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현실 부정하는 정권” 예산 120억 감액22대 총선 앞두고, 젠더기반 여성폭력 정책제안 토론회 열려(上)“윤석열 정부의 1년 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현실 부정의 기반 위에 지내온 시간 속에서 정책이라 할 것도 없었다. 따라서 평가할 것도 마땅치 않다.”
이렇게 따끔한 목소리가 나온 건, 1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젠더기반 여성폭력 총선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다. 7개의 여성단체가 공동주최한 이 토론회는 정부의 여성폭력방지 정책 추진기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지원현장의 상황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21대 국회 활동을 돌아보고 22대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언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본소득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에서도 참여하여 정책 제안을 경청했다.
다가오는 2024년 4월 있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젠더기반 여성폭력’에 대응하고 예방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제안하기에 앞서, 현 정부의 관련 정책 및 현장의 상황에 대한 진단이 이루어졌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번 정부의 ‘여성’ 지우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정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17년)에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를 ‘공공부문 성별 대표성 제고’로, ‘여성폭력’을 일괄 ‘폭력’으로 변경”했다. 올해 1월 8일에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조차 “다양한 가족 지원, 아동·청소년 보호, 폭력 범죄피해자 보호 확대 등 6대 핵심 과제 중 ‘여성’이 언급된 건 단 한번에 불과”했다.
작년 인하대학교 성폭력·살해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그 외에도 수많은 가정폭력 및 데이트폭력, 여성살해 사건들이 있었고, 지난 11월엔 숏컷을 했으니 페미니스트일 거라며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일도 있었다. 최근엔 일명 ‘집게손가락’ 억지논란으로 여성노동자가 집단적인 사이버불링 및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젠더기반 여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대응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다.
송란희 상임대표는 “보건복지부 국장급 공무원의 불법촬영, LA총영사관에 파견된 부총영사급 직책 공무원의 강제추행, 해양경찰청 간부의 유사강간, 종로구청장 권한대행의 성추행, 환경부간부급 공무원의 불법촬영” 등 고위직 공무원에 의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을 상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을 두고자 차용했음이 분명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서조차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정부종합대책은 보이지 않고, “여전히 구조의 문제를 짚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당사자가 어떤 방식의 지원을 원하는지와 상관 없이) ‘보호’하면 되고, 가해자는 거주지를 제한하거나, 입원시키면 된다고 한다. 피해자 저마다의 사정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에 가려지고, 이러한 정책이 불러올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 특정 범죄에 대한 잘못된 통념의 확산에 대한 고려가 없다.”
여성폭력예방과 피해자 지원 예산감액, 축소, 통폐합…
젠더기반 여성폭력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는 정책 부재와 고민 없음으로 연결되고, 예산 삭감으로도 이어진다. 여성폭력 관련 예산안도 전년 대비 약 120억 감액된 상황이다.
특히 여성폭력 예방 및 인식개선 사업 예산은 거의 전액 삭감이다. “가정폭력 예방·홍보사업 예산을 스토킹 예방·홍보사업과 통합 운영하겠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 콘텐츠 제작’,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및 홍보’, ‘이주여성 인식개선 및 폭력피해 예방 홍보’ 사업 예산은 기 제작 홍보 콘텐츠를 활용하겠다며 전액 삭감”인 상황.
성인권교육 예산도 수요의 감소 및 폭력예방교육, 보건복지부 발달장애인 성교육 사업과의 유사·중복성을 사유로 전액 삭감됐다. 피해자 구조지원, 의료비, 치료회복 프로그램 등 피해자를 직적 지원하는 예산 또한 축소됐다. 가정폭력상담소 및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현장에선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시설을 별도의 체계로 관리할 것, 개별법에 따라 차이가 나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기준을 일원화할 것, 중첩적·교차적 폭력피해 지원을 위한 통합적 지원 서비스 제공 등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는 것. 하지만 “현장에서 제안한 통합적 지원의 의미는 단순히 이 상담소와 저 상담소를 통합하자는 것이 아닌, 여성폭력이 젠더규범에 기반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중첩적·교차적으로 겪는 폭력 피해를 더욱 잘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지원을 막힘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입법이 되지 못한, 소위 사각지대로 일컬어지는 여성폭력 피해도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송 상임대표는 여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위해선, 현장 단체들과 충분한 논의와 연구, 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여성가족부는 내년 예산안에 드러낸 무분별한 통합에 대해서 현장과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 또한 이런 제도를 만든 근거나 이후의 청사진 역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평등 정책 후퇴하는데,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국회는 어땠는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젠더 기반 여성폭력 관련 법률 제·개정 내용을 짚었다. 가정폭력 관련법의 경우, “2020년 21대 국회를 시작할 때는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조항 개정’이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등 가정폭력을 처벌이 안 되게 하는 기본적인 구조를 변경하겠다는 공약이 많았는데, 실제로 통과된 건 기본 구조를 바꾸는 개정이 아니라, 현재 구조에 일부 내용을 추가하거나 보완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성폭력 관련 법안 중 가결된 건 “미투 운동 때부터 시작된 혹은 그 이전부터 논의되어 온 ‘2차 피해 방지’, 가해자 취업 및 자격 제한 등”이다. 김혜정 소장은 “성폭력과 관련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에 맞춰 순차적으로 처리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큰 변화가 이뤄진 부분은 ‘스토킹처벌법 및 피해자보호법’, ‘군성폭력 관련 제·개정’이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은 1999년 최초 스토킹처벌법이 발의된 지 무려 22년만인 2021년 3월에서야 통과가 됐다는 점”, “피해자보호법 제정,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같은 개정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같은 피해자의 충격적인 죽음과 희생 이후, 군 성폭력 관련한 과제도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과 같은 희생 이후에야 군인권보호관 도입, 군사법원 폐지를 향한 일부 개정이 ‘후속 조치’로 만들어졌다는 점”은 국회의 역할을 질문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정쟁이라 하더라도, 다른 상임위원회는 개최되고 있고, 2024년 예산을 검토하는 예산결산심의위원회도 상임위 차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위원회는 왜 회의 개최가 되지 않고 있는가?” 김혜정 소장은 이렇게 물으며 “정부, 정권의 강력한 반성평등 흐름을 막아내는 역할로서의 ‘국회’의 의미”를 짚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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