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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아이슬란드에선 카트린 야콥스도티르도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여성과 논바이너리(Non-binary,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거부하는 사람)가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을 모두 중단하는 파업을 진행했다. 1975년 이후 열리는 첫 여성 전일 파업이었다. 이 날 일부 학교와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았고, 단 하나의 은행만이 문을 열었으며, 수도권 의료기관은 응급 상황에서만 진료했다. 언론사의 여성 기자들 또한 취재 등 업무를 하지 않았다. 총리 또한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파업에 동참했고, 총리실의 2/3를 차지하는 여성 직원들 또한 출근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외무부는 SNS를 통해 “오늘 아이슬란드는 1975년의 전일 파업을 다시 반복한다. 오늘 아이슬란드 90% 여성은 직장과 가사노동 모두 쉰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에선 대체 얼마나 여성 노동자들의 환경이 열악하길래, 사회 전체를 멈추는 파업까지 진행하냐 하겠지만, 실상은 반대다. 아이슬란드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의 성평등 지수 순위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슬란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21%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일터에서 젠더 기반 폭력 및 성폭력을 40%이상 더 경험한다. 이번 파업은 이런 성별 격차를 더 이상 두고 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모인 결과다. 참고로, 한국은 146개국 중 105위로 하위권이다.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이 어떨지는 말 안 해도 예측될 것이다.
여성파업이 필요한 이유① 윤석열 정부의 反노동 정책이 미치는 영향
한국여성노동자회 밍갱 활동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더 나빠지고 있는 노동환경, 그것이 특히 여성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하며 탄생한” 윤석열 정부, 이 선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현실은 이렇다. 2022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이 68만 8000원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은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7년째 단 한번도 성별임금격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임금격차만이 문제가 아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보다 ‘더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무려 두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며, “시간제 노동에선 남성은 9.4%인 것에 반해, 여성은 26.2%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2022년 기준 임금노동자 중위임금의 2/3미만인 여성 저임금 노동자는 약 223만명으로, 무려 여성노동자의 22.8%를 차지”한다.
거기다 정부는 “2024년 정부예산안에서 여성폭력방지 및 폭력피해자 지원 예산을 무려 120억 삭감했고, 일터 내 성차별, 성희롱 상담을 24년간 이어 온 민간 운영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관련 기사: “尹정부 고용평등 포기선언”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폐지에 분노 https://ildaro.com/9731)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주거와 안전을 상담,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역시 사라질 위기”다.
밍갱 활동가는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갖가지 방법으로 “노동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성평등 노동 실현을 요구”하기 위해서, “여성파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파업이 필요한 이유② ‘돌봄노동 저평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태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은 ‘돌봄노동 저평가’부터 짚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 때 돌봄 서비스의 공공화를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돌봄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노동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고용불안 등에 시달리게 됐다.(관련 기사: 고용 성차별, 성별 임금격차 해소 의지 있는가? https://ildaro.com/9632) 11월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 보육교사들이 파업투쟁을 하기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돌봄노동이 계속해서 저평가되고, 낮은 임금에 시달려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예산 삭감 이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에선) 예산 삭감 및 운영 지침을 계속 바꾸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고비용 저효율이다, 공공 역할이 부재하다, (노동자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하다, 병가를 많이 쓴다 등. 돌봄 노동자도 월급 받으면서, 고용 안정도 느끼고, 직업 의식도 갖고 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민간 위탁화 등을 진행 중이다. 그 과정 속에서 7개 어린이집 중 한 군데가 민간 위탁화 됐고, 노동자들은 해고나 다름없는 권고사직으로 80% 이상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 11월의 파업은 이런 상황을 바꿔보고자 한 행동이었다. 오대희 지부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은 정당한 임금 가치보다 ‘선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국가는 마땅히 이 돌봄을 같이 책임지는 마음으로, “공공돌봄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파업이 필요한 이유③ ‘승격 성차별’ –KEC 여성노동자들의 호소
지난 몇 년간 ‘승격 성차별’로 회사와 투쟁하고 있는 김진아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 수석부지회장도 이야기를 보탰다. 금속노조 KEC지회는 2022년 2월, "2018년 1월 기준 KEC 전체 직원 654명 중 대리급 이상 여성은 1.6%(11명)에 그치는 등 성차별이 발생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었다.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은 회사의 ‘승격 성차별’에 대해 설명했다. 반도체업체 KEC에서는 일단 신입사원 채용부터 성차별이 있었다. 신입은 (임금 테이블에서) 가장 낮은 J등급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남성의 경우 J2 등급부터 시작하는 것에 반해 여성은 호봉이 더 낮은 J1 등급부터 시작했다는 것. 2010년 입사자의 경우, 총 22명의 입사자 중 여성 4명은 모두 J1 등급을 받았지만, 나머지 남성 18명은 아무도 J1을 받지 않았다. 이후 여성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해도 J3 등급까지밖에 승급이 안 되는 것에 반해, 남성들은 대부분 S등급으로 승격됐다. 1988년 입사자 11명 중 남성 9명은 모두 S등급 이상으로 승격했지만, 여성 2명은 모두 J3 등급에서 멈췄다. 근속 31년차라도 여성 노동자는 J3 이상으로 승격되질 않았다. 여성 노동자들은 J3 등급이 되고 나면, 좋은 고가를 받질 못 했다. 전엔 A 고가를 받았던 사람도 J3이 된 이후론 B나 C를 받게 됐다.
