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내 에이즈 감염자 수가 급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며칠 뒤 바로 '불치의 전염병 에이즈, 예방만이 최선입니다'라는 피켓이 지하철 역 앞에 걸렸다. ‘불치의 전염병’이란 말을 써가면서 내건 피켓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 에이즈가 불치의 병이 아니라는 의학적인 주장도 나오는 시기에 굳이 이런 식의 캠페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번 걸리면 죽으니, 무서운 줄 알라는 것일까.
사람들이 에이즈를 무서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에이즈가 '문란하고' '타락한' 성생활에 대한 ‘벌’이라는 식의 편견 때문이다. 에이즈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한국에선 특히 그런 인식이 강하다. "순결, 에이즈를 퇴치합니다"라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의 포스터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1999년 산하기관으로 '순결한 생활로 에이즈를 퇴치하는 모임’(순에모)을 만들기도 했다. 작년 로마교황청이 '순결만이 질병 예방에 최선책'이라는 전제 아래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돔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에이즈를 ‘성 문란’과 관련시키는 이 같은 태도는 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뿐 아니라, 에이즈를 예방하는 것과도 관계가 멀다. 세계적으로 에이즈 예방을 위해 강조하는 것은 ‘안전한 성관계’, ‘콘돔 사용’ 등이며, 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도 포함된다. 정말 에이즈를 예방하고 싶다면,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거나 ‘순결’운동을 벌일 일이 아니라,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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