스템, 낡은 행정이 지금을 사는 실제 다양한 가족들의 권리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 가족들, 우리 부부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들이 너무나도 많은 차별과 배제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가족’을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건강가정기본법의 올바른 개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즉시 필요합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어 하루빨리 혼인평등의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함께 살며 서로를 보살피는 내 가족을 “내 가족”이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한국의 정치는 어서 따라오십시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지금 한국의 법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합니다.

 

[필자 소개] 소성욱. 10년 넘게 만난 남편과 살고 있는 게이. 동성애자 부부로서 서로가 부양-피부양 관계의 가족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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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2023/02/21 [13:56] 수정 | 삭제
  • 승소 소식 접하고 이 기사가 생각났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 썸바디 2023/02/05 [11:49] 수정 | 삭제
  • 법이 잘못했네. 두 분 법적 부부로 인정하시오!
  • Ilikedeathcake 2023/01/31 [23:50] 수정 | 삭제
  • 동성애는 사랑이다 죄가 아니다 성경을 잘 보시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의미임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이 love is love
  • SLee 2023/01/27 [11:54] 수정 | 삭제
  • 전에는 별로 생각을 못해봤는데, 파트너가 아프거나 죽었을 때 치료 과정이나 장례절차에서 밀려나는 일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가족관계법 평등하게, 현실에 맞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 독자 2023/01/26 [20:59] 수정 | 삭제
  • 기사로 보고 참 고마운 분들이다 생각했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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