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젠더 중립적 일러스트’를 보여주세요!일본 ASTA,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활용할 무료 일러스트 공유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보육시설 등에서 나눠주는 인쇄물에 그려져 있는 아동 일러스트에 담긴 ‘젠더 고정관념’으로 인해 위화감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ASTA라는 단체에서 젠더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무료로 쓸 수 있는 젠더 중립적 일러스트를 만들어 일반에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ASTA의 활동가, 리이나(りぃな) 씨와 케이타(ケイタ) 씨, 마-(まー) 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모두 가명임).
아동에게 ‘젠더 고정관념’ 강요하는 이미지들
‘ASTA’는 학교 현장에서 LGBTQ+를 포함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과 괴롭힘, 당사자의 자기부정 등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2017년에 설립된 NPO법인이다.
ASTA 활동가들은 아이치현과 기후현 학교의 교직원과 행정직원을 대상으로 출장 교육과 연수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2015년에 문부과학성이 ‘성 동일성 장애가 있는 아동에 대해 촘촘한 대응을 실시하도록 통지’한 일이 있어서인지 초중고교의 부름을 받는 일은 있어도, 미취학 아동이 다니는 시설의 연수에 부름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젠더 중립적 일러스트 제작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보육사이자 유치원 교사인 케이타 씨다.
“장애가 있는 유아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하루 일정표 등에 일러스트를 쓰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온라인상의 무료 일러스트 이미지를 활용하려고 보면, 여자아이는 머리에 리본을 달고 분홍 옷을 입고, 남자아이는 짧은 머리에 파랑 옷을 입는 등 젠더 고정관념이 들어간 일러스트밖에 없는 거예요. 유치원에서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남자용, 여자용으로 나뉘어 있고요. 보육자가 지금까지 내재화해온 젠더 고정관념을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셈이죠. 제가 젠더 중립적인 일러스트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말했더니 ‘없으면 만들자’, 이렇게 됐죠.”
하지만 보육사이자 유치원 교사인 마- 씨는 “보육사와 유치원 교사 양성과정에 젠더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니 현장에서 젠더 이야기가 언급되는 일은 없고, 애당초 성별 위화감이나 성적 지향 등 젠더 규범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이가 있다는 점이 상정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그 실태를 말한다.
보육사인 리이나 씨도 “실제 학교 현장에는 성소수자로서 고민이 있는 학생들이 있고, 이들에 대한 대응을 생각하는 학교도 있지만, 유아의 경우 자신의 고통을 말로 전달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보육자 측에서도 그것을 이해할 만한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어른인 보육자들이 성별 위화감을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성별 위화감이 없다 해도 젠더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새겨 넣음으로써 앞으로 어린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왜곡하거나 좁힐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가운데 2022년 2월, ‘무지개색 보육모임’(にじいろ保育の会)에서 [SDGs! 보육 올젠더프로젝트 ‘젠더 중립적·개인 상징 스티커](아마노, 가토, 2022)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감명을 받은 ASTA가 이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다양한 피부색과 장애도 고려
일러스트 고안에는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보육사 아마노 사토시(天野諭) 씨가 감수에 참여했다. 그리고 성교육에 특화된 무료 일러스트 모음집을 제공하는 ‘성교육 일러스트’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장에 있는 선생님이나 직원들이 마음에 들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어린이가 봐도 “귀여워, 재밌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귀여운 도안을 지향했다. 젠더 고정관념이 반영되기 쉬운 절기 행사 관련 복식 일러스트도 준비했다.
또한, 메인 캐릭터의 피부색이 다양하고 장애를 각진 어린이가 있는 것도 이 일러스트의 특징이다.
“아이치현에는 브라질계 이민자가 많아 도쿄 다음으로 외국인 비율이 높습니다. 현실에 있는 사람들이 일러스트에 없는 건 이상하죠.”
라이나 씨는 “장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를 가진 어린이의 베리에이션으로 휠체어, 안경, 보청기, 청각과민 대책인 이어머프, 헬프 마크(의족, 인공관절 사용자, 내부장애, 난치병 환자, 초기 임산부 등 겉으로 봐서는 알기 어렵지만 조력이나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용하는 표식)를 달고 있는 어린이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러스트는 웹 사이트(seikyouiku-illust.com)에서 올해 2월 말에 총 220종류가 공개되었다.
“현장 직원이나 보육자 등 어른들의 의식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어른이 앎으로써, 젠더가 나와 가까운 문제라는 점을 의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케이타 씨)
“보육사와 유치원 교사, 보육시설 직원 등 교원 양성기관에서 꼭 이 정보를 가르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양한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커리큘럼을 만들 수 없는지 검토해주시길 바랍니다.”(리이나 씨)
“우선은 아동 주변에 있는 어른들이 젠더를 제대로 이해하고 보육/교육 현장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금 세대의 어른도 다음 세대를 이끌 어린이도 포함해, 젠더 중립적인 관점을 갖고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에게 좋은 환경이 뭘까’ 고민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마- 씨)
젠더 중립적인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해, 당신이 있는 현장에서 사회를 바꿔나가길 바란다고 ASTA 활동가들은 당부한다. (문의는 ASTA 홈페이지 asta.themedia.jp)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제공 기사입니다. 고주영 씨가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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