KEC의 승격 성차별 문제에 대해 인권위에서 시정 권고를 했고, 노조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2022년 서울중앙지법은 남녀 생산직군 근로자들 사이에 승격에서의 차별이 존재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은 “그럼에도 회사는 여전히 자행하고 있다.”며 “차별 당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 또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더 이상 억울하게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노동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여성파업을 성사시키자”고 목소리 높였다.
여성파업이 필요한 이유④ 여성혐오, 페미니즘 사상검증 –넥슨 사태
일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성혐오와 백래시, 그에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여성노동자들을 압박하는 노동환경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웹툰, 웹소설 일러스트 작가들로 구성된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의 이수경 지회장은 현재 ‘집게 손가락’ 억지논란 속 넥슨 측의 대응이 생소하지 않다며, “우리 노조가 이런 페미니즘 사상검증 사건들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했다.
“2016년 넥슨 게임 클로저스의 한 성우가 페미니즘 성향이 있다고 주장한 악성 유저들의 항의를 받아주면서, 이런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많은 여성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 인터넷 상의 집단적 괴롭힘)이 퍼져나가면서, 업계에서 일부 창작가들을 배제했고, 그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 피해를 호소할 곳조차 없었다.”
이후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만들어지고, 노조는 SNS를 통해 피해 사례들을 모집했다. 이후 인권위에 진정 제기를 했고, 여러 기관에 신고하는 등 활동했지만 “예술인복지재단은, 게임은 문화예술 분야가 아닌 산업이라 예술인복지법에 의거한 처분은 불가하다며 반려”하는 등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인권위에선 “게임 업체들이 작업자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직업 수행에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이 일부 인정된다. 피해자를 모욕하고, 업계에서의 배제하라 강요한 게임 이용자들의 요구 또한 부당하다고 확인”했지만, 이는 권고 조치이기 때문에 업계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이수경 지회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창작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그래서 결국 해외 게임 일러스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 그 또한 여의치 않아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여성 창작자들은 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정부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이미 피해자들, 여성 창작자들은 실질적인 대책 및 방안을 제시해 왔다”며, “정말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 강조했다.
여성파업의 5가지 요구안
여성파업 조직위원회에 소속된 정서영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활동가는 2024년 3.8 여성파업의 5가지 요구안을 설명했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나아가 내년 여성파업을 위해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는 “파업권조차 갖지 못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 안에서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예를 들어 남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아내가 함께 일하고 있을 때, 이 여성노동자는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있는가, 존중받고 있는가도 들여다 봐야 한다. 분명 계속 노동을 하고 있지만, 노동으로 호명되지 못하는 노동, 비가시화된 여성노동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해야 한다.” 조한진희 대표는 “이번 토론회에선 그 이야기까지 못했지만, 파업권을 갖지 못하는 여성노동을 재평가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차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뜨거운 목소리가, 세상을 들썩이기 위해 예열을 시작했다. 2024년 3월 8일에 진행될 여성파업에서 그 열기가 펄펄 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대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